녹색평론 2024년 봄호 - 통권 185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를 읽었단다. 얼마 전에 또 한 번의 선거가 끝이 났단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지만, 보기 싫은 얼굴들이 대거 당선이 되어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더구나. 얼마 전에 Jiny가 학교 숙제라면서 현대 민주정치의 개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잖아. 쉽지 않은 숙제로구나. Jiny는 먼저 다수결로 결정되다 보니 소수의견이 무시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잖아. 참 좋은 지적인 것 같았어.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로 선거에 뽑힌 사람들이 국민을 대신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단다.

그리고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중요한 국가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어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만 내놓고 있지. 현대 민주 정치의 문제점들이 많지만, 선출직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그래서 녹색평론에서도 늘 이야기하지만, 국민 숙의제도라든가, 정책의 최종 결정을 시민이 할 수 있는 시민 의회제도, 아니면 아예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도 소개해주었었단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끼어들기 쉽지 않은 제도들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선거에 동참하자는 글을 실었단다.

=======================

(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


1.

아빠는 이제 진짜로 AI 시대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ChatGTP를 필두로 여러 AI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AI가 그림 그림, 사진, 영상, 소설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들을 침범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간단다. AI가 인간 세계에 마냥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오히려 인간 세계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AI의 발전은 기후 위기에 닥친 지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단다. AI를 발전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 센터가 세워질 텐데, 데이터 센터는 많은 양의 전기를 먹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열을 내뿜게 된단다. 데이터 센터의 세울 때 가장 고심하는 것이 어떻게 열을 내리느냐이거든. AI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테고, 그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발전소를 만들 텐데, 쉽게 생각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라는구나.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주식이 오르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었어.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꼭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전기에너지 급증에 대항 우려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

(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

인공지능의 가장 큰 우려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점이란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다 보니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직업군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업군을 너무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판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했으면 좋겠구나.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친 판결을 너무 많이 하셔서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 그런데 지구를 죽이면서까지 A/I가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2.

손주화, 윤현식, 황종규, 하승수 이렇게 네 분이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라는 대담이 실려 있는데, 하시는 말씀들이 좋았단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소멸과 지방자치에 대해 좋은 의견들을 내놓으셨단다. 지방 소멸을 해결하겠다고,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려는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했어. 참석자의 말씀대로 지방이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빠르니까 말이야. 물론 집값 걱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

(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

우리나라의 양대 정당 체제하에서는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척 어렵다고 했어. 지방의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도 했단다. 주민자치를 입법화하여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이번 독서 편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우리나라 현대 민주정치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는데, 주민자치가 살아나야 좀더 직접민주정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단다.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좀 들긴 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의견인 것 같기도 했단다. 우선 실천을 해 나가면서 이상과 현실을 좁혀야 하지 않나, 싶었어.

=======================

(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

대담 이외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실었단다. 그런 이야기 중에 바닷가 모래밭의 오사용에 대한 예를 들면서, 국민들이 좀더 정치에 참여하면 그런 오사용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아빠는 바닷가의 모래밭이 그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무슨 말이냐면 바닷가 모래밭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특정 개인에게 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주고 있다는 거야. 그 개인의 땅도 아닌데 말이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빠처럼 바닷가 모래밭에 세워진 상업시설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땅을 특정인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야. 그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지차체에서도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단다. 아는 것이 힘. 지금이라도 관련 지차체에서는 아름다움 모래밭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

(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

….

보통 녹색평론에서 서너 권의 책 서평을 실어주는데, 이번 호에서는 여섯 권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중에 아빠는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와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란다. 먹는 것이 곧 우리의 몸이 되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니.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를 이야기하고, 음식 쓰레기에 대해 대처하면서 지구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고 했어.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먹거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볼 만 책인 것 같았어.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은 시집이란다. 아빠가 지난 녹색평론 184호에 실린 김해자 님의 <삼십년 후, 소년 소녀에게>라는 시를 너희들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잖니. 그 시도 시집 <니들의 시간>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그 밖에 시의 언어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시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시집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래서 리스트에 올려 놓았단다.

이상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다. 약간 아쉬운 이번 총선의 결과였지만, 국민의 뜻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렇게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과연 그 분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볼까? 아니면 지금처럼 해온 것처럼 철저히 외면할까? 총선 이후 몇몇 언론에 비친 모습과 인선을 보니 변하지 않을 것 같구나. 아직도 3년도 더 남았구나. 너무 길다.


PS,

책의 첫 문장: 인공지능(AI)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다.

책의 끝 문장: 그래야 정치적 승리도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 P6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P2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 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 P40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 P108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P154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