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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5 - 제2부 민족혼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5권을 이야기해줄게. 송수익 일행은 만주에 정착하게 되잖아. 우리 백성들은 어디를 가나 논을 일구는 능력자들이란다. 만주에는
버려진 황무지 같은 땅이 많았는데, 중국 사람들은 끽해야 밭이나 일구고 그랬어. 그런데 우리 백성들은 그곳에 논을 일구었단다. 물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논을 일구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이야.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은 메기라는 부르기도 했대. 부작용은 그렇게 논으로 일구고 나니 중국 땅주인이 뒤늦게 나타나서 소작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우리 백성들은
또 얼마나 가슴 아팠겠니.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중국 땅주인과 잘 협상하는 것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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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중국사람들은
만주의 조선사람들을 <메기>라고 불렀다. 한사코 물가를 찾아가 논을 일구기 때문에 붙인 별명이었다. 그런
별명을 붙여 놀리는 것은 중국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이 만주로 건너오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자기네들의 농토가 줄어들까봐 갖게 된 적대감이었다. 그런데 조선사람들은 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물 가까운 습지나 저지를 찾아다니며 논을 일구어냈던 것이다. 그러자 밭농사밖에 지을 줄 모르는 중국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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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땅으로 많은 조선사람들이
넘어오고, 중국 땅이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되다 보니, 일제도
독립군을 색출하려는 밀정들을 만주로 보냈단다. 그래서 송수익 일행도 새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했단다.
…
이번에는 죽산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해줄게. 4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죽산면의 땅은 일본인 농장주 하시모토와 죽산면 면장
백종두가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보이지 않는 싸움이 있었다고 했잖아. 하시모토는 군산부청에서 일하는 쓰지무라
과장을 찾아가 몰래 백종두의 비리를 고자질했단다. 백종두가 쓰지무라 과장의 이름을 팔아서 권력을 휘두르고
다닌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땅을 사들이고 정미소를 지어서 미곡을 독점한다고 했단다. 쓰지무라는 자신의 이름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지. 쓰지무라는
당장 백종두를 파면시켰단다. 백종두는 하루아침에 이유도 제대로 모르고 죽산면 면장에서 쫓겨났단다. 그의 더 높은 꿈이었던 군수 자리는 날라가는 것처럼 보였어. 백종두는
면장에서 쫓겨난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친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인 하시모토와 쓰지마루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들이 자신을 자른 것도 모른 채 말이야. 꼴 좋더구나.
..
토지조사사업은 거의 다 되었단다. 땅을 빼앗긴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해도 알아봐주는 이는 없고, 업무집행
방해로 감옥에 가거나 태형을 맞을 뿐이었어. 그 중에 감옥에 갔던 박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잖아… 결국 박병진은 감옥에서 죽고 말았단다. 박병진의 아들 박건식은 슬픔을
뒤로 하고, 아버지의 유언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해 계속 노력했단다.
…
일제는 독립군 색출하는데 밀정을
심는다고 했는데, 조선인 노동자들 사이에도 바람잡이를 심어 놓고 몰래 의병 활동하는 이들을 색출했단다. 그런 인간 중에 서무룡이라는 자가 있어. 서무룡은 원래 방대근과
함께 부두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는데, 완전치 일제의 하수인이 되었지. 서무룡이
방대근의 누나인 수국이를 좋아했는데, 방대근 가족들이 모두 만주로 도망을 가버렸잖아.. 그런데 결혼했던 보름이 누나만 국내에 있단다. 손판석 아저씨 가게로
왔다고 했잖아. 기억나지? 그런 보름이를 서무룡이 보고 자신의
마음에 그리던 수국인줄 알고 깜짝 놀랐단다. 보름이와 수국은 자매로 꼭 닮았거든. 이때부터 서무룡은 보름이에게 연정을 품고 매일 같이 찾아왔단다. 그런데
순사가 된 장칠문도 보름이를 보고 반해서 흑심을 품게 되었단다. 아,
이 나쁜 놈들…
보름이만 불쌍하구나. 만주가 너무나 먼 곳이라서 혼자 갈 수도 없고… 결국 보름이는 장칠문에게
겁탈을 당하고 만단다. 그렇게 보름이는 장칠문의 첩이 된단다. 그러자
어느날은 장칠문의 아내가 보름이를 찾아와 마구 폭행을 했단다. 그리고 서무룡은 수국이에 이어서 보름이까지
빼앗기자 엄청 화를 냈고, 장칠문을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었단다. 그래
둘이 치고 박고 둘 다 죽어라. 장칠문은 자신의 첩이 예쁘다고 자랑하고 싶었어. 일본인 경찰 계장에게도 자랑을 했는데, 바보 같으니… 일본인 경찰 계장이 이번에는 보름이를 눈독 들였고, 보름이를 차지하기
위해 장칠문을 오지 중에 오지로 발령 보냈단다. 결국 장칠문은 보름이를 일본인 계장에게 넘기고 오지에
안 갈 수 있었단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지은이 조정래 님께서 보름이를 너무 불쌍하게 만드시는구나. 보름이가 경찰 계장에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무룡은 복수
리스트에 경찰 계장도 추가했어. 그리고 자신이 더 힘을 갖는 것은 싸움패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어. 서무룡이 싸움 하나는 타고 났거든. 그래서 서무룡은 부두일을 그만두고
싸움패의 오야붕이 되었단다. 서무룡은 일본 헌병과도 친해져서 줄을 잇게 되었단다.
1.
한편, 신세호는 자신의 딸 하엽과 송수익의 아들 중원을 결혼시키려고 했단다. 친구인
송수익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국내에 편히 있다는 죄책감도 있고, 애들이 어렸을 때 크면 결혼시키자는 약속도 있었어. 신세호가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단다.
3권에서 나왔던 우체국장 하야가와의 양아들이었던 양치성 기억나니? 양치성은 일본 유학과 일본 정보 학교를 마치고 순사보가 되었단다. 양치성은
신세호를 찾아와 송수식이 어디 있는지 협박조로 물어왔어. 신세호는 송수익이 의병활동 하다가 죽었다고
했단다. 양치성은 계속 신세호를 감시했고, 송중원과 신하엽의
결혼식도 방해했단다. 하지만, 신세호가 잘 대응하여 송중원과
신하엽은 결혼을 하게 된단다.
….
이번에는 하와이의 일을 이야기해줄게. 질투의 화신이자 열등감 만땅인 이승만은 국민회와 국민군단을 이끌었던 박용만을 헐뜯었단다. 온갖 거짓으로 기사를 써댔어. 참 비열한 사람이 아닐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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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그즈음에
이승만은 자신이 펴내는 <태평양> 잡지에 박용만이
이끌고 있는 국민군단을 맹렬히 비난해대고 있었다. 그런 소수의 병력으로 일본 세력을 물리친다는 것은
전혀 가망이 없는 철부지한 짓이며 허황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박용만은 불필요한 일을 시작해 동포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비축한 국민회의 경비를 탕진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그런 가망없는 짓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무식한 동포들을 교육시켜 독립할 준비를 해나가는 동시에 대국인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국민군단은 마땅히 해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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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이라는 이 작자는 정말
기회주의자이자 이기주의자 인 것 같구나. 이런 이승만을 빠는 영화가 얼마 전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역사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구나. 정말이지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박용만은 독립군 양성을 위해 힘써야 하는 시간으로 바쁜데, 이승만의 비난에 대해 반박을 해야 했단다. 그래야 하와이에 있는
동포들이 이승만의 거짓에 넘어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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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그런
이승만의 공격을 받고 박용만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용만은 국민회의에서 발간하는 <신한국보>를 통해서 이승만의 비방에 맞서고 나섰다.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 조선백성들이 무식해서인가 아니면 나라의 무력이 약해서인가. 그런 재론의 여지도 없이 나라의 무력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나라의
힘은 왜 약해졌는가. 나라를 다스리는 벼슬아치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층층이 부패하고 타락하면서 국고를
탕진하고 가렴주구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의 엄연한 사실을 두고 망국의 책임을 어찌하여 백성의
무식함으로 돌리려 하는가. 또한 나라를 되찾는 데 있어서 백성이 무식해서 안된다는 말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저 치욕의 을사보호조약 직후부터 전국토에서 불길처럼 일어난 의병들을 보라. 그들 중에 유식한 양반들이 더 많았던가. 무식한 백성들이 더 많았던가. 무식한 백성들이 열 배가 더 많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며, 끝까지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도 무식한 백성들이었음을 하늘이 다 아는 바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무식함을 탓할 것인가. 그리고 또 직시할 바가 있다. 무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무력이 아니고서는 물리칠 수가 없다는 천고의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왜놈의 무력
앞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고는 나라를 되찾을 그 어떠한 방도도 없다. 무식한 동포들을 교육시켜 가면서
독립을 준비하자고 하나, 교육이란 하루이틀에 되는 것이 아닐 뿐더더,
우리가 교육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동안에 왜놈들은 우리 동포들의 피를 빨아 더욱 강대해질 뿐이며 우리 동포들은 핍박 속에서 갈수로
허약해질 뿐이다. 또한, 우리가 동포들을 교육시켜 모두가
유식해진 10년이고 20년 후에 그때 가서 왜놈들과 학식으로
겨루자고 할 것인가. 물론 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이
조국의 독립을 위한 최선의 방책일 수는 없다. 무력을 양성하면서 동시에 교육을 실시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겠다 함인데,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허황된 망상인가. 우리와 일본은 원수지간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원수지간이 아니며, 우리에게 독립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미국에게 조선의 독립은 강 건너 불일 뿐이다. 미국은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에게 약간은 협조를 할지 모르지만, 전적으로 미국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겠다 함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몽상일 뿐이다. 그리고 끝으로 밝히는 바는, 국민군단은 훈련소 낙성식을 최종으로
하여 더 이상 동포들의 혈전(血錢)을 모금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병사들이 이미 확보된 파인애플농장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훈련받는 노고 속에서 자립을 구축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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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이승만이라는 미꾸라지로
인해 하와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포사회는 혼란에 빠졌어. 아마 이승만은 이걸 노렸을 거야. 결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안창호까지 하와이까지 와서 중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단다. 이승만이 이런 사람이었단다. 남용석과 결혼한 말녀도 이승만을 돕는
일을 했는데, 집안일은 젖혀 두고 이승만 비서로만 일을 했단다. 이
일로 남용석과 말녀의 부부싸움은 끊이질 않았어. 남용석과 말녀의 결혼을 중재해주었던 방영근은 미안할
뿐이었지. 방대근이 말녀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해도 말을 듣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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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84)
“나도 무식헌 놈이제만 용석이허고
한고향 동무고 헝께 한마디만 허겄소. 남정네덜이 날마동 땡볕 속이서 일허는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겄소? 하로 세 끄니 밥 지대로 챙겨묵는 디서 나오는 것이요. 아까 밥
한 끄니가 머시가 그리 중허냐고 혔는디, 고것이야 우리겉이 몸띵이 하나 부려감서 묵고 사는 사람덜헌티넌
중허고말고라. 거그서 말허는 것 찬찬이 듣자닝게 이승만 박사가 허는 일언 중허고, 우리겉이 몸띵이 굴리는 일언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말인디, 그 말언
앞뒤가 안 맞는 것이 잘못 되야도 아주 잘못된 말이오. 이승만 박사가 핵교럴 세우고, 잡지럴 내고, 묵고 살고 허는 돈은 다 어디서 나온 것입디여? 하늘서 떨어졌소 땅에서 솟았소? 그 한푼, 한푼이 다 우리 겉은 무식쟁이 농사꾼덜이 사시장철 땡볕 속에서 살가죽이 타들고 뼉다구가 녹아내리게 일혀서 아까운지
몰르고 성금으로 낸 돈이다 그것이오. 막말로 우리가 눈 딱 감고 성금 안 내불먼 판이 어찌 되는지 알기나
허요? 그놈에 핵교고 잡지고 머시고 다 문 닫아걸어야 된다 그것이오.
근디도 이승만 박사가 허는 일만 장허고 우리 겉은 사람이 허는 일언 쥐조도 아닝게……”
방영근은
여기서 멈칫했다. 말을 하다보니 성질이 돋아서 자신도 모르게 상소리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방영근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내처 말을 해나갔다.
“서방 밥얼 굶겨도 괜찮허다 그런
말인갑는디, 고것만언 어디다가 내놔도 편들 사람 하나또 없구만이라. 이승만
박사라고 편들어 주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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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종두는 면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하시모토의 짓이란 걸 알게 되었어. 심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에게 덤빌 수 없는 노릇이었어. 면장 자리에서 쫓겨난 백종두는 호남친화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자신이 회장이 되었단다. 면장님에서 회장님 소리를 들으니 다시 권세를 찾을 줄 알고 있었지.
…
당시 경복궁에서 조선물산공진회라는
것이 열려서 전국의 재력가들은 모두 서울로 몰려 들었단다. 이 조선물산공진회는 일제의 신문물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어떻게 하면 조선을 약탈할까 검은 흑심을 품은 사람들의 행사였던 거지. 조선물산공진회에 소개된 물건 중에 고무신이 최고 인기였다고 하더구나. 그때부터
고무신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는구나.
…
공허 스님은 만주에서 얻은 역사책을
국내로 반입을 했고, 그걸 신세호 등에게 주어 필사하게 했어. 신세호는
며칠 밤새 여러 권 필사를 해서 공허 스님을 주면 공허 스님은 다시 다른 야학 선생님들에게 전달해 주었단다. 그렇게
민족의식을 키우려고 노력했단다.
…
4권에 나왔던 차득보라는 아이 기억나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여동생 옥녀는 노래패에 끌려가서, 혼자 옥녀를
찾으러 다니던 차득보. 차득보는 옥녀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결국 거지패에서 들어가게 되었단다. 늙은 거지로부터 장타령을 배워 동냥을 하러 다니면서 지냈단다. 정말이지
한에 맺힌 이들이 너무 많구나. 이것은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들인가.
나라를 팔아먹은 일부 고위 관직자들 때문 아닌가. 그들은 떵떵거리면 배불리 살고 있는데, 백성들의 한(恨)만 쌓여가는구나.
…
조선총독부 건물은 원래 남산
중턱에 위치했는데, 그들은 조선의 상징인 경복궁 앞자리에 짓기로 결정했단다. 일제는 하루아침에 광화문을 부숴버렸어. 조선 백성들이 그것을 보고
얼마나 울분에 찼을까. 허문 광화문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세우기 시작했단다. 아빠도 중학교 때인가 소풍을 경복궁으로 갔는데, 그때 조선총독부
옛 건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구나.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년에
허물기 시작해서 1996년에 완전히 철거했단다.
…
자, 여기까지가 대충 5권의 이야기란다.
줄여서 한다고 했는데 워낙 많은 비중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책에서 역사적인 교훈도 담겨
있어서 발췌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구나. 오늘도 긴 글 읽느라 고생했단다.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이, 필려
있능가, 필녀!”
책의 끝 문장: “역시 눈치빠르군.
그럼 말야……”
신세호는 또 신비스러운 변화에 경이감을 느끼며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면 이슬이 내리면서 안개가 끼고, 아침에 해가 뜨면 안개가 걷히는 것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을 뿐이었다. 그러나 신세호는 그 범상 속에 감추어진 자연의 오묘한 신비와 경이를 갈수록 새롭게 느끼고 있었다. 해의 그 무한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새로운 깊이로 생각하게 되고, 만상의 생성과 소멸을 다시금 음미하게 되고, 삶의 소중함과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손수 농사를 짓게 되면서부터 눈과 마음이 더 깊고 넓게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 P102
일본관리들이 조선말을 강습받고 조선으로 건너왔고, 그들이 조선말을 익히려고 애쓴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삼 년 전부터는 함부로 욕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관리가 아닌 군인이 더듬거리지도 않고 그렇게 유창하게 조선말을 하는 것을 보고 공허는 새삼스럽게 나라 잃어버린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경지역이라 특별히 조선말을 잘하는 자들을 골라서 배치했다 하더라도 그 충격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나라를 빼앗긴 세월은 그렇게 해마다 달라져 가며 조선사람들의 마음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 P138
마적떼는 장사꾼들한테만 걱정거리가 아니라 만주땅에 흩어져 사는 모든 동포들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몹시 흉포한 도둑떼들이었다. 그 마적떼들이 갈수록 불어난다는 것은 왜놈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마적떼들이 동포들의 마을을 기습해서 생명을 살해하고 재산을 약탈하는 것은 그만큼 독립투쟁의 힘을 약화시키고, 따라서 왜놈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었다. - P143
고무신바람에 들린 것은 특히 여자들이었고, 여자들 중에서도 처녀들이었다. 한 마을에서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한둘에 지나지 않았다. 그 새로 나온 희한한 물건은 값이 너무 비싸 부자가 아니고서는 가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 귀한 물건은 그야말로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였고 구경거리였다. 그 누구나 고무신을 손에 쥐었다 하면 이리저리 매만져보고, 엎어서 밑바닥을 보고, 고개를 돌려가며 코 안을 들여다보고, 주인의 눈길을 피해 잡아늘여 보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매끈하게 생긴 고무신을 신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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