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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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출간한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라는 책은 책표지로 인해 눈에 확 띄었단다.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소녀가 소총으로 겨누고 있는 그림은 호기심을 갖게 충분하였단다. 그리고 책 제목도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로 강렬했어. 역시 책 제목과 책 디자인은 무척 중요하구나.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하고, 애거서 크리스트상을 최초로 심사위원 전원이 만점을 준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홍보 문구에 속으면 안 되는데, 아빠는 이런 홍보 문구에 잘 넘어간단다.

일본 소설이니까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소련과 독일이 2차 세계 대전 때 벌인, 일명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했다는구나. 그 유명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배경이 되었고 말이야.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아빠가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있는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전투가 아니겠니. 그렇다 보니 이 소설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쑥 올라갔단다.

지은이 아이사카 토마는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하는구나. 퇴근 후 집에서 책을 썼는데,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가 그의 데뷔작이고, 그 책이 온갖 상을 휩쓸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 정도면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타고났을 것 같은데, 그 동안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다니얼마나 손이 근질근질했을까.  지은이 아이사카 토마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쟁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은 아빠도 읽어보겠다고 몇 년 전에 샀다가 아직 읽지 않고 있는 책인데,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책을 찾는데 좀 애를 먹겠지만 말이야.


1.

그러면 <소지 동지여 적을 쏴라>라는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볼게. 1940년 모스크바 인근 시골 마을에 세라피마는 엄마랑 둘이 살고 있었단다. 세라피마의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책에 나왔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차 세계 대전 때 얻은 병 때문인 것으로 아빠가 기억한단다. 세라피마는 엄마와 함께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갔어. 엄마와 둘이 살지만 마을 사람들과 모두 친하게 잘 지내서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단다. 그렇게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도 전쟁의 기운이 돌았단다.

1942년 어느 날 독일군들이 쳐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였단다. 세라피마만 간신히 살아났어. 독일군들이 세라피마에서 몸쓸 짓을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소련군들이 와서 독일군을 몰아냈단다. 세라피마는 그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어. 마을에 온 러시아군들은 세라피마의 엄마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의 시신을 모두 불태우고 마을도 모두 불태웠단다. 독일군들이 마을을 이용하지 못하게 말이야. 어렸을 때부터 추억이 담긴 마을은 그렇게 불타 없어졌고, 엄마의 시신도 불태워져 사라지고 말았단다. 세라피마는 독일군도 미웠지만, 그렇게 마을과 엄마의 시신을 불태운 소련군도 미워했어. 특히 그걸 지시한 이리나에게는 적개심을 갖고 이리나에게도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단다. 하지만 지금 혼자 지낼 수 없어서 이리나를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단다.

이리나는 세라피마를 데리고 여자 저격병 군사학교에 데리고 갔어. 그곳은 여자들만 저격병 훈련을 받는 그런 곳이었단다. 그곳에 있는 이들은 다들 독일군에게 식구들이나 친구들을 잃고 혼자가 된 이들이었어. 훈련은 쉽지 않았단다. 실제 전쟁에 참가해서 저격병으로 임무를 해야 하니 훈련도 실전처럼 했단다. 중간에 탈락자도 생기고 그랬어. 저격병 군사학교를 졸업할 때는 5명만 남았단다. 시골 귀족 출신이지만 그 출신을 무엇보다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샤를로타를 비롯해서 아야, 야나, 올가, 그리고 세라피마 이렇게 다섯 명이었어.

그런데 그 중에 올가는 사실 이리나의 라이벌인 하투나가 보낸 내부 첩자였단다. 같은 러시아 군이긴 한데 그곳에서도 경쟁이 있다 보니, 하투나가 이리나의 사정을 살펴보려고 보냈던 사람이었어. 그러나 이리나도 진작에 올가가 하투나의 사람이란 것을 눈치챘는데, 그걸 오히려 역이용 하는 등 모른 척 했었단다. 올가를 제외한 세라피마, 샤를로타, 아야, 야나, 이렇게 네 명이 진정한 이리나의 제자였단다. 저격병 군사학교를 졸업한 그들은 한창 전쟁 중인 스탈린그라드에 배치되었단다. 이리나가 네 명을 이끌고 스탈린그라드로 향했단다. 이제부터 실전이다.


2.

세라피마의 시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살당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전에 군대에 입대한 세라피마의 친구 미하일은 그 참변을 피할 수 있었어. 미하일은 참변 소식을 듣고 오열했단다.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마피마도 죽은 줄 알았어. 그래서 더욱 슬픔에 가슴 아팠지. 세라피마와 미하일은 동갑내기 친구였지만,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이였거든. 미하일은 독일에 대한 복수심이 더 끓어올랐고, 군생활도 열심히 해서 상사로 진급하였단다.

한편 이리나가 이끈 저격부대는 첫 작전에 투입하게 되었어. 스탈린그라드를 역포위하는 천왕성 작전이었단다. 소녀 저격부대에서 가장 사격술이 뛰어난 이는 아야였는데, 뛰어난 실력답게 첫 작전에서 적군을 12명이나 사살이라는 공을 세웠단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실수를 했단다. 저격병은 한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룰이 있는데, 이 룰을 지키지 않고 한 자리에서 적에게 총을 쏘다가 위치가 노출되어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렇게 힘든 저격 훈련 학교를 졸업한 가장 유능한 저격병이었는데, 첫 작전에서 허망하게 죽고 만 거야. 다른 소녀들은 슬펐지만 슬퍼할 겨를이 없었단다. 계속 전투는 이어졌어. 세라피마를 비롯한 나머지 저격병들의 활약과 때마침 아군의 전차부대가 공격하여 천왕성 적전은 성공하였단다. 이 때 타냐라는 소녀 의무병이 저격부대와 합류했단다.

두 번째 작전은 12대대를 지원해주는 것이었단다. 대대라고 하면 엄청 큰 군대 단위인데, 전투 중에 죽거나 흩어져서 지금은 4명만 남아 있었어. 막심 대장이 그들을 이끌었어. 그들은 적군의 감시망 때문에 이동을 할 수 없고, 현재 머무르고 있는 진지를 지켜야 했어. 그런데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진지는 사실은 막심 대장이 집이었단다. 그곳에서 독일군의 진격을 막아내고 있었던 거야. 적군에도 저격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단다. 이번 전투는 저격병들 사이의 전투라고 할 수 있었고, 상대방이 허점을 보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했어.

독일군이 야비한 작전을 펼쳤단다. 전쟁과 관련 없는 마을 아이들을 공격하여 아군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려고 했던 거야. 보그단이라는 군인이 부상 당한 아이들을 대피시키려고 했다가 그만 적의 저격병이 쏜 총에 맞아 죽고 말았어.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되었단다. 세라피마는 은폐된 곳에서 적의 저격병이 나타나기를 끈기 있게 기다렸단다. 그리고 적의 저격병이 가늠자에 들어오자 죽였단다. 그리고 다른 적군들도 유인하여 몇 명을 더 죽였어. 자신도 모르게 적군을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 희열 때문에 저격병은 한 곳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룰을 잊고 있었어. 다행히 이리나가 와서 세라피마를 데리고 가서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단다. 세라피마는 적을 사살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던 자신을 혐오하기도 했단다. 전쟁은 이렇게 사람들을 모두 미치게 하는구나.

적군인 독일군은 우연히 소련군의 여성 파르티잔 두 명을 체포했단다. 그 둘을 이용하려고 했어. 두 파르티잔을 소련군이 보이는 곳에서 처형을 하려고 했단다. 그 장면을 본 12대대 소속 유리안이 깜짝 놀랐어. 그 두 파르티잔들은 바로 자신의 대학 동기였거든…. 참지 못하고 유리안이 독일군을 향해 총을 쐈어유리안의 위치가 노출되었단다. 이걸 독일군이 노린 것이었어. 유리안은 독일군의 함정에 빠져 그만 죽고 말았단다.

소련군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독일군은 중대 병력을 이끌고 진격하였단다. 막심대장은 지원 요청을 했지만 철수 명령을 받았어. 하지만 막심대장은 자신의 집을 버릴 수 없었어. 자신은 그곳에 남아서 독일군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겠다고 했단다. 결국 막심대장만 두고 나머지는 철수를 했단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그 이후에도 공방전을 펼치다가 1943 1 31일 독일군 사령관 파울루스의 단독 항복으로 끝이 났단다. 소련이 독일로부터 스탈린그라드를 지켜냈어.


3.

시간이 흘러 1945 3.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단다. 세라피마는 군인이다 보니 남자군인들과 더 많은 생활을 했어. 그런데 아군의 어떤 보병이 전쟁 중에 독일 여자를 능욕한 것을 자랑하듯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어. 전쟁 중에 힘없는 여자를 능욕한 것을 자랑하는 이야기를 세라피마는 참을 수 없었어. 그것은 여성 전체에 대한 모욕이었어. 뿐만 아니라 같은 편인 저격병 여자들한테도 숨어서 총이나 쏜다면서 무시하고 성희롱도 했어. 이에 격분한 세라피마는 그 남자보병과 다툼까지 했단다. 그곳에서 세라피마는 우연히 미하일을 만났어. 미하일은 포병 소위가 되어 있었어. 고향에서 헤어진 이후 처음 만났는데, 감회가 새롭기도 했지만, 고향 생각에 슬픔에 잠기기도 했어. 죽은 줄 알았던 세라피마를 만난 미하일도 무척 기뻐했단다. 세라피마는 아까 보병이 했던 이야기를 미하일에게 물어보자, 미하일은 소련군이 독일여자를 능욕했던 일들이 사실이라고 했어. 세라피마은 인간으로써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

세라피마 등 저격대는 쾨니히스베르크 전투에 참가했단다. 그 전투에서 야나는 부상당한 독일 아기를 구하려다가 총상을 입고 중상을 입었어.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단다. 세라피마는 독자 행동을 하다가 독일군에 잡혀 포로가 되었어. 고문을 당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탈출해 성공했어. 그러나 여전히 적지라서 어려운 상황이었단다. 그런데 어디선가 올가가 나타났어.

올가 기억나지? 저격병 학교에서 이리나의 라이벌 하투나의 접차였던 사람. 그러니까 지금까지 반대편으로 나쁜 역할이었는데, 그 올가가 나타나서 세라피마를 구출해주었단다. 올가도 착한 사람이었지만, 군대라는 지휘체계에서 반대편에 있었을 뿐이야.

그런데 그만 올가는 적군의 총격으로 죽고 말았어. 총알은 누구도 피해가지 않았어. 이리나가 와서 도와주어 세라피마는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단다. 탈출하면서 그들은 말로만 듣던 소련군의 치욕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게 돼. 소련의 붉은 군대가 독일 민간 여자를 능욕하는 장면을 보았어.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짓을 한 자가 미하일이었어. 세라피마는 미하일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 갈등을 느끼기도 했지만, 세라피마는 미하일을 저격했단다. 전쟁 성범죄에 대한 직결처분.

….

전쟁이 끝나자 여자 저격병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어. 국가는 그들에 대한 대우를 하지 않았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전쟁 중에 했던 것이 가치가 있었는가. 전쟁이 끝나고 소련은 스탈린 독재정치로 백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어. 이런 것을 위해 전쟁을 했던 것인가. 그리고 스탈린이 죽고 나서 스탈린 지우기에 나선 소련은 스탈린그라드의 이름도 볼고그라드로 바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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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스탈린 체제가 공포정치였다면, 그것을 떠받들며 싸운 우리는 대체 뭐였지?

어쨌거나 스탈린은 극악무도한 자였던 만큼 그의 업적을 모조리 부정해야 하기에, 보존했던 시신을 매장하고 동상을 부수고 각종 서적을 다시 썼다. 당연히 스탈린그라드도 이름을 바꿔야 했는데, 그렇다고 옛 이름인 차리친은 차르, 즉 황제를 연상시키므로 사회주의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볼가강에 가깝다는 이유로 볼고그라드라는 무미건조하고 중립적인 이름을 대충 가져가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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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저격대원들은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에게 잊혀져서 평범하게 살았단다. 세라피마와 이리나는 세라피마의 고향에 돌아와서 같이 지냈어. 그들은 세라피마의 고향을 재건하면서 살고 있었단다. 야나와 샤를로타는 전쟁 때부터 소원이었던 빵공장에서 일했단다. 간호병으로 합류했던 타냐는 간호사로 지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 소설의 지은이 아이사카 토마가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책제목처럼 전쟁은 여자들은 무시당하고 힘없는 존재였어. 소련과 독일은 전쟁 중에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에 대해서 서로 암묵했단다. 아무도 전쟁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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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소련에서도 독일에서도 전시 성범죄 피해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는 여성들이 입은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을 혐오하는 각 사회의 요구가 합쳐진 결과였다.

마치 교환 조건이 성립된 것과 같았다. 소련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저지른 독일 국방군과 독일인에게 폭력을 저지른 소련군은 사이좋게 입을 다물고 서로를 탓하지 않았다.

기본 좋은 영웅적 이야기. 아름다운 조국의 이야기.

참혹하고 비극적인 이야기. 무자비한 독재의 이야기.

그것은 독일에서도 소련에서도,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이야기 속의 병사는 반드시 남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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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예전의 전쟁만 있는 것은 아니야. 현재 전쟁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포로에 대한 성폭행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단다. 전쟁 자체가 사라져야 할 것인데, 여전히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그 속에서 비인간적인 만행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지금은 온 지구인들이 기후위기에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이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니.

지나친 홍보 문구에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술술 잘 읽혔단다. 독소 전쟁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었고,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힘없는 여자들의 희생 또한 알게 되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조만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을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장작 패는 소리가 봄의 도래를 알리는 새벽종처럼 작은 마을에 울려 퍼졌다.

책의 끝 문장: 그곳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질문의 의도는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유르겐은 자기 인생을 돌이켜 봤다.
십대 중반까지, 독일의 축구 국가대표가 되어 외국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출전하여 배를 타고 여러 나라에 가서 축구를 하고 환성을 듣고 싶었다. 외국 선수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코치들에게 제2의 제프 헤르베르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러니 병역이 없었다면, 또 올림픽과 월드컵이 중지되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렇게 됐을지도 모른다.
"네 동료가 쏜 여성은 두 아이의 엄마였어. 그 후에도 엄마로 있고 싶어했지. 잃어버린 아이들을 키워서, 언젠가 손주를 만나고 싶어 했어."
- P455

"나는 멈출 수 없었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나는 지금 죽을 수 없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전쟁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런 끔찍한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전부 전쟁이 나쁜 거야. 그러니까 부탁이야. 제잘 용서해 줘." - P479

소련이라는 이름의 국가는 삐걱거리며 나아가는 쇄빙선과도 같았다.
크고 작은 얼음을 부수며 나아가던 선체가 각종 사회적 모순으로 타격을 받아 언젠가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으면 보트에 나눠 타서 혹한의 바다로 노를 저을 수밖에 없다. 항해 도중에 선장이 바뀌는 것처럼 권력자가 바뀌고 가치관이 달라진다.
- P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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