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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도 1 - 포수의 원칙
방현석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 나랏일을 하는 이들 중에 이유를 좀체 알 수 없는 짓을
하는 이들이 많단다. 몇 달 전에 사회주의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독립 운동에 평생을 하신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퇴출하겠다고 해서 시끄러웠단다. 많은 학계와 기사들이 육사 대변인에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질문을 했는데 육사 대변인은 제대로 된 답을 한 마디도 못했단다. 그 또한 윗사람
누군가 시켜서 한 일 같은데, 이런 일들이 어떤 한 사람의 말 한마디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실로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이게 독재국가이지, 민주국가라 할
수 있는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홍범도 장군이
육군 사관학교의 뿌리라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를 부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더구나. 역사 공부를 좀 하다 보면 일제 시대에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우리나라 독립에 도구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을 알 텐데. 그리고 스탈린이나 김일성의 공산주의가 생기기 전이고, 당시 사회주의는 레닌의 사회주의로 하나의 사상으로 생각하는 게 맞는데 말이야.
정말 열 받더구나. 육군사관학교의 흉상 이전 논란이 있긴 해도 설마 이전하겠는가? 생각했는데… 속전속결로 일을 해치우더구나. 육사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은 아무리 군인이라고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줄 알아야 진정한 군인 아닌가 싶은데, 다들 침묵하고 있더구나. 다들 비겁해 보이기까지 하더구나.
….
지난 정권 때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수십 년 만에 귀환한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구나. 어떻게든 전 정부가 한
일을 흠집을 내려는 것 같았어. 하늘에 계신 홍범도 장군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이걸 보시고
어떤 생각들을 하려는지…
…
아빠는 홍범도 장군에 대한 책은 <홍범도 평전>이라는 평전과 <나는 홍범도>라는 소설,
이렇게 두 권을 읽었단다. 그 외에 일제 시대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통해서 홍범도 장군에
대해 여럿 읽었단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 보니 또 한번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더구나. 그런 와중에 알라딘 서점의 블로그에서 <범도>라는 책을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단다. 방현석이라는 분이 쓴 소설로 2권짜리였단다. 이 책은 올 유월에 출간되었는데, 홍범도 흉상 논란이 있기 몇 달
전이로구나. 마치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한 것인지… 아무튼 <범도>라는 소설을 읽을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어 주문해서
읽어보았단다. 전에 읽은 <나는 홍범도>라는 소설은 조금 실망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번 소설은 어떨까? 아참, 소설이다 보니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졌고, 그로 인해 가상의 인물들도 등장한다는 점은 감안하면서 읽어야겠구나.
1.
홍범도의 어머니는 홍범도가 태어날 때 돌아가셨어. 그리고 어렸을 때 아버지 마저 돌아가셔서 홍범도는 아버지의 지인인 신포수에게 맡겨졌단다. 신포수는 신씨 성을 가진 포수라서 그렇게 부른 거야. 신포수와 함께
홍범도도 포수 일을 했단다. 사격에 재능이 있었어. 그래서
신포수는 홍범도를 군대로 보냈단다. 평양에 있는 군대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나팔수로 일하다가 한양에 있는 군대로 파견을 가게 되었고, 우영사라는
높은 직책을 가진 민영익이라는 분의 경위관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민영익이라는 사람은 얼마 전에 <한국 근대사 산책> 시리즈를 이야기하면서 나온 적이 있는
사람인데 기억할는지… 미국까지 갔다 온 진보 인사였으나, 보수
쪽으로 돌아섰고, 그로 인해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혁파와 갈라서게 되고,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혁파들에게 총상을 맞게 되었잖아. 이 소설에서도 그 장면이 등장한단다. 직접적으로 갑신정변이라는 말은 안 했지만 난리통에 민영익이 중상은 입게 되었다고 했는데, 이 때가 바로 갑신정변 때였단다.
홍범도는 군대에 있으면서 이번에는 농군이 일으킨 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출동을 했어. 소설은 홍범도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농군이 일으킨 난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동학운동이었던 것이란다. 홍범도는 갈등을 했어. 저 농민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들에게 총칼을 겨누어 하는지 말이야. 이
진압 과정에서 홍범도는 친한 군 동기인 백무현을 잃고 말았단다. 그는 죽기 전에 그가 가지고 있던 반지를
자신의 동생에게 전해주라고 했어.
…
홍범도는 백무현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백무현의 고향인 평양에
와서 백무현의 동생 백무아를 만나 백무현의 슬픈 소식을 전하고 백무현이 전해주라는 반지를 전해 주었단다. 이때
홍범도와 백무현의 동생 백무아는 슬픈 와중에 애틋한 감정을 서로 느꼈단다. 백무아는 야소교도를 믿고
교회에서 지내고 있었어. 군대에서 나와서 할 일이 없던 홍범도에게 백무아는 초지 공장을 소개해 주었단다. 초지 공장은 책을 만드는 공장인데, 아빠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지공장과
비슷한 것 같았어. 홍범도는 그렇게 초지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매년 백무현의 기일이 되면 무아가 찾아왔고 홍범도는 무아와
함께 백무현의 기일을 챙겼단다. 그런데 4년째 되던 날 무아가
오지 않았어. 나쁜 놈들한테 몹쓸 봉변을 당했다고 했어. 홍범도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평양으로 갔어. 무아는 그 일이 있고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갔다고 하는구나. 홍범도는 무아를 그렇게 만든 이를 찾아가 복수를 했단다. 한 놈은
죽이고, 한 놈은 그것을 못쓰게 만들었어. 법이 없는 세상, 홍범도는 자신이 법이 되려고 했어. 초지 공장의 사장이 금희네라는
여자를 건드렸고, 그로 인해 금희네는 자살을 하고 말았단다. 홍범도는
초지 공장의 사장을 죽이고 도망을 갔단다. 이때 갑신정변 때 죽은 친구 차이경의 동생들인 수경과 수이도
함께 데리고 갔단다. 홍범도가 차이경이 죽고 그들의 동생들을 보살펴 주고 있었는데 자신이 도망을 가고
나면 그들을 보살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야.
그들과 함께 간 곳은 신포수의 지인인 자담스님이 계시는 신계사라는
절이었단다. 그곳에서 차이경의 동생 수경과 수이는 수계를 받아 스님이 되었단다. 예전에 <홍범도 평전>을
읽었을 때 홍범도가 신계사에 있을 때 비구니와 사랑에 빠져 절을 떠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범도>라는 소설에서는 이런 설정을 했구나. 홍범도와 수경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거든. 홍범도가 신계사에 숨어
있었지만, 일경이 그곳까지 쫓아오게 되었고, 홍범도는 수경, 수이와 함께 다시 도망을 갔는데 도망가는 중에 수경, 수이와 헤어지게
되었단다.
2.
홍범도는 우연히 김수협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둘은 의기 투합하여 의병 활동을 하기로 했단다. 둘이서 일본군들을
처단했단다. 그러면서 주위의 다른 포수들과 농민들이 그들과 함께하겠다고 모였어. 그들은 어느 정도 조직도 갖추어지고, 일본군과 싸움에서 계속 승리를
거뒀단다. 그러자 그들의 소식이 다른 의병들에게도 전해지고, 유인석이
자신의 의병대와 연합하자는 제의가 왔어. 유인석이라고 하면 당시 조직이 꽤 큰 의병대를 이끌고 있던
사람이거든. 그들의 합류 제의에 의견이 분분했어. 홍범도는
낯선 이들과 연합이 장점도 있겠지만 좀 꺼려했단다. 그런데 김수협이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서 투표를 통해
연합하기로 결정했단다.
그런데 유인석의 의병대의 지휘부는 모두 유림 세력, 그러니까 양반들이었어. 유인석의 의병대는 신분제도가 아직 있었고, 그로 인해 미천한 신분에 대해 멸시하는 이들도 있었어. 그리고 홍범도의
의병대들이 다른 군장의 아래에 배치되었다가 나중에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어. 홍범도 의병대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조직 편대였지. 결국 일본군에 대패하고 말았어. 그의
정신적 동지였던 김수협도 죽고 말았단다. 결국 유인석 의병대와 연합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어.
홍범도는 남아 있는 자신의 의병대원들은 집으로 보내고, 혼자 활동했단다. 탄광에 위장취업을 해서 다이너마이트를 훔친 다음
일본인 행사장에 다이너마이트를 투척하기도 했어. 이 때 감옥에 투옥될 뻔했는데, 여염, 선형우 부부가 도와주어 피신할 수 있었단다. 여염과 선형우 부부는 홍범도를 함경도에 지내고 있는 러시아인 포수인 얀코프스키를 소개해주었고, 한동안 홍범도는 얀코프스키와 지냈단다. 그러면서 얀코프스키에게 러시아
총을 얻기도 했단다.
함경도에 지내면서 다른 포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신계사에서 도망갈 때 헤어진 수경, 수이 소식을
듣게 되었어. 그래서 수소문 끝에 수경의 집에 찾아가 재회했단다. 홍범도는
수경뿐만 아니라 아들 양순도 처음으로 만났단다. 양순은 어느덧 아홉 살이었어. 그곳에서 홍범도는 수경과 함께 지냈단다. 그의 고난한 삶 속에서
행복했던 몇 년이 그때였어. 둘째 아들 용환도 태어났어. 홍범도의
행복한 시간과 달리 나라 형편은 더 어려워지고 있었단다.
일본은 대한제국의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단다. 뿐만 아니라 민간들의 총기 소지도 금지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포수들의
총들도 압수한다는 거였어. 포수들에게 총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압수한다고? 홍범도는 함경도 포수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갔단다. 집에 있으면 총을
그냥 빼앗기게 되니까 말이야. 자연스럽게 다시 의병 활동을 하게 되었단다. 군대가 해산되면서 갈 곳 없어진 군인들도 의병을 하겠다고 왔어. 그
중에는 홍범도의 옛 군 동료들인 이정재, 이진도 있었단다. 특히
이진은 여자 포수 출신인데 명사수였단다. 이렇게 다시 모인 의병대는 후치령 전투에서 일본군의 공격을
막아냈단다. 홍범도의 첫아들 양순도 의병대에 합류했어. 의병대는
조직을 재건하면서 총대장을 임창근으로 하고 참모총장을 홍범도로 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이고, 어디까지 사실을
바탕으로 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 의병들의 뜨거운 열정만은 모두 사실이었단다. 이렇게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의병들의 헌신과 노력을 안다면 그들에게 그런 처우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말이야. 지금보다 더 많은 보상이나 혜택을 줘도 부족할 판에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조만간 2권 이야기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연해주의 여름.
책의 끝 문장: 양순이는 이렇게 남정과 함께 항일연합포연대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