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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제목은 잘 지어야 하는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암컷들>이란
책은 강렬하면서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에 끌린 것이 사실이란다. 영어로는 <Bitch>라고 했는데, 한국어 제목도 잘 지은 것 같구나. 지은이는 동물학을 전공한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루시 쿡이라는 분이란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스승이었대.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것이 위대하긴 하지만, 그것은 남성과 수컷 중심으로 되어 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것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지은이는 이 책의 첫 문장을 자신이 서글픈 부적합자라고 선언을 했단다.
기존의 진화론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거지. 시작 부분에 대충 이 책의 성격을 적고 있단다. 다윈 시대에 만들어진
진화론의 편견에 반기를 든 것이야.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책 전반에 설명해 주고 있단다. 동물학 석사까지 공부를 했지만, 영화제작자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글들이 딱딱하지 않았단다. 다만 아빠가 이 책에 내용들을 요약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버거울
뿐이란다. 아빠가 동물학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메모를
해두긴 했지만, 괜히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책에서 발췌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줄게.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을 적은 부분이 있어. 기존 학계에 만연한 수컷 중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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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기존
학계의 지배층이 동물계를 수컷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성들이었고 또 많은 분야에서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연구에 영감을 주는 질문 역시 남성의 관점에서 던져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암컷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수컷은 사건의 중심이자 모델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이 존재하는 토대이고 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엉망진창인 호르몬’에 좌우되는 암컷은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이
주변부에서 산만하게 얼쩡대는 이상치이므로 수컷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검토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암컷의
몸과 행동은 조사되지 않았다. 그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급기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암컷은 언제까지나 수컷의 노력을 보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구된 적이 없으니 들이밀 결과가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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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들은 대부분 암컷과 수컷의 성(性)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학창시절 배운 기억에 의하면 성염색체란 것이 있고,
성염색체가 XX면 암컷, XY면 수컷으로 결정된다고
배웠어. 이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구나. 어떤 동물은 XY 염색체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암컷과 수컷의 성 구별이 뚜렷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Y염색체는 앞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고, 사람도 450만년 이후 Y 염색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남자와 여자는 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성결정 유전자는 여전히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기후위기로
지구가 계속 폐허가 되어 가는데, 인류가 450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구나.
….
진화론자들은 여성이나 암컷들은 정절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고 했어.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암컷은
본능적으로 바람둥이라고 했어. 동물의 세계에서 일부일처인 동물은 극히 드물어 7%도 안 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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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동물의
왕국에서 암컷은 수컷에게 빼앗긴 성적 운명의 통제권과 알의 친자 결정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DNA 검사
기술로 도마뱀에서 뱀, 바닷가재까지 다른 암컷들의 정절이 속속 철회되었다. 일처다부의 경향은 모든 척추동물에서 발견되었고 무척추동물에서도 예외가 아닌 표준으로 선언되었다. 한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는 진정한 성적 일부일처는 극히 드물어 지금까지 알려진 종의 7퍼센트
미만에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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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사실 다른 암컷과 비슷한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윤리라는 이름으로 정절을 중시하고 일부일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더구나.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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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34)
여성의
성적 취향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400~500만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추측의 영역이다. 인간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건 동부요정굴뚝새도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M. 버스 같은 진화생물학자는 모든 여성이 아이들을 가장
잘 부양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일부일처를 추구한다는 생각을 즐길지도 모르지만, 만약 정절이 여성의 타고난
자질이라면 왜 그렇게 많은 문화에서 여성의 성생활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겠냐고 허디는 묻는다. 통제 수단이
비방의 말이든 이혼이든 심하게는 할례이든 간에, 그 이면에는 여성을 방치하면 성적으로 난잡해진다는 보편에
가까운 의심이 깔려 있다. 허디가 지지하는 새로운 관점은 여성이 가진 성적 성향의 잠재력을 억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가부장적 사회 체계가 진화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여성의 정절이 대단히 유연하게
작용한다. 처한 환경과 다양한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뿐, 아무리
유행하는 패러다임이라도 배우체의 숙명으로 여성의 정절을 예측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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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암컷들도 있구나. 암거미의
경우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컷을 먹는다고 하는구나. 짝짓기를 하는 동안 에너지를 소진했고 2세를 낳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해서 그렇게 진화를 했을 텐데, 그렇다면
수컷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짝짓기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좀 불쌍하기도 하구나. 수거미들도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는구나. 그럴만한
것이 암거미의 덩치가 수거미의 보통 수십 배가 된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검은낚시거미의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서 자살을 한다고 하네. 암컷의 먹이가 되기 위해서 말이야. 문득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나는구나. 이 모든 것이 유전자들의 조정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
암컷은 유능하기도 해서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들로부터
수정되지 않도록 생식기가 진화한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암오리의 경우 생식기가 나선형으로 꼬여 있어서
원치 않은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할 경우 제대로 짝짓기를 못한다고 하는구나.
…
생각과 달리 암컷들이 험악하고 무서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새끼를 임신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유전자가 조종했는지 모르겠지만
찐한 모성애가 생기는데 그것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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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옥시토신은 근본적으로 엄마가
되는 실질적인 생리 과정과 연관되어 있어요.” 로빈슨이 내게 설명했다.
이 호르몬은 부드러운 근육 수축제로 작용하여 포유류에서 자궁이 아기를 밀어내도록 자극한다. 옥시토신이라는
명칭도 그리스어로 ‘신속한 출산’이라는 뜻에서 왔다. 또한 옥시토신은 유두에서 젖이 나오는 것도 촉진한다. 분만의 물리적
과정은 혈류에 있는 옥시토신에 의해 자극된다. 그러나 출산 중에 자궁경부가 확장되고 질이 늘어나면 그때부터
뇌에서는 전능한 옥시토신이 물밀듯이 쇄도한다. 그 결과 이 천연 아편제는 초보 엄마가 세상에 갓 나온
아기와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단단히 준비시킨다.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면 엄마의 뇌는 옥시토신에 흠뻑
적셔져서 아기를 돌보는 일에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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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나 만화를 보면 무리를 이끄는 리더는
주로 수컷이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대. 대표적인 영화로는 <마다가스카르>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무리의 리더는
수컷으로 나오는데,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늘 암컷이 지배를 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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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영화 <마다가스카르>에서 아프리카의 이 커다란 섬은 줄리언 대왕이라
불리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지배한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들이 사실주의적 묘사로 유명한 건 아니지만
줄리언 대왕이 실제 마다가스카르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그를 신뢰할 만한 인물로 판단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영화 속 줄리언 대왕의 설정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실제로도 마다가스카르에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많이 살지만 그들의 리더는 왕이 아니라 여왕이다. 영화 제작진은 자신들이 만든 영화에서 남성을 지배자로
내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지 몰라도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사회를 지배하는 성은 단연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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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세계만 그런 건 아니란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이라고 하는 보노보도 암컷이 지배하는 모계 사회라고 하는구나. 인간과 이렇게 가까운 보노보가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인데 왜 인간은 남자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것은 유전학적 진화가 아닌 사회적인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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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결국
인류 과거에 대한 가장 적절한 재구성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특징을 섞은 형태일 것이다. 그것이 침팬지에
더 가까웠는지 보노보에 더 가까웠는지는 영원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게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기에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다르다. 보노보 사회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노보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성이 공격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행위와 능력은 환경적, 사회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여성에게 힘을 부여한 핵심적인 요소는 압제적인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자매결연의 힘이다. 여기에서 자매란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까지
모두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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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은 배란주기를 가지고 있어 주기적으로 마법에 걸리곤
하는데, 그것이 어느 나이가 지나면 더 이상 마법이 걸리지 않게 되는 폐경이 오는데 아빠는 이것이 모든
포유류들이 그러는 줄 알았어. 자연적으로 완경(完經)에 이르는 동물들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들뿐이라고 하는구나. 하기야 종족번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좋겠지. 그러면
이빨고래 4종과 인간은 완경을 하도록 진화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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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진경한
완경(完經)은 생식기관의 노화와 신체의 노화가 분리될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생식기관은 몸의 다른 부분보다 더 빨리 늙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폐경을 경험한 고릴라는 공짜 식사와 건강 관리로 수명이 인위적으로 연장되었다. 야생에서 고릴라 암컷은 35~40년을 살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60년까지도 살 수 있다. 몸과 뇌가 난소의 나이를 넘기는 것이다. 5000종의 포유류 중에서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완경에 이른다고 알려진 종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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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산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는데 이 새는 알을 한번에 알을
하나만 낳는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둥지에 알이 있다면 하나만 있는 게 정상이래. 그런데 간혹 둥지에 알이 두 개인 경우가 있어 의문이 들었대. 계속된
관찰을 통해 그 비밀이 풀렸다고 하는구나. 그것은 알이 두 개 있는 둥지는 동성연애를 하는 레이산알바트로스들의
둥지였대. 그들은 종족번식을 위해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했지만, 암컷
둘이 한 둥지에서는 평생을 지낸다고 하는구나. 이것도 유전자의 장난?
그렇다면 이건 어떤 이유에서?
…
너희들도 학교 과학 시간에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배우게 될
텐데, 무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은 주로 단세포 등 적은 세포로 이루어진 동물들이 대부분이란다. 그런데 점점 무성생식(단성생식)을
하는 종들이 늘어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계속 무성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고 유전자의 다양성을 위해서 10~20세대 중 한 번은 양성생식을 하기도 한대. 작은 동물들이
아닌 상어도 단성생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구나. 다행인지 포유류는 생물학적으로 단성생식이 불가하다고
하네. 그리고 흰둥가리나 따개비 중에는 자라면서 성전환하기도 한대. 이런
사실은 다윈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주장한 성선택설 때문에 일부러 배제했다고 하더구나.
…
이 정도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았어. 이것들의 공통점은 그 동안의 과학이 암컷을 배제하거나 왜곡되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었단다. 지은이는 이런 노력들을 하면서 동물들의 세계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보자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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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과학이
동물의 암컷을 얼마나 왜곡해왔는지를 책으로 쓰겠노라 처음 마음먹었을 때, 그 이야기가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고 내 대상이 이토록 문화적으로 오염되어왔는지도 몰랐다. 나는 막연하게 과학이란 당연히 과학적일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성적이고 증거에 기반하여 실험을 통해 추론되고 오염되지 않은 지식이라고
말이다. 내가 대학에서 복음처럼 배운 진화생물학의 기본 개념들이 편견에 의해 왜곡되어왔다는 것은 충격적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의 편견에 맞서게 되었고 과연 우리가 개인적 인지의 족쇄에서 벗어나 동물의
세계를 진정 공정한 눈으로 볼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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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과 수컷은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주고... 여자와 남자도 반대말이 아니고 비슷한 말인 것.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서글픈 부적합자가 되었다.
책의 끝 문장: 생물학적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우리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것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합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
X 염색체와 비교했을 때 Y 염색체는 가장 약한 녀석이다. 제대로 크지도 못했고 유전물질도 훨씬 적게 갖고 있다. 그러나 염색체에서는 크기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암호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Y 염색체에는 SRY(Sex-determining Region of the Y, Y 염색에의 성결정 지역)라는 아주 중요한 성결정 유전자가 자리 잡고 있다. - P54
조직개념은 테스토스테론의 전능함만을 강조해왔지만 에스트로겐 역시 강력한 호르몬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앞에서 본 것처럼 개구리의 성을 전환하는 능력과 함께 테스토테론만큼이나 발생 초기에 동일한 조직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드러났다. 또한 크루스는 에스트로겐을 차단하여 발생 중인 도마뱀 암컷의 성을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에스트로겐은 분명 암수의 성 발달을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이후에도 성적 행동을 활성화하는 근본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이 ‘여성’ 성 호르몬은 정소와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일부 종에서는 수컷의 교미 행동을 자극한다고 밝혀졌다. - P74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진화적 영향력을 가진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처럼 어미가 아닌 다른 개체와의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연한 애착 관계는 엄마로 하여금 유일한 부모상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덜어주고 훨씬 넓은 범위의 돌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버려진 새끼를 입양한 회색물범의 경우처럼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애초에 공동 양육이 진화한 종도 있다. 이는 ‘이중 업무’, 소위 투잡을 뛰어야 하는 동물의 어미에게 엄청난 이점이다. - P250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스테로이드에 심각하게 중독된 갈매기처럼 보인다. 22종의 알바트로스 중에서 체구가 가장 작을지 모르지만 날개를 활짝 펴면 농구계의 거인 르브론 제임스도 꼬마처럼 보일 정도다. 이 바닷새의 특별한 체격은 역동적인 활공에 최적화되어 해양의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 날개 한 번 움찔대지 않고 푸른 지구를 수천 킬로미터나 항해할 수 있다. 알바트로스는 물갈퀴 달린 발로 한 번도 땅을 밟지 않고 바다에서 몇 년을 보낼 수 있다. 지구력만큼 이길 자가 없는 이들은 선원과 시인과 신화 창조자들에게 똑같이 신성시되었다. - P379
"저는 학계의 테러리스트예요." 러프가든이 농담처럼 내게 말했다. "영욱에서 다윈은 일개 과학자가 아닌 국가의 영우이죠. 다윈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은 영국 정체성의 일부입니다. 그 바람에 영국 진화생물학계는 보수적인 성향이 아주 강하게 되었지요."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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