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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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유시민 님의 신간이 나왔단다. 지금까지 쓰신 책들과 결이 다른 책이었어. 책 제목에 이미 어떤 책인지 알려주는구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아빠는 처음에 제목을 슬쩍 봐서, <문과 남자의 이과 공부>인줄 알았단다. 나중에 다시 책을 검색을 해보니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더구나.

유시민 님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다녔단다. 지금과는 다르겠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들어가려면 문과이긴 하지만 수학과 과학도 공부를 꽤 잘해야 할 것 같은데, 유시민 님은 수학과 과학은 잘 못했다고 하더구나. 그래도 시험은 잘 봐야 하니까, 많은 문제를 풀어 패턴을 외워서 시험을 풀었다고 했어. 난관이 있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해결책을 찾으셨구나. 유시민 님의 부인되시는 한경혜 님은 유시민 님이 그렇게 취약하다고 한 수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는구나. 그것도 박사까지 밟으셨대. 이번 책의 기획은 그런 아내 분께서 제안을 해서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유시민 님께서 과학 분야의 책들도 여럿 읽었으니 그런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라고 말이야.

아빠가 생각하는 유시민 님의 장점은 어떤 내용에 대해서 먼저 자신이 이해를 하고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쉽게 잘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단다. 유시민 님께서 과학 분야는 잘 모른다고 했지만, 읽으신 과학 책에 대한 내용은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줄 거라 생각했단다. 이 책에서 소개한 교양 과학책들 중에는 아빠도 읽은 책들도 여럿 있었단다. 아빠는 그 내용만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유시민 님께서는 그 내용을 인문학적 영역으로 확장해서 설명을 해주셨단다. 역시 유시민 님이구나.

그냥 과학책의 리뷰로 끝났다면 다른 독서 리뷰책과 다를 바 없었을 텐데, 유시민 님의 색깔을 덮여 놓으니 색다른 장르의 책이 하나 나온 듯싶었단다. 이번에는 과학과 인문학의 콜라보였는데, 다음에는 또 다른 분야, .. 예를 들어 예술과 인문학의 콜라보이런 소재로도 책을 써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예전에 인문학 교양을 겸비한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 반대로 과학 교양을 겸비한 인문학자는 좀 낯설구나. 유시민 님은 인문학의 위기를 과학 공부를 하는 인문학자가 없다는 데서 보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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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인문학이 진짜 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때다. 나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가 아닌지 의심한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굳이 과학 공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인문학 위기론을 꺼냈다. 나는 인문학자가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실을 활용하지 않는 데서 인문학의 위기가 싹텄다고 본다. 운명적 문과로서 인문학 책만 읽으며 살았던 내가 요즘은 인문학 책이 재미없다. 강력한 지적 자극을 받은 경우가 드물다. 무엇인가를 새로 아는 즐거움을 주거나 오래된 생각을 교정하도록 격려한 것은 과학 책이었다. 설마 나만 그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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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과학 공부를 하는 가이드도 함께 이 책을 통해서 주었단다. 우리 같이 일반 사람들은 과학 전공까지 볼 필요는 없다고 하고 교양 과학 서적과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유튜브만 봐도 충분하다고 하셨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는 순서대로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 순으로 이야기를 주고 있단다. 뇌과학에서는 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뇌과학 측면에도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뇌과학 측면에서는 나는 내일 바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단다. 그리고 아빠와 같은 나이에서는 점점 퇴화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살아온 날이 많아지는 만큼 데이터는 쌓이지만 뇌는 어리석어진다고…. 늘어나는 데이터와 어리석어지는 뇌를 잘 조합해야 꼰대가 되지 않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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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00)

뇌과학자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뉴런은 서로 연결함으로써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과 거꾸로 뉴런의 연결 패턴에 영향을 준다.’ 자아가 뇌에 그저 깃들어 있는 게 아니라 뇌를 형성하고 바꾼다는 말이다. 물질이 아닌 자아가 물질인 뇌를 바꾼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내 뇌는 매순간 퇴화하고 있다. 내 자아는 날마다 어리석어지는 중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어지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내 뇌의 뉴런이 순조롭게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세상과 연대하며 낯선 곳을 여행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뇌에 새로운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어리석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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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물학 분야에서는 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책인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대해서 이야기를 한단다. <종의 기원>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인데 정치인들은 이것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고 했단다. 우파는 <종의 기원>을 오남용해서 약자들을 그냥 두라고 이야기하고 극단적인 우생학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좌파는 <종의 기원>을 배척했는데 그 이유는 우파가 <종의 기원>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다윈주의를 제대로 이해할 생각은 하지 않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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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다윈의 이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다. 누구는 진화론을 오용(誤用)해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누구는 진화론을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준 이론이라 비난하고 배척했다. 오용한 쪽은 우파’, 배척한 쪽은 좌파. 우파와 좌파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다윈주의와 관련해서는 그나마 수월하게 구별할 수 있다. 우파는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으로 간주하고 격차와 불평등을 발전의 동력이라고 옹호하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과 집단이다. 좌파는 사회적 약자, 착취당하는 사람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려는 개인과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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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관련해서 소개한 또 다른 책은 <이기적 유전자>란 책이야. 이 책은 아빠도 예전에 읽어봤는데, 번역이 좋지 않은 판본으로 읽어서 안 좋은 기억만 남았는데, 그 책의 요점은 유전자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조종한다는 내용이야. 유전자 자신들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몸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것이지. 유전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도 감수한다고 것도 기억이 나는구나. 이런 유전자의 가설에 있어 유전자들이 모인 개체들이 간혹 취하는 이타주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도 유전 연관도라는 내용으로 증명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개체가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유전자 입장에서는 이득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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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오해할까 봐 다시 강조한다. 유전자는 친족이타주의를 설계하지 않았다. 유전자는 그 무엇도 설계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를 복제할 뿐이다. 일꾼개미와 여왕개미의 분업은 유전적 우연과 자연선택이라는 필연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출산과 양육을 위해 헌신하도록 진화한 것은 자식을 잘 돌보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번식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자연선택은 어떤 종 어떤 개체한테도 특권을 주지 않으며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식을 돌보는 것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 훌륭해서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다. 해밀턴은 그 모든 형태의 친족이타주의에 유전 연관도라는 생물학적 기초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는 그 이론에서 물질의 증거를 토대로 대상의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서는 과학의 매력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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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소와 원자라는 의미가 헛갈리곤 하는데, 유시민 님도 원소와 원자가 헛갈리셨나 보구나. 원소와 원자의 차이를 정의해 주었단다. 그러면서 원소는 호모 사피엔스, 원자는 한 사람으로 비유하셨는데,

적절한 비유로구나. 나중에 원소가 호모 사피엔스였는지 원자가 호모 사피엔스였는지 헛갈리면, 원자(原子)의 한자에 아들(사람)을 의미하는 한자가 있으니 원자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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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70)

우주의 모든 물질은 원소(元素)’로 이루어져 있다. 결합해서 어떤 물질의 분자를 이루는 원소는 보통 두 종류 이상이지만 산소, , 다이아몬드처럼 원소가 하나인 물질도 많다. 더 작게 나누면 고유의 성질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물질의 기본 성본인 원소는 원자(原子)와 같고 또 다르다. 물리학 책에는 주로 원자가 나오고 화학 책에는 원소와 원자가 뒤섞여 나온다. 한참을 헤맨 끝에 나름대로 이해했다. 원자는 원소의 한 단위다. 생물학 언어로 하면 원소는 호모 사피엔스, 원자는 한 사람이다.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화학자에게는 원소가 중요하고, 미시세계의 역학을 탐구하는 물리학자에게는 원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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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분야에서는 주기율표에 얽힌 이야기와 탄소와 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기후 위기로 탄소 농도가 점점 높아져서 골치가 아픈데, 생명체를 이루는 요소에도 탄소는 아주 중요한 원소란다. 아마 우주에서 다른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그 생명체도 탄소가 주요 원소일 것이라고 하더구나.

물리학 부분은 주로 현대 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단다. 현대 물리학의 두 가지 거대한 이론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유시민 님이 양자역학의 대중화에 힘을 쓰신 김상욱 교수님과 친분이 있으시니, 양자역학에 대해 더욱 잘 설명해 주시는 것 같았단다. 아빠도 두 분이 함께 나오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좀 봤는데 서로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어.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하나로 모으려는 통합이론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 통합이론 또는 통일장이론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언제쯤 밝혀질까. 일반인인 아빠도 무척 궁금하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아빠도 관심이 많아 다른 책 이야기할 때 여러 번 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준 것은 수학 분야란다.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하는 수학의 정리들은 아빠가 봐도 아름답더구나.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 부르는 오일러의 공식은 아빠도 인정한단다. 그런 간단하고 공식을 찾고자 많은 수학자들이 있었나 보구나. 수학자들 중에는 특히 괴짜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하나의 수식, 하나의 증명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들도 참 많단다. 유시민 님들은 그 중에 몇 명의 수학자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너희들은 수학자가 안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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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수학을 모르면 우주의 철학을 알 수 없다고 했던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을 받고 피렌체 변두리의 시골집에 갇혀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냈다. 수학자들이 가우스에 버금가는 수학 천재로 인정하는 뉴턴은 다른 과학자들과 숱한 연구업적다툼을 벌였다. 가우스는 냉담하고 무지한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을 고달프게 보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아내와 두 자녀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오일러는 백내장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생애 마지막 15년 동안 앞을 보지 못했다. 갈루아는 프랑스대혁명에 가담했다가 스무 살에 감옥에 갇혔고 스물한 살에 결투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 라마누잔은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했고 극단적 채식으로 건강을 해쳐 서른세 살에 죽었다. 칸토어는 마흔도 되기 전에 우울증에 걸려 수학 연구를 그만두었고 극심한 망상 증세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정신병원에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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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짧은 지식으로 과학과 인문학이 잘 어우러진 이런 책의 독서편지 쓰기는 역시 어렵구나.


PS,

책의 첫 문장: 2009년 봄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인생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런 아쉬움을 느끼는 문과가 없기를  바라면서 과학에 관한 인문학 잡담을 마친다.


공부에는 너무 늦은 법이 없다는 말, 수학에는 통하지 않는다. 두뇌가 원활하게 돌아가던 젊은 시절에도 되지 않았던 수학 공부가 노년에 접어드는 지금 될 리 없다. 그런 나를 세이건 선생과 도킨스 선생이 격려해 주었다. ‘수학을 몰라도 돼. 내가 인간의 언어로 말해 줄게.’ 나는 그들의 말을 일부 알아들었다. 용기를 북돋워 주는 문장도 만났다.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 하는 방법이다." 문과라도, 나이를 먹었어도, 과학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 P31

‘나는 나를 알아!’ 흔히 하는 착각이다. 나도 한때는 착각했다. 나는 조용히 방에서 혼자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편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다. 내게 잘해주는 사람도 좋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더 좋다. 부자한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시민을 돕는 데 찬성한다.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하다면 전기요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고 배달 음식 주문을 삼간다. 외모를 꾸미는 데 돈 쓰기를 주저한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 지옥과 천국, 윤회, 육체와 분리된 영혼, 구원, 영생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지성을 뽐내는 사람은 부러워하지만 돈과 권력을 자랑하는 사람은 경멸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러면 나를 아는 것인가? - P45

어느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원 평균 연봉의 1000배를 가져가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연봉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지 생산에 1000배 더 기여해서가 아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똑 같은 작업을 하는 원청 소속 노동자의 절반 수준 시급을 받는 것은 중간착취와 불평등을 허용하는 제도 때문이지 생산 기여도가 낮아서가 아니다. 한계생산력분배이론의 오류는 신경세포의 작동 원리를 물리법칙 형식으로 만들어 신경세포와는 무관한 경제현상에 적용한 데서 생겼다. 아름다운 수학을 썼다고 해서 진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그 이론을 강단에서 가르치고 대중에게 전파한다. 부자가 좋아하는 우화를 퍼뜨리면 보상이 따라온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 P62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인문학자들은 오랜 세월 인간 본성을 두고 논쟁했지만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논쟁을 종결하려면 사실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인문학자는 하지 못했던 그 일을 신경과학자들이 해냈다. 1992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연구진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발화하는 원숭이 두피질의 일부 뉴런이 다른 원숭이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도 발화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후속 연구자들이 인간의 뇌에도 같은 기능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울신경세포’라는 멋진 이름을 얻은 그 세포는 세상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마음을 읽는 세포’라거나 ‘문명을 만든 뉴런’이라고 명예로운 별명도 생겼다. - P85

유전자는 특정 종의 생존에 관심이 없다. 모든 종의 모든 개체에 서식하고 있으니 어떤 종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서 지구를 구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공감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없을 때도 지구와 생물은 존재했다. 인류가 사라진다고 해도 지구에는 아무 문제 없다. 기후위기와 핵폭탄에서 우리 자신을 구하려면 인류 전체가 협력해야 하는데, 호모 사피엔스가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할 근거가 없다. 그래도 무언가 하긴 해야 한다. 우리 자신 말고는 누구도 우리를 구할 수 없으니까. - P159

엔트로피 법칙은 우주의 묵시록이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나는 러셀의 말에 공감한다. 신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엔트로피 법칙은 영원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미가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도 자연에도 생명에도 주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진다. 길든 짧든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아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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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석사과정중 2023-10-04 0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어서 댓글 답니다.

˝우파는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으로 간주하고 격차와 불평등을 발전의 동력이라고 옹호하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과 집단이다??? 좌파는 사회적 약자, 착취당하는 사람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려는 개인과 집단이다????˝

우파 정책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메시지와 정책이 얼마나 많은데, 한쪽 진영을 약자보호를 경멸하는 개인과 집단으로 매도하시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여러 댓글을 보며 예측해보건데 40~50대로 보이고, 님의 아들 딸은 저랑 비슷한 20대인것같습니다. 아들 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고 하셨으니 자녀 세대로서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편향적이고 편협한 얇은 지식이 아닌, 넓고 본받을 만한 지식을 다음세대에 전수해주는 것이 올바른 어른이자 부모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대들이 정해놓은 사회적 틀안에 저희세대를 가두려는 시도를 멈춰주시고 저희세대는 이것을 강력히 거부합니다.
좌파 우파 그거 모릅니다. 관심없습니다. 다만, 한쪽 진영만이 사회적으로 약자를 돌보고 평등을 추구하는 선한집단, 반대집단은 기득권을 놓치않은 악의 집단이라는 아주아주 좁디좁은 사고의 틀을 제발 그쪽 세대에서 끊어주세요. 그러한 유산을 저희 세대는 강력히 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