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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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천선란 님의 신간이 나오면 문자가 온단다. 이번에 읽은 <이끼숲>이라는 책은 그렇게 알게 되어 읽은 책이란다. 아빠가 좋아하는 SF 소설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SF 소설인데, 천선란 님의 소설들이 그런 아빠의 취향에 딱 맞는 것 같단다. 그리고 Jiny도 천선란 님의 책을 읽곤 하니까 같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출간 문자를 보자마자 구매했단다.

이번 책은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이렇게 3편이 실려 있는데, 독립적인 소설이 아니라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연작소설이란다. 아빠는 이런 소설 구성을 좋아한단다. A라는 작품에서는 까메오나 단역으로 나왔던 인물이 B라는 작품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구성 말이야. , 그럼 이야기를 해볼게.


1.

먼저 <바다눈>이라는 작품을 이야기 볼게. 먼저 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해주어야겠구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지하 세계를 구축해서 살고 있단다. 왜 지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지는 소설의 뒷부분에 나오니 그때 자세히 이야기해주겠지만, 대략 왜 그런지는 추측해 볼 수 있겠구나. 대기는 점점 오염되고 이상기후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서, 지상에서는 살 수 있게 되어서 지하에 살고 있을 것 같구나.

<바다눈>의 주인공 마르코는 15살로 제작실 경비를 서고 있단다. 마르코의 친구들로는 소마, 유오, 톨가, 의주 등이 있단다. 경비를 서던 마르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끌려 갔는데, 그곳에는 은희라는 동갑내기 경비원이 있었어. 그 이후 마르코와 은희는 친하게 되었단다. 마르코는 은희에게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은희는 마르코를 지하 깊이 위치하고 있는 재즈바에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 주었단다. 은희는 그곳에서 이미 유명했었어.

마르코가 따르는 선배 커커스가 있는데, 커커스를 비롯하여 많은 동료들이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했어. 마르코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 동참하지 않았고, 파업한 이들을 대신하여 대리 근무를 하게 되었단다. 은희는 집안일로 결근을 하였고, 마르코는 은희의 집을 찾아갔단다. 은희는 외진 곳에서 좋지 않은 집안 환경이었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었어. , 가슴 아픔 이야기인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지은이의 경험에서 소재를 따 온 것 같구나. 지은이 천선란 님의 어머니는 많지 않은 나이에 치매에 걸려서 고생하시고 계시거든. 치매라는 것이 완치는 없다고 하는데, 부디 진행이 아주 천천히 되길

금방 끝날 것은 파업은 길어지면서 4개월간 이어졌고, 커커스는 마르코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해서, 마르크도 고민 끝에 서명을 했단다. 하지만 그들의 파업은 실패를 했어. 그래도 회사가 내년에는 임금을 인상해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도 되려나. 긴 파업 투쟁 동안 커커스는 그만 건강을 잃고 말았고 어디론가 사라졌어.

그 해 마지막 날, 회사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어. 그리고 다른 회사가 인수를 한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내년도 임금 인상은 사라졌지. 새로 인수한 회사는 그런 약속을 지킬 의무가 없다면서, 이런 개 뼈다귀 같은 소리가 있니. 부도가 난 것도 거짓일 수 있어. 임금 인상을 해주기 싫어서 회사 명의만 지인이나 친척에 넘길 것일 수도어느 곳에나 직원들을 하나의 부속품처럼 보는 회사의 본능은 똑같구나.

그 해 마지막 날 마르코는 다시 은희의 집을 찾았단다. 하지만 은희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계속 찾아갔지만 나타나지 않았단다. 마르코와 은희가 애틋한 정을 쌓아가던 소설의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우울하고 암울함으로 가득 찬 이야기였단다. 어쩌면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싶구나.


2.

두 번째 소설은 <우주늪>이라는 소설이란다. 의주와 의조는 쌍둥이란다. 의주는 앞선 소설 <바다눈>에서도 마르코의 친구로 잠시 등장했단다. <우주늪>의 주인공은 의주의 쌍둥이 동생 의조였단다. 미래에서는 계획에 없는 사람들은 사회 생활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었단다. 지하 세계에서 살아가도 보니 사람수에도 제한을 두고, 신고 받은 사람만이 칩을 받고 머리에 그 칩을 심어야 했단다. 그 칩이 없는 사람은 제거당할 수도 있었어. 의주와 의조를 임신했을 때 쌍둥이였던 것을 몰랐던 부모님은 한 명만 신고를 했고, 칩도 하나만 받게 되었단다. 나중에 쌍둥이인 것을 알게 되고 칩을 하나 더 받으면 좋았겠지만, 그곳 세계에서는 그런 것이 용납되지 않는 콱 막힌 사회였던 것 같았어.

부모님은 결국 부모님들의 가위바위보를 해서 칩을 넣을 아이를 결정했고, 그렇게 의주의 머릿속에 칩을 넣었단다.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할 의조를 부모님은 죽여야 했지만, 자기 자식을 죽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되겠니. 부모님은 의조를 집안에서만 키우기로 했단다. 집에서만 지내는 어린 시절 의조는 어느날 집 밖으로 나갔다가 이를 알게 된 아버지가 혼비백산이 되어 의조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단다. 다행히 칩 센서가 설치된 곳까지 안 갔고, 의조를 알아챈 사람들도 없었어. 그 이후 의조는 계속 방안에서는 지냈고, 의조는 자기 대신 선택되어 바깥 생활을 하는 의주를 미워하기도 했단다.

의조는 어느날 도시의 환풍구를 위한 배관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배관통로를 통해 도시 곳곳을 다니게 되었단다. 주로 의주가 다니는 곳을 돌아다녔어. 가끔 창살 밖 세상을 쳐다보기도 했는데, 그때 창살 밖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어. 나중에 둘은 대화도 나누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치유키로 의주의 친구 중에 한 명이었어. 치유키는 의조를 알게 된 사실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둘은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등록이 안된 의조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지.

의조는 배관통로를 다니다가 벽에 이곳은 위험하니 가지 말 것이라는 내용의 낙서를 했어. 이건 자신을 위한 낙서였단다. 그런데 어느날 그 낙서에 답변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단다. 그러니까 배관통로를 은밀히 다니는 존재가 의조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이지. 의조에게는 꿈이 있단다. 치유키가 알려준 폭탄이 가득 들어 있는 방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폭탄을 이용해서 이 도시를 날려버리는 것…. 의조는 그 꿈을 위해 오늘도 배관통로를 산책하고 있단다. 의조 같은 삶이라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까. 자신을 그렇게 만든 그 세상을 없애고 싶어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가는구나.


3.

세 번째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끼숲>이란다. 마르코의 친구 소마는 통신국에서 일하는데 며칠 째 회사에 안 오고 있었어. 소마가 그렇게 집에만 있는 이유가 있었어. 얼마 전에 친구 유오가 죽었기 때문인데, 유오가 죽은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이었어. 유오가 하는 일은 건축 관련 일인데, 그 일이 좀 위험한 일이었단다. 유오처럼 위험한 일을 하는 경우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클론을 만들어 놓는단다. 그 클론이라는 중상을 입을 경우를 대비한 것인데, 이번처럼 죽었을 경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단다. 유오처럼 클론의 주인이 죽은 경우는 더 이상 클론이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클론을 폐기하게 되는데, 유오의 클론도 폐기하기로 결정되었고, 그 소식을 마르코가 소마에게 전해주러 왔단다.

마르코는 소마에게 유오의 클론을 막아야 하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고, 소마도 그 생각에 동의했단다. 유오가 죽기 전 꿈이 있었는데, 마르코와 소마는 유오의 꿈을 유오의 클론으로 이루어 주자고 했어. 유오의 꿈은 지상 세계에 있는 숲에 가는 것이었단다. 유오의 클론이 비록 유오의 기억까지 갖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마르코와 소마의 친구들인 의주, 톨가, 치유키 등도 그들을 도왔단다.

<이끼숲>에 왜 그들이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나온단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광합성을 잘하게 하려고 오래된 나무를 뽑고 그 자리를 어린 나무로 심는 정책이 있었어.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정책이었던 것 같은데 이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정책이란다. 소설에서는 그렇게 심은 어린 나무들에 전염병이 생겼고, 전염병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오히려 산불로 전염병의 경로를 차단하자고 했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악영향만 주어 산불과 나무의 전염병으로 황폐화되었고, 더 이상 지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지하 세계를 건설하고 그곳에서 생활했던 것이란다.

이 지하 세계의 꼭대기는 숲으로 이루어진 돔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로 그곳까지 가 본 사람은 드물었단다. 소마와 마르코의 친구들과 함께 유오의 클론을 빼왔고 소마가 유오의 클론을 업고 돔까지 도착했단다. 돔에는 지하세계의 통치자가 있었는데 소마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어. 그 통치자는 마치 소마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돔에는 소문과 달리 숲이 없었고, 말라 비틀어진 나무들만 있었단다. 그곳도 이미 죽음만 가득한 공간이었단다. 통치자는 소마가 돔 밖에 나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걸 막지 않겠다고 했어. 그 또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보였단다. 소마는 유오의 클론을 업고 돔 밖으로 나갔어.

거대한 녹색 벽이 보였단다. 소마는 무작정 그 벽을 향해 갔단다. 벽 근처에 가니 그 벽의 정체가 드러났단다. 거대한 숲의 시작이었어. 그곳까지 유오의 클론을 업고 온 소마는 지쳤고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단다. 잠에서 깬 소마, 그곳에서는 깨어난 유오의 클론이 있었어. 그런데 그 클론이 유오의 기억마저 갖고 있었단다. 그렇게 유오의 꿈은 완성되었단다.

올 여름은 엘리뇨 때문에 경함하지 못한 엄청난 장마를 겪고 있단다. 그와 함께 무더위도 함께 찾아왔는데,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겠지. 그 뿐만 아니라 얼마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을 연일 경신하고 있어. 기후 위기는 이제 미래가 아니고 현실이란다. 이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될 거야. 어쩌면 이 소설처럼 지하 세계를 건설해야 할 수도 있어. 그런 지하 세계에서라도 생활할 수 있으면 다행일 수도이런 비극적인 미래를 막기 위해서 모든 인류들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이미 편안함에 익숙한 사람들이 할 수 있을는지

정말 걱정이구나.


PS:

책의 첫 문장: 노래가 들려온 건 제작실 서문 쪽에 있는 반 층짜리 계단 아래였다.

책의 끝 문장: 절대로.

"너 그 사람의 목소리에 흠뻑 빠졌구나! 그 목소리를 사랑하는 거야. 상대방이 가진 만 가지의 특징 중에서 단 하나의 특징이 마음에 쏙 들어오면, 사랑이 시작되는 거 같아. 나는 그 형이 문장 끝에 마침표를 잘 찍는 게 그렇게 좋았어. 다른 사람들은 그 말투가 딱딱해서 정이 안 간다고 하던데, 나는 자기 생각이 확고한 사람 같아서 좋았거든." - P40

"인간 복제는 인간의 한계 같아. 그 한 사람을 온전히 살릴 수 있다면 아무도 인간 복제 따위는 하지 않으려 할걸. 인간은 영생에 실패했고, 뇌 정복에 실패했어. 전부 다 실패했어. 고작 똑 같은 인간 만들고 땅이나 파고 있다니. 최악의 진화 아니니? 이런 세상인 줄 알았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건데. 너는?" - P69

어떤 것도 안 됐을 거야. 지상이 황무지라고 하더라도 어쩌다 남은 들꽃 한 송이에 그 애는 모든 가진 듯 행복해했겠지. 세계를 지배한 절망보다 나약하게 핀 희망을 사랑했을 테니까.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면서. - P156

이끼가 처음 등장하고 그로부터 일억 년 후, 관다발식물이 등장해 지표면세 붙어 퍼지는 이끼와 다르게 하늘로 솟아오르며 광합성을 시작했다. 고생대 데본기에 들어선 뒤에야 흩어져 있던 식물들이 군집을 이룬 숲이 등장했다. 고생대 초창기에는 커다란 고사리류가 이끼와 함께 지구를 뒤덮었다가, 고사리류는 버티지 못하고 멸종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침엽수 수목들이 대신하고 꽃은 더 나중에야 등장한다. 식물의 생태는 침묵 속에서 그 어떤 생태보다 소란스럽게 격변했다.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숱한 개체가 근본 없이 생겨나는 동안 이끼는 가장 낮은 곳에,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축축한 틈 곳곳에 머물고 있다. 멸종되지 않고. - P163

바위틈에도 살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살고 멸망한 도시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잖아. 고귀한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 햇빛을 많이 보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물을 마시지 못해 메마를 일도 없게. 그렇게 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시시하겠지만 조금 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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