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과학 허세 (리커버판, 양장)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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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양자역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유튜브에서도 양자역학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았거든. 그때 안될과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과학 관련 유튜브 답지 않게 구독자도 엄청 많았단다. 그 채널은 무엇보다 알기 쉽고 재미있게 편집하여 설명해주었단다. ‘안될과학에 올라온 몇몇 영상을 보고 나서 왜 구독자가 그렇게 많은지 알게 되었고, 아빠도 구독 버튼을 눌렀단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안될과학의 영상을 보곤 했단다.

안될과학의 패널 중에 한 분이 궤도라는 분인데, 그 분이 책도 쓰셨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고 한번 읽어보겠다고 샀단다. 기본적으로 안될과학이라는 유튜브가 재미있으니, 책도 재미있게 과학을 소개해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너희들에게 다시 전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단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각 장마다 주 제목 옆에 괄호를 치고 부 제목을 달아 놓았는데, 부 제목이 OO의 과학이라는 일관성으로 가지고 있단다. 알코올의 과학, 심해의 과학, 블랙홀의 과학으로 시작해서, 계속 무엇의 과학으로 계속 이어졌어. 마지막 양자역학만 빼고 말이야. 그것도 양자역학의 과학이라고 하면 안 되었을까? 양자역학은 그냥 양자역학으로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의 과학이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모두 를 빼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아빠가 존경하는 이오덕 님의 말씀에 의하면 는 일본어의 잔재로 우리나라 말에는 가급적 를 안 쓴다고 하셨으니 말이야. 그냥 알코올 과학, 심해 과학, 블랙홀 과학이라고 해도 말이 다 통하니까 말이야. 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아빠가 차례를 잡고 괜한 트집을 잡고 있는 것 같구나.

차례의 소제목을 보면 세상 모든 잡다한 일에 과학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심지어 귀신의 과학이라는 장도 있구나. 이렇듯 이 세상에서 과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고, 과학으로 이 세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구나.


1.

각 장마다 길지 않아서 너희들과 하루에 한 장씩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너희들은 바쁘고 관심 밖의 분야에 대해서는 지루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생각만 했단다. 책은 재미있게 쓰여 있어도 말이야.

시작은 술 이야기부터구나. 적당한 술은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하는구나. 아빠도 술을 어느 정도 먹으면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파서, 조금씩만 먹고, 먹으면서 이 정도는 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먹었는데 그것이 근거도 없고 잘못된 지식이라고 하는구나. , 그래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포기할 수는 없지.

깊고 깊은 바다에는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그 곳에는 생명체가 없는가? 왜냐하면 생명체는 태양이 없으면 살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태양이 있어야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식물들이 자라고, 식물들로부터 먹이사실이 시작하여 다른 생물들도 살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태양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는 생물이 없어야 맞는 말이잖니. 그런데 심해에 열수분출공이라는 것이 있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심해에도 생명체들이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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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이 깊은 곳에는 열수분출공이라는, 일종의 심해 생물들의 놀이터가 있는데 거의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는 곳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심해에는 독일 과학자가 광합성할 만한 태양조차 없다. 지상의 생명체들이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듯이 심해의 생물들은 바로 이곳을 근원으로 생존한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을 먹고 사는 세균들이 있는데 이들이 똥을 싸면 그게 바로 심해 생물들이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이다. 태양의 광합성이 없이 탄수화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게 세상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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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를 돋우기 위한 주제도 참 많단다. 시간여행은 가능한가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아빠가 예전에 어떤 책에서 봤는데, 시간여행이 먼 훗날 가능하게 되었다면, 미래에서 온 여행객들을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봐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시간여행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어. 아빠도 그 이야기에 깊게 수긍이 되어, 어쩌다 대화를 하다가 시간여행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그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어떤 미국의 과학자는 또 다른 가설을 내세우면서, 미래에서 온 관광객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였는데,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였단다. , 다음에 시간여행이 대화의 주제가 나올 때는 이 이야기도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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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

미래에서 온 관광객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이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미국의 한 과학자는 타임머신이 일종의 체크포인트 역할을 해서 최초의 기계가 가동을 시작하는 그 시점부터가 돌아갈 수 있는 과거의 시작점이 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 타임머신이 작동되기 전의 과거는 타임머신상에서 없는 시대이며 오직 타임머신이 작동된 이후만 자유롭게 시공간을 오갈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직까지 미래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일리가 있다. 미래에서 봤을 때 지금 우리 시대는 돌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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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과학이라는 장에서는 이상형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를 과학적 확률로 설명하기도 한단다. 어떤 사람은 이를 데이트 방정식이라는 하고 확률을 구했는데, 기대치가 1명보다도 극히 적었다고 하는구나. 데이트 방정식을 어떻게 푸는 거냐면, 서울에 사는 남성의 예를 설명한 것을 같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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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서울에 사는 결혼적령기의 한 남성의 경우, 서울의 인구를 1,000만 명이라고 가정하고 이 중 50퍼센트를 여성이라고 하자. 남성의 출퇴근하는 방법이나 동선에 따라 지나가다 이성을 만날 확률은 달라지겠지만 1퍼센트 정도라고 하면 이미 대상자는 5만 명으로 줄어든다. 같은 결혼적령기 여성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의 나이 분포를 1세부터 100세까지 일정하다고 했을 때 15퍼센트 정도와 나이가 맞을 것이다. 비슷한 교육환경에 있을 확률은 1퍼센트 정도로 보고 매력을 느낄 확률은 5퍼센트, 서로 만날 때까지 살아 있을 확률 10퍼센트까지 계산을 하면 고작 0.375명이 이 남자와 연애 가능한 여성의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1명도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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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빠는 인연을 믿고, 운명의 짝을 믿는단다.

다이어트 이건 많은 사람들의 꿈 중에 하나란다.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다. 여기에도 과학에 담겨 있단다. 운동을 많이 하고 나면 더 많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지극히 정상이란다. 뇌는 너무 똑똑해서 운동을 하게 되면 칼로리는 많이 소모된 것을 알게 되고 어떤 수를 써서든 잃어버린 칼로리를 보충하려고 애를 쓴다고 하는구나. 그걸 참지 못하고 운동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 그런 것을 보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정말 독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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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당신의 뇌는 매우 똑똑해서 혹시나 운동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소모되면 어떻게든 수를 써서 당신이 더 많은 칼로리를 먹도록 만든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난 뒤에 라면을 끓여서 먹어보아라. 몇 젓가락 먹지도 않았는데 이미 라면은 국물만 남아 있고 바로 하나를 더 끓여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 평소보다 더 먹도록 뇌가 유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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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것도 과학이다, 라고 하면서 재미있는 주제들을 뽑아 과학적 시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았단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필수교양이라는 제목을 달고, 암호화폐, 중력, 힉스, 우주쓰레기, 음식, 양자역학 등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아빠도 궁금했던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좋았단다.

, 이 정도로 책 소개를 마칠게. 이 책에서 읽은 것을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아빠의 기억력은 이미 책 읽기 전으로 돌아간 듯 하구나.


PS:

책의 첫 문장: 간단히 말해서 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이다.

책의 끝 문장: , 다행이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를 때,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게 바로 이 현기증 뉴런 때문이다. 심해지면 두통이나 현기증까지 나기도 하지만 일단 현기증 뉴런이 활성화되면 불쾌하고 울적해진다. 반대로 음식을 먹어서 현기증 뉴런이 작용을 멈추게 되면, 뇌에서 보상회로가 가동되면서 평소에 먹던 음식이라고 해도 더욱 맛있게 느끼게 된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맞다. - P113

그리고 그 흔적은 당신에게도 남아 있다. 바로 흰자. 달걀 노른자 흰자 말고 눈동자의 흰자 말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은 눈에 흰자가 없다. 하지만 사람은 흰자가 눈동자에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흰자가 많다고 시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동공이 크면 클수록 시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흰자가 많으면 보는 성능이 떨어진다. 그럼 왜 이렇게 불리한 상황을 감당하면서도 흰자가 많아진 걸까? 역시 뭔가 이득이 있을 것이다.
흰자가 있다면 멀리서도 상대방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서로 마주 본다는 것도 느낄 수 있고 소통하는 데 눈짓이 굉장히 많이 쓰인다. 눈동자의 방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서로가 잘 길들여졌다는 증거로 이만한 게 어디 있을까?
- P137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전자는 단백질을 조립하는 매뉴얼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제대로 조립하기 위해서 특이하게 생긴 레고블록 같은 것을 이용하는데 이걸 아미노산이라고 부른다. 출신이 고작 블록 조각 비스무리한 녀석이라 아무리 백날 열심히 조립을 해도 단백질의 기능을 넘어서는 것들은 못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즉, 원래 단백질은 하늘을 나는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을 아무리 잘 조립해도 하늘을 날지 못한다.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P175

거래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보증하는 중앙이 없고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 개개인이 모든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확인한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암호화에 도달한다. 기존의 보안 방식이 최대한 복잡하고 많은 자물쇠를 금고에 빽빽하게 거는 형태라면, 블록체인을 이용한 이 방식은 금고 자체를 전 세계를 셀 수도 없이 많은 곳에 뿌려두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금고들은 정기적으로 암호가 바뀌며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를 옮겨다닌다. 내가 해커라도 맥이 빠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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