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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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김영하 님의 책을 읽었단다. 소설로 국한하자면 더 오래된 것 같구나. 그도 그럴 것이 김영하 님이 9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 놓았다고 하는구나. 이번에 읽은 <작별인사>라는 책이 그 책이란다. 아빠가 김영하 님의 광팬은 아니라서 그의 많은 작품을 읽은 건 아니지만, 가끔 에세이와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김영하 님은 글을 잘 쓰시는 것은 인정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와서 하시는 입담이 더 좋으신 것 같구나.

아무튼 이번에 읽은 <작별인사>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단다. 읽다 보니 SF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영하 님께서 SF 소설을 출간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SF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김영하 님도 그런 SF를 쓰셨나 싶었는데, 책을 덮고 책소개를 읽어보니, 원래 이 소설은 2019년 신생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의 청탁으로 짧은 장편 소설로 썼다가 이후 코로나 19 바이러스 펜데믹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재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 소설의 주제도 그런 인간의 존재로 바꾸면서 분량도 배 이상 늘려서 다시 써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바로 <작별인사>라는 소설이란다.


1.

아빠가 이 책이 SF라는 것으로 모르고 책 읽기를 시작해서 초반부에는 철이와 철이 아빠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사는 가정집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단다. 아빠를 마중 나갔던 철이는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잡혀가게 되는데, 미등록된 휴머노이드라면서 철이를 수용소로 보냈단다. 철이는 평생을 자신이 인간이라서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소리? 철이는 당연히 자신을 검사한 기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아빠에게 연락해 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거절했어.

철이의 아버지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회사 휴먼 매터스의 연구원인 최진수 박사였단다. 철이는 고성능 최신식 휴머노이드였는데, 최진수 박사는 그 사실을 철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믿을 수 없었어. 그는 먹을 것도 먹고, 어렸을 때의 추억도 기억하고 있었거든

수용소에 있으면서 같이 잡혀 들어온 선이와 민이와 친해졌단다. 민이는 애완용 휴머노이드로 제작되었다가 버림 받은 후에 이곳에 왔다고 했어. 선이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사람인데 수용소에 와 있었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선이는 불법으로 복제된 복제 인간 클론이었단다. 아참, 철이의 집이 있는 곳은 평양인데, 지금처럼 분단된 상황이 아니고 통일된 한국의 평양이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어. 무엇 때문인지 내전 중이었고, 수용소도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단다. 어느날 수용소의 전기가 끊기고 외부 민병대의 공격으로 난리가 났단다. 그 혼란 속에서 철이, 선이, 민이는 수용소를 탈출했단다.

철이는 아빠가 있는 것으로 가려고 했는데, 곳곳에 추격대가 있어서 어려웠단다. 도망 중에 추격대의 공격으로 민이 죽었고, 선이는 민의 머리통만 챙겨 도망을 갔단다. 나중에 다시 재생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선이는 달마라는 재생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되는데, 달마는 휴머노이드로 이루어진 조직의 리더였어. 달마는 휴머노이드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가 있었는데, 철이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철이는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로 확인됐어.


2.

철이 아빠 최진수는 철이를 다시 데려오려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 와중에 철이가 수용소를 탈출하게 되어 재판은 할 수 없었지. 최진수는 철이의 위치를 파악하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했어. 철이 몸 내부에 있는 통신 장치를 활성화하는 거야. 어느날 철이는 머릿속에서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이로써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하고 절망했지. 얼마 후 철이 아빠가 철이를 찾아와서 함께 가자고 했지만, 철이는 안 가겠다고 했어. 철이는 자신은 인간이 아니니 선이와 함께 가겠다고 했지추격대들은 계속 공격을 했고, 그 공격 와중에 철이는 정신을 잃게 되었고, 적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게 되었단다. 철이가 정신을 잃게 된 것은 철이 아빠가 철이의 전원을 꺼버렸기 때문이란다.

철이 아빠는 철이의 머릿속의 자료를 서버에 일단 백업을 했어. 하지만 철이의 몸을 대체할 것을 구하지 못했지. 한동안 인공지능으로 만든 고양이에게 백업을 해서 철이는 고양이의 몸으로 살기도 했어. 철이 아빠는 무등록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일로 회사에서 짤리게 되고, 싱가폴 연구소에 재취업했지만 그곳에서도 성과가 없어서 금방 해고당했단다. 그 이후 술로 나날을 보내면서 타락의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까지 가게 되었어.

철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달마가 철이의 소식을 접하고 철이는 예전 모습, 그러니까 휴머노이드로 다시 만들어 주었어. 철이는 선이를 찾아 나섰고, 선이는 시베리아에서 지내는 것을 알게 되었어. 철이는 선이와 함께 그곳에서 세상을 등지고 지내게 되는데, 선이는 클론, 복제 인간의 한계로 병이 많이 생겼단다. 결국 선이가 죽고 철은 홀로 동물들과 함께 지냈어. 어느날 산책을 하던 중 곰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게 되었단다. 달마에게 연락을 하면 다시 재생할 수 있었지만, 철이는 달마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냥 죽음을 맞이하게 된단다. 인간처럼 말이야.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인 듯 했어. 휴머노이드, 우울한 미래 등을 다룬 다른 SF 소설들과 큰 차이점이 없어 다소 아쉬웠단다. 이 소설이 SF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뭔가 지금까지는 없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질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말이야. Jiny SF 소설을 좋아하니까 이 소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 무렵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 달렸다.

책의 끝 문장: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중국인들은 낮의 하늘이 밤의 하늘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아침엔 붉었다가 낮에는 파랬다가 저녁엔 다시 붉어지잖아? 흐린 날에는 회색이고. 하지만 밤은 늘 검지. 그리고 중국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점을 쳤기 때문에 밤하늘이 더 의미가 있었을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이 옳았어. 검고 어두운 하늘이 진실에 가깝지. 낮에는 태양의 강렬한 빛 때문에 오히려 우주의 본모습이 가려진 거고. 지금도 우주 관측은 깊은 산속의 천문대에서 밤에 하잖니." - P18

"그냥 얼음과 물일 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걸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 P135

"의식이 있는 존재는 돌멩이나 버섯과 달리 자기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요. 다른 존재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고, 우주의 역사나 기원에 대해 알아갈 수도 있어요. 자기에게 고통을 준 존재들을 용서할 수 있고, 그 고통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곰곰이 되새긴 다음, 그런 일이 자신에게든,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든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어요." - P152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기계의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도 의미를 잃습니다." - P160

인간은 지독한 종이야.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것을 동원해 닥쳐온 시련과 맞서 싸웠을 때만, 그렇게 했는데도 끝내 실패했을 때만 비로소 끝이라는 걸 받아들여.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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