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레슨 인 케미스트리>
2권을 이야기해줄게.
드디어 엘리자베스는 첫방송을 했어. 아참, 이 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된단다. 엘리자베스는 세트장도 마음에 안
들고, 대본도 양심상 말할 수 없는 대본들이 적혀 있었어. 엘리자베스
성격에 그대로 말할 사람이 아니지. 그냥 자기 마음대로 했단다. 생방송이니
중단할 수도 없고, PD인 파인 월터는 완전 가시방석이었어. 자신이
주문했던 것을 하나도 하지 않는 엘리자베스. 화면 앞에서 웃지도 않고,
사용하는 말들도 온갖 화학 용어뿐이고… 이러다가는 자신도 잘릴 것이라 생각했단다. 자기 마음대로 하긴 했지만, 엘리자베스의 거침없고 솔직한 발언들
속에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었단다.
======================
(16)
“제가 경험한 바로는 아내와 어머니, 여자로 살아가는 데 드는 희생과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음, 저는 그 희생과 노고를 잘 알아요. 우리가
함께 30분을 보낸 뒤에는 그럴 가치가 있는 결과물을 얻게 될 겁니다.
눈에 확 띄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만들 겁니다. 참 중요한 것이죠.”
======================
방송의 마지막 멘트로는 늘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라고 했는데, 멘트를 듣는 어머니들은 속 시원한 멘트라 생각했을
거야.
…
엘리자베스의 딸 매들린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유치원 숙제로 가계도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가 있었어.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매들린은 이제 다섯 살이지만 엄청 똑똑하다고
했잖아. 매들린은 아빠가 다녔던 보육원을 알아보기 위해서 혼자 도서관에 갔단다. 그곳에서 웨이클리 목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매들린이 자신의 아빠
이름이 캘빈 에반스라고 하자 목사는 놀랬단다. 웨이클리 목사는 캘리 에반스의 친구였거든. 대학 때 학회에서 만나고, 이후 과학과 종교에 관한 내용을 편지로
주고받는 펜팔이었어. 캘린 에반스가 죽고 나서 웨이클리 목사는 장례식장에도 참석을 했었단다. 아무튼 도서관에서 만난 매들린과 웨이클리 목사는 친해졌단다. 웨이클리
목사가 매들린의 숙제도 도와주고.
1.
월터와 엘리자베스가 일하고 있는 방송국의 매니저는 필이라는 사람인데, 참
못된 사람이란다. 예전에 엘리자베스의 대학 지도 교수와 비슷한 수준의 인성을 가지고 있었어. 엘리자베스를 불러 성폭행을 하려고 하다가 그녀가 꺼내든 부엌칼, 사실
방송 때 쓰던 칼이긴 하지만, 그 칼을 꺼내 들자, 필은
놀래서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쓰러졌단다. 엘리자베스는 911에
전화를 해서 필은 다행히 죽지는 않지만,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어.
필이 물러나고 나서 필의 문서를 보던 중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단다. 엘리자베스가
진행하고 있던 요리 방송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었던 거야. 필은 그 동안 그런 사실을 숨기고, 엘리자베스와 월터에게 계속 화만 내고 있었거든. 당시는 시청률에
대한 정보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나 보구나. 월터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방송국에서는 필의 후임으로 월터를 매니저로 선임했단다. 엘리자베스의
방송은 점점 인기가 많아져서 공개 방송으로 진행하게 되었어. 방청석 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와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단다. 수소 결합을 첫눈에 반한 사랑으로 설명을 해 주는 식이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지. 아빠도 수소 결합에 대해 그 개념만 대충
기억하고 있었는데, 엘리자베스의 설명을 듣고 나니 개념이 확 잡히더구나. 수소 결합은 첫눈에 반한 사랑이야.
======================
(72-73)
엘리자베스는
또 다른 분자식을 가리켰다.
“이제 세 번째 결합을 보겠습니다. 수소 결합은 이 셋 중에 가장 약하고 섬세한 결합니다. 저는 이것을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양쪽 다 그저 상대의 시각적 정보만을 근거로 끌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그 남자의 미소가 마음에 들어서 끌리고, 그 남자는 여러분의 머리카락이 마음에 들어서
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해보니, 그 남자는
남몰래 나치즘을 추종하고 있었던 데다 여자들이 너무 불평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펑 하고 끝나는 거죠. 약한 결합은 이렇듯
깨지고 맙니다. 이게 바로 수소 결합입니다. 숙녀분들. 만약 뭔가가 진짜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아 보인다면, 대부분 생각처럼
진짜일 리 없다는 걸 화학적으로 알려주는 표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
똑똑한 매들린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 올 세인트 성당이 경영하는 올 세인트 보육원에 있었을 거라고 확신했단다. 매들린이 확신하면 맞겠지. 웨이클리 목사가 알아봐 준다고 했어. 웨이클리 목사는 올 세인트 성당의 주교를 만나보았는데 돈만 밝히는 그런 사람이었단다. 캘빈이 보육원에 있을 때 주교는 캘빈을 무척 싫어했어. 캘빈을 양자로
데리고 가려고 했던 피터 재단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 피터 재단에게 캘빈이 죽었다고 거짓말까지 했단다. 피터 재단은 캘빈을 양자로 받아들이는 대신, 캘빈을 추모하는 기금을
주었단다. 그곳도 아주 많이.
피터 재단과 캘빈은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캘빈에게는 비밀이 있단다. 1권에서 이야기하기로는 캘빈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잖아. 사실
그 부모님은 친부모님이 아니고 양부모님이었단다. 캘빈의 친부모는 살아 있었어. 캘빈도 나중에 커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 캘빈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2.
엘리자베스가 키우고 있던 개, 생각나지? 이름이 아주 독특했잖아. 여섯시 삼십분. 그 개가 우연히 방송국에 왔다가 엘리자베스와 함께 방송을 출현했는데, 그
이후에 여섯시 삼십분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게 되었단다.
…
엘리자베스가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어. <라이프>지의 기자 로스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단다. 엘리자베스는 처음에는
계속 거절을 하다가 사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 과학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했단다. 로스는
엘리자베스와 약속을 지켜서 과학에 관한 내용들만 추려서 기사를 썼단다. 그러나 편집자가 그 기사에 잔뜩
화를 내고, 기사 내용을 대폭 수정을 했단다. 아주 자극적으로 엘리자베스의 사생활을 왜곡해서 기사를 썼어. 엘리자베스와 원수관계에 있는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도나티 과장과 인터뷰하고, 대학
지도 교수 때 엘리자베스를 성폭행했던 교수도 인터뷰를 해서 기사에 실었단다. 그들이 엘리자베스를 좋게
이야기해주겠니. 그리고 사생아를 낳았다는 내용까지 기사에 다 실었어.
그 기사가 나가고 엘리자베스뿐만 아니라 매들린과 해리엇도 큰 상처를 받았어. 아무튼, 언론이라는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로스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진짜 인터뷰한 내용을 열 군데 이상의 언론사에 보냈지만 다 거절당했단다. 그리고 그는 <라이프>를
그만두고 베트남으로 떠났단다. 진짜 인터뷰 기사는 나중에 엘리자베스에게도 전해주었어..
…
프래스크란 사람이 있단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인사과 직원이었는데, 처음에는 엘리자베스와 앙숙관계였는데, 나중에는 친하게 되었단다. 프래스크도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해고를 당했단다. 프래스크는 엘리자베스를
도울 생각으로, 예전에 엘리자베스의 연구에 투자를 했던 익명의 투자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편지로 보냈단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도나티 과장이 중간에서 돈을 착복한 사실도 모두 보냈단다. 해리엇도 도와주었어. 로스가 쓴 진짜 기사를 <보그>지에 보내서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오게 했단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화학연구를 하기
위해서 방송을 그만두기로 했단다. 마지막 방송의 마지막 멘트는 명멘트였단다. 아빠도 여러 번 읽어보면서 의심 날 때나 두려울 때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
(236)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
3.
엘리자베스는 방송은 그만 두었고, 아무 곳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그 거짓 기사의 영향이 크겠지? 그런데 어느날 헤이스팅스
연구소 인사과장이라면서 프래스크가 전화를 했어. 프래스크는 해고되었는데, 헤이스팅스 연구소 인사과장이라니? 장난 전화인가 싶었는데, 프래스크가 연구소로 와보라고 했어. 연구소에 가니 정말 프래스크가
반갑게 맞아주었어. 프래스크가 복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래스크가 익명의 투자자에게 편지를 보낸
것 때문이었어. 익명의 투자자는 사실 파커 재단의 총수인 에이버리 파커라는 사람이었단다. 프래스크가 보낸 편지를 통해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고, 에이버리
파커는 헤이스팅스 연구소를 아예 인수를 해버린 것이란다. 그리고 프래스크를 다시 고용한 것이고 말이야. 못된 도나티는 엘리자베스의 논문을 훔친 일도 발각되어 연구소에서 잘리게 되었단다.
…
에이버리 파커는 엘리자베스에게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그
동안 뿌려두었던 떡밥을 거둘 시간. 에이버리는 17살 때
풋사랑으로 그만 임신을 하고 말았어. 부모님에 의해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를 낳았으나, 에이버리에게는 아이가 죽었다고 이야기를 했어. 에어버리는 그런 줄
알았지. 에이버리가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그로부터 10년 뒤였어. 그 아이의 양부모는 교통사고로 죽고 아이는 보육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보육원에 연락했으나, 안타깝게도
아이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그 아이가 캘빈인 것 알겠지? 그렇게
아들 캘빈이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몇 년이 더 지나고 잡지책에 실린 아들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몰래 아들이 있는 연구소에 후원을 하게 된 거야. 그런데
결국 갤빈은 죽고 말았지. 만남을 잠시 뒤로 미룬 것뿐이었는데, 결국
만나지 못한 거야. 이 이야기를 들은 엘리자베스는 에이버리를 이해해주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단다. 엘리자베스도 다시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일하게 되었고… 그렇게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단다. 캘빈도 살아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
재미있는 소설 한 편 잘 읽었구나. 누군가에게 책 추천할 일이 있다면
최근에 읽은 책으로 손꼽아 볼만 하구나. 1권 독서편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 보니 가머스가 카피라이터 출신이라고 그런지, 참신한 문장들도
읽는 즐거움을 주었단다. 보니 가머스의 늦은 데뷔가 안타까울 정도네.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월터는 처음부터 엘리자베스에게 세트장을 보여줬어야 했다.
책의 끝 문장: 화학진화. 시작해보자.
엘리자베스는 이 말을 생각해보았다. 아니. 자신은 남자들이 어떤지 모른다. 캘빈과 죽은 오빠 존, 메이슨 박사는 빼고, 어쩌면 월터 파인까지 제하더라도, 이제껏 봐온 남자들은 최악이었다. 남자들은 엘리자베스를 멋대로 휘두르고, 만지고, 지배하고, 입 다물리고, 교정하고,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어 했다. 왜 남자들은 자신을 평등한 인간으로, 동료로, 친구로, 동등한 존재로, 하다못해 그냥 길거리에 지나가는 낯선 사람으로도 봐주지 않는 걸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을 죽인 다음 뒷마당에 묻어놓았다가 발각된 범죄자를 맞닥뜨린 게 아니고서야 누굴 처음 봤으면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여겨야 하는 것 아니야? - P46
해리엇은 손톱에 낀 때를 빼내면서 엘리자베스가 여성에게 배정된 종속적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째서 작은 몸집을 뇌가 작다는 생물학적 표시라고 여기는지 모르겠다고, 왜 여성이 선천적으로 열등하며 그만큼 예쁘장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더 나쁜 것은 이런 개념을 주입받은 많은 여성이 그걸 다시 아이들에게 전수한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남자애는 남자다워야지’라든가 ‘여자애들이 어떤지 알잖아’ 같은 말을 해대면서 말이다. - P48
"대중들이 멋대로 당신의 이야기를 지어내게 두면 안 돼요, 조트 양. 그들은 진실을 왜곡할 줄 알거든요." "기자들도 마찬가지죠." - P186
"화학의 기본은 변화잖습니까. 변화는 당신의 신념 체계의 바탕을 이루고요. 변화는 좋은 겁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해요. 우리는 현 상태를 받아들이길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곤 하죠. 하지만 때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당신의 경우에는 오빠의 자살과 캘빈의 죽음 같은 일은 사실 언제나 일어나요. 엘리자베스, 사건사고는 항상 생깁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죠." - P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