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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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 신체 기관 중에 가장 비밀도 많고 신기한 기관은 뇌가 아닐까 싶구나. 사람이 죽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를 죽었다고 하지만, 심장은 뛰어도 뇌가 죽었을 경우를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 그만큼 뇌라는 것이 우리 신체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말이야. 그래서 단단한 머리뼈로 보호할 수 있도록 진화된 거겠지. 그런 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이 뇌가 아닐까 싶구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뇌에 대한 책들도 시중에 엄청 많이 나와 있고, 아빠도 그런 책들을 여럿 읽어 보았단다.

이번에 읽은 <더 브레인>이라는 책도 뇌에 관한 책이란다. 지은이는 데이비드 이글먼이라는 뇌과학자인데, 뇌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신 분이라고 하는구나. <더 브레인>은 미국과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TV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했어.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서 그런지 중간중간 사진들도 많이 나오고,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어 읽기 편했단다. 정말 뇌라는 것은 신기하구나. 1.4 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는 쭈글쭈글한 것이 우리 몸을 통제하고 우리 정신 세계를 구축하고 인간의 존재를 만들어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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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은 내가 매일 하는 예사로운 일이지만, 지금도 나는 인간의 뇌를 손에 받쳐들 때마다 경외감에 빠진다. 뇌의 상당한 무게(성인의 경우 1.4킬로그램), 기이한 균질성(꼭 탄탄한 젤리 덩어리 같다), 쭈글쭈글한 겉모습(둥그스름한 전체에 깊은 골들이 패여 있다)을 살펴보고 나면, 뇌가 순전히 물리적인 대상이라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 보잘것없는 물질 덩어리와 그것이 산출하는 정신적 과정들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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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머리가 커서, 태어날 때 머리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알고 있어. 태어난 이후에도 뇌는 계속 성장하고, 20대가 넘어서야 완전한 뇌가 된다고 들었어. 그래서 뇌를 이루는 주요 요소인 시냅스가 계속 늘어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시냅스의 개수는 아기일 때가 최대치라고 하는구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이야. 뇌가 자란다는 것은 최대치에 이른 시냅스의 개수를 적절하게 제거하면서 최적화하는 과정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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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기의 스냅스 개수는 최대치에 도달했으며, 그 개수는 앞으로 아기에게 필요한 개수보다 훨씬 더 많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연결들의 만발 대신에 신경학적 가지치기가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된다. 당신이 성숙하는 동안, 당신이 가진 시냅스들의 50퍼센트가 감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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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동작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수많은 시냅스와 뉴런은 어떻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까? 컴퓨터의 저장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원리를 알고 있다면 뇌라는 것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것은 방식은 정말 신비롭단다. 그리고 왜 어떤 기억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어떤 기억은 금방 잊혀지고 말이야.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이런 뇌를 구현하기는 어려울 거야. 이 책에서 말하길 뇌의 동작을 도시에 비유했단다. 도시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작동하는 거처럼 뇌도 여러 뉴런들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한다고 말이야. 그런 상호작용들이 우리가 지금 행동하고 생각하고 보고 맛보고 냄새 맡는 등 모든 몸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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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뇌의 작동도 마찬가지다. 뇌의 작동은 한 지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뇌의 어떤 구역도 격리되어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뇌의 도시에서 모든 일은 거주지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그 상호작용은 온갖 규모에서 일어난다. 국소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먼 거리를 가로질러 일어나기도 한다. 열차들이 도시로 들여온 천연자원과 직물이 가공되어 도시의 경제에 편입되듯이, 감각기관들에서 유래한 미가공의 전기화학적 신호들은 뉴런들로 이루어진 초고속도로로 운반된다. 그러면서 그 신호들은 가공과 변환을 거쳐 우리가 의식하는 실재에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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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뇌의 뉴런들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란다. 뇌와 뇌도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뇌를 변화시키고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의 뇌와 아빠의 뇌가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뇌가 그렇게 다른 뇌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특징이 있어서 가능한 거야. 너희들의 뇌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와 아빠의 뇌라는 것이구나. 갑자기 책임감이 확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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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전통적으로 뇌 연구는 고립된 뇌를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엄청나게 많은 외 회로들이 다른 뇌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우리는 깊은 수준에서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는 우리의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거래 상대들이 중첩되어 이룬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주위의 모든 곳에서 우리는 관계의 형성과 결렬, 친밀한 유대, 강박적인 사회연결망 형성, 충동적인 동맹을 본다. 이 모든 사회적 결합을 위한 접착제는 뇌 속의 특별한 연결망들에서 생산된다. 어지럽게 퍼져 있는 그 연결망들은 타인들을 주시하고, 타인들과 소통하고, 타인들의 고통을 느끼고, 타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타인들의 감정을 읽어낸다. 우리의 사회생활 솜씨는 뉴런 회로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 회로를 이해하는 일은 사회신경과학이라는 신생 분야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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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공지공 로봇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란다. SF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도 인공지공 로봇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과학이 발달하게 되면 정말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다른 기관들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인간의 뇌를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계산능력 데이터처리능력 판단능력 등은 이미 인간의 뇌를 넘어섰어. 인공지능의 바둑실력을 이제는 인간이 이길 수 없다고 하잖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을까.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 타는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하는데, 컴퓨터가 하게 되면 수많은 계산을 통해서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구현할 수 있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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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러니 다음번에 사람이 걷거나 달리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거든, 잠깐 멈춰서 인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동작을 완벽하게 지휘하는 무의식적 뇌의 능력에도 감탄할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우리의 가장 기초적인 동작들의 복잡한 세부 사항은 수조 회의 계산에서 나온 결과다. 그 모든 계산은 당신이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적 규모에서 당신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일어나는 신호 전달의 형태를 띤다. 지금까지 제작된 로봇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신체 동작에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슈퍼컴퓨터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반면에, 우리의 뇌는 놀라운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인간 뇌에 에너지 소비량은 대략 60와트 전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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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 머릿속의 데이터를 뽑아 내어 디스크에 저장하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단다. 과연 이 기술이 가능할까? 이런 것 또한 시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우리 머릿속의 의식을 데이터로 뽑아서 저장이 가능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지은이는 다른 별로 가는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건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구나. 가능하더라도 인간의 멸종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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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만일 의식의 업로드가 가능하다고 밝혀진다면, 다른 별들로 가는 여행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우리 우주에는 제각각 1000억 개의 별들을 거느린 은하가 최소 1000억 개나 있다. 우리는 그 별들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들을 이미 수천 개 발견했다. 그것들 중 몇몇은 지구와 꽤 유사하다. 문제는 우리가 현재 지닌 생물학적 몸으로는 그 외계 행성들로 가는 여행이 영영 불가능하리라는 점이다. 우리가 그토록 먼 시공을 가로질러 그곳들에 도달할 전망이 전혀 없다. 그러나 당신이 디지털화되어 있다면, 당신의 시뮬레이션을 중단시킨 상태로 먼 우주로 발사한 다음에 1000년 후 어느 외계 행성에 도착할 때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의식은 당신이 지구에서 발사된 다음에 곧바로 새 행성에 도착했다고 느낄 것이다. 의식을 업로드하는 기술의 등장은 웜홀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일 것이다. 그 기술은 우리가 우주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주관적인 관점에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을 가능케 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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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 일부를 소개해 주었는데, 아빠가 소개하지 않은 내용들 중에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많았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뇌의 동작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뇌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더구나. 이 책이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고 했잖아. 그 다큐멘터리 원본을 볼 수 있는지 함 찾아봐야겠구나. , 그럼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뇌과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책의 끝 문장: 우리가 누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요컨대 그 생일잔치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이미 퇴색하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첫째, 당신이 보유한 뉴런의 개수는 유한하며, 모든 뉴런은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각각의 뉴런이 때에 따라 다른 연결망에 참여한다. 그 생일잔치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는 ‘생일’ 뉴런들이 다른 기억 연결망에 동원되는 일이 거듭됨에 따라, 그 생일잔치 기억은 퇴색한다.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유한한 개수의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망이 형성되어야 한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기억이 퇴색했는데도 당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은 그날의 장면 전체가 기억에 남아 있다고 느끼거나 최소한 추측한다. - P38

시각이란 눈에 들어온 광자들을 뇌의 피질이 손쉽게 해석하는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시각은 온몸이 참여하는 경험이다. 뇌로 들어오는 신호들은 훈련을 거쳐야만 유의미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훈련은 그 신호들을 우리 활동의 감각적 귀결들과 비교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만 우리의 뇌는 시각 데이터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수 있게 된다. - P64

결론적으로, 당신의 머리 바깥에 있는 세계의 ‘참모습’은 어떠할까? 그 세계에는 색깔이 없을뿐더러 소리도 없다. 그 세계에 있는 공기의 압축과 팽창이 당신의 귀에 포착되어 전기 신호로 변환될 뿐이다. 그러면 뇌는 그 신호들을 감미로운 음악과 ‘쌩’하는 소리와 덜거덕거리는 소리와 쨍그랑거리는 소리로 가공하여 우리에게 제공한다. 냄새도 실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 바깥에는 냄새 따위가 없다. 공중에 떠도는 분자들이 우리의 콧속 수용기들과 결합하고 뇌에 의해 다양한 냄새로 해석될 뿐이다. 실재 세계는 풍부한 감각적 사건들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뇌가 손전등으로 대상을 비추듯이 고유한 감각 능력으로 세계를 비추는 것이다. - P86

컵 쌓기 챔피언 오스틴 네이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몰입 상태에 진입한 극한 스포츠 선수의 뇌파는 의식적 숙고의 재잘거림(내가 멋있게 보일까? 내가 이러이러한 말을 해야 할까? 내가 집에서 나올 때 문을 잘 잠갔나?)으로 요란하지 않다. 몰입 상태의 뇌에 서는 ‘이마엽 저하(hypofrontality)’가 일어난다. 이 용어는 앞이마엽피질의 몇몇 부위에서 일시적으로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그 구역들은 추상적 사고, 미래 계획, 자아감에 주의 집중하기를 담당한다. 이 배경 활동들을 줄이는 것은 선수가 암벽을 타는 비법의 핵심이다. 딘이 발휘한 것과 같은 솜씨는 내면의 재잘거림이 없을 때만 발휘될 수 있다. - P121

당신의 뇌는 경쟁하는 정당들로 구성된 의회와 유사하다. 정당들은 국가라는 배를 조정하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당신은 때때로 이기적으로 결정하고, 때로는 자비롭게, 때로는 충동적으로, 또 어떤 때는 장기적인 전망을 고려하면서 결정한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많은 욕망들로 이루어졌고, 그 모든 욕망들이 저마다 통제권을 쥐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P142

개별 뉴런은 어둠 속에서 산다. 뉴런 각각은 다른 뉴런들과 함께 이룬 연결망 속에서 단순히 신호들에 반응하면서 평생을 보낸다. 개별 뉴런은 자신이 셰익스피어를 읽는 당신의 눈을 움직이는 일에 참여하는지, 혹은 베토벤을 연주하는 당신의 손을 움직이는 일에 참여하는지 알지 못한다. 애당초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른다. 당신의 목표, 의도, 능력은 이 작은 뉴런들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이 뉴런들은 자신들이 모여서 이루는 결과를 알아채지 못하는 채로 더 작은 세계에서 산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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