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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책은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몇 달 전에 인터넷 알라딘 서점의
블로그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을 해주어서 알게 된 책이란다. 그렇게 사람들이 좋은 평을 많이 하니, 귀가 얇은 아빠가 안 넘어갈 수 없지.
평범한 인생이라… 아빠도 지금까지는 참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어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어. 더욱이 아빠가 좋아하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이기도 하니… 이
소설의 지은이는 카렐 차페크라는 사람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것 같은 낯선 이름이구나. 카렐 차페크는 체코 사람인데,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니, 꽤나 유명한
사람인 것 같구나. 그의 이력 중에 독특한 것 하나. 카렐
차페크가 오늘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하더구나. 이런 이력을 보니 더더욱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구나. 나중에
그의 로봇이라는 책도 읽어봐야겠구나.
…
1.
사실 평범한 사람의 일생은 아빠가 소설가라면 한 번쯤 써보고 싶었단 소재였단다.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겠지. 그러니 그런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않을까, 싶었단다. 재미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런 평범한 사람의 일생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구나. 지은이
카렐 차페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썼을까? 음, 평범한 인생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단다. 하지만 그 반전이 평범하지 않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더구나.
…
어떤 평범한 사람이 죽고 자서전을 남긴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그는
죽기 전에 자서전을 씀으로써 자신의 삶을 정리하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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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는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으로 뭔가 익숙한 것을 할 수 있다는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의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고, 죽음의 느낌이 야기하던 놀라움은 익숙함과 친근함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으로 옮겨 갔다. 이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잠이나 휴식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상으로
이름 붙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그 길을 지나간 친구들을 만나길 희망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감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가 보다. 아마도 한 인간의 죽음이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언을
남기는 것일 게다. 그래,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내 주변을 정리하려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또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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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초반부는 예상했듯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마치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기대하듯 말이야. 주인공의 이름이 안 나왔던가, 못
본 것 같구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나무를 다루는 장인인 소목장으로 작은 가게를 가지고 있었어.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에게 사랑을 듬뿍 주시는 그런 평범한 어머니였어.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모나지 않고 학교생활도 모범적이었고, 공부도 잘하려고 노력해서 성적도 나쁘지 않았어. 대학교는 철학과에 입학했어. 아버지가 원하는 선생님이 데려고 말이지.
그런데 막상 대학을 가보니 주인공은 시인이 간절히 데고 싶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강력 반대를 했단다. 이 때 아마 처음으로 아버지에 반항을 했을 거야.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 부모님께 반항 한번 안 해본 평범한 사람은 없었을 거야. 그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철도청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했어. 뭐냐, 결국에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거냐? 시인은?
주인공은 철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았어. 특히
세상의 끝과 같은 조용한 시골 역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좋았어. 그 시골역의 역장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그의 사랑에 빠진 그의 사랑에 대한 예찬은 외우고 싶을 만큼 공감이 가고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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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04)
그러나
다른 면을 보자. 그것은 유희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혀
유희가 아니었다. 위대하고 힘든 것이 사랑이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랑일지라도 도가 지나치면 끔찍하고 부담스러워진다. 고통 없는 사랑이란 없다. 사랑으로 죽을 수 있고, 고뇌를 통해 사랑의 원대함을 측정할 수
있다면! 기쁨은 무한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너무도
행복했고 처절할 정도로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대, 나를
구원해 주오. 나의 사랑은 너무 지나치오. 아직 우리 머리
위에 별들이 있고, 사랑과 같이 커다란 것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다행이오. 우리는 침묵이 우리를 억누르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자요, 안녕. 영원을 시간의 조각으로 찢어 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잠을 자지 않았고, 무거운 마음이 되어 사랑에 울며 목이
메었다. 빨리 날이 밝아 그녀의 창가에 인사할 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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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하고 나서는 장인어른이자 역장님이 잘 봐줘서 좋은 역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단다. 그리고 장인어른의 배경으로 젊은 나이에 역장이 되기도 했어. 역에서
일하는 것이 그의 적성에 딱 맞았어. 그렇게 일을 좋아하다 보니, 아내보다
일을 더 사랑하는 그런 일꾼이 되어버렸어. 전쟁이 나는 위기도 있었지만, 잘 넘겼단다.
2.
죽음을 앞두고 쓰는 자서전이다 보니 뜻하지 않게 며칠 동안 아팠기 때문에 글을 못 썼다.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고 나서 글을 다시 쓰기 했는데, 문체가
바뀌었단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약간은 객관적으로 써 내려갔는데, 이제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단다. 겉으로 보여주는 자아가
아닌 자신의 몸 속에 숨겨져 있는 악인도 불러내서 말이야.
그 두 자아는 서로 말을 주고 받았어. 그 동안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자아는 사악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더러운 욕망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선한 마음을 갖고 있던 원래
자아는 사악한 자아를 비판하면 설득하려고 했어. 이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둘은 서로 상반되는
영혼의 소유자였어. 그런데, 소설은 갈수록 내 속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자아들이 나타나 자신의 목소리를 냈단다. 그의 자아에는 우울증 환자 자아가 있고, 그거 억척이라고 부르는 억척스러운 자아가 있고, 원래 평범하게 살아온
자아도 있었어. 그들은 주인공의 몸 안에서 서로 공존하며 살아왔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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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그건
우울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어머니가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는 나를 응석받이로 만들었고, 나 자신 속에 있는 억척스러운 자아의 나약한 동생 같은
인물이 내게 형성된 것이다. 둘 다 분명 이기주의자들이었다. 그런데
억척이는 공격적이었고, 우울증 환자는 방어적이었다. 이 우울증
환자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이었고, 오로지 안전한 생활만을 원했다. 그는 아무데에도 끼어들지 않으려 했고, 안전한 항구나 방풍막 같은
것만을 찾았다. 무엇보다 그 때문에 공무원이 되었고, 결혼을
했고, 자신의 주위에 울타리를 친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첫 번째 자아인 평범하고 착한 인간과 지내기가 가장 편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생활은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은신처를 만들어 주었다. 억척이의 불만에 찬 명예욕은
때로 우울증 환자가 느긋하고 편안히 지내는 데 방해가 되기는 했지만,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는 데에는
쓸모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세 개의 삶은 서로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었으나 조화를 이룬 셈이었다. 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고, 억척스러운 자아는 그 일을 상품화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이 일은 하고 저 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주었으며,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고 모든 일을 적당히 처리했다. 그처럼 세 개의 상이한 본성이었지만 서로 불화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타협했고, 아마도 서로를 배려하기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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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내 안에 숨어 있던 자아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나게 된단다. 결국 주인공은 깨닫게 된단다. 사람은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그 사람들의 집합에는 평범한 인간, 우울증 환자, 영웅, 억척이. 시인, 거지 등 많은 자아들이 뒤섞여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 중에서
승기를 잡은 자아가 겉으로 표출된다고 했어. 이쯤 되면 평범한 인생이 아닌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자신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는 여러 자아들이 있음을 인정하게 될 거야. 물론 아빠도 그렇고 말이야. 그래서 더더욱 이 소설에 공감이 갔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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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사람은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집합 속에 평범한 인간, 우울증
환자, 영웅, 억척이 같은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그처럼 뒤섞인 무리로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이 무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늘 그중 누군가가 앞장서서 한동안 길을 인도한다. 그가
지도자라는 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왕의 깃발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 깃발에는 <내가 자아>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가 나의 자아이다. 이건 간지
단어에 불과하지만 강력하고 거창한 단어이다. 그가 자아인 동안 그는 집합의 지배자이다. 그 후 또다시 누군가 무리 중의 다른 인물이 앞으로 헤쳐 나오고, 이제는
그가 왕기(王旗)를 들고 인도하는 자아가 된다. 이 자아는 단순히 명분일 뿐이며, 그런 깃발이 그저 이 무리의 단일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집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 공통된 표지도 필요하지 않으리라. 단순하고 단지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사는 동물에게는 자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가 복잡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자아를 우리의 내면에 각인시키고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여길 보라,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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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삶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 되더구나. 자꾸만
아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고, 아빠의 속에 숨겨져 있는 자아들을 생각하게 되고, 만약 젊은 시절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아빠를 이루고
있는 자아들은 다른 자아들이었을 것이고, 승기를 잡아 겉으로 표출된 자아도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아빠는 또 어떤 자아들이 생겨날까도 궁금했고, 너희들
몸 속에는 승기를 잡아 겉으로 드러난 자아 말고 또 어떤 자아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
생각 거리도 던져주고 재미도 던져주고 좋았단다. 지은이 카렐 차페크. 정말 평범하지 않은 멋진 소설을 쓰셨구나. 그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겠다. 그의 이름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어. 검색을
해보자. 카렐 차페크. 음,
우리나라에도 그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구나. 자, 제목
마음에 드는 거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 둬보자.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아니, 정말입니까?
책의 끝 문장: 의사가 중얼거렸다.
노신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친구가 죽었어. 그처럼 규칙적인 사람도 해내는 걸 보면 죽는다는 건 아주 평범한 일임이 틀림없겠군. 하지만 분명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겠지. 아마 삶에 애착이 있었으니까 자서전을 썼을 게야. 그렇게 평범해 보이던 사람도 어느 날엔가는 훌쩍 세상을 뜨게 된다는 걸 누가 알겠나. - P9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 P20
지금도 아버지는 일을 하며 셈을 하고, 어머니는 걱정과 사랑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며, 나는 은밀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 P52
<행복한 청춘 시절>이라는 말은 얼마나 단순한 표현인가! 그런 표현과 더불어 우리는 분명 그 당시 건강했던 치아와 위장을 생각을 따름이지 고통스러워하던 영혼은 간과해버린다. 우리에게 그때처럼 긴 인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즉각 우리의 존재를 바꾸려 할 것이다. 나는 그때가 내게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고, 동경과 고독의 시기였음을 안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고 그 우울했던 청춘을 두 손으로 다시 붙잡는다고 해도, 나의 영혼이 또다시 그처럼 한량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 P57
유희란 진지한 일이며, 규칙과 구속력이 있는 질서가 유지된다. 유희는 어떤 것에 대해, 오로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몰두하거나, 감미롭게 또는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몰두하는 것을 그 밖의 다른 것으로부터 격리하고, 그 규칙에 따라 구분하고, 주변의 현실에서 떼어 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는 축소된 규모가 되기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어떤 것이 축소되면, 그것은 다른 현실로부터 분리되고 그 자체로 더욱 넓고 심오한 세계가 된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는 우리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다른 세계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 내는데 성공하여 우리를 구분하는 마법의 원 한 가운데에 있다. - P97
절약이란 수동적인 미덕이며, 안정된 생활에 대한 희구이자 닥쳐올 미래와 위기와 우연에 대한 두려움이다. 탐욕이란 잔인할 정도로 우울증과 유사하다. 아버지는 엄숙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주 훈계를 했다. "공부만 해라, 얘야.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생활이 <안정>된단다. 그게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란다. 확실한 기반과 안정과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일이 없지." 나무처럼 크고 강했던 아버지가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나약하고 응석받이인 아이가 어디에서 용기를 배웠겠는가?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향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며, 육체적인 충격이 나타나자 겁을 먹고 움츠러든 나는 삶에 대한 방어적 두려움을 느꼈고, 그 두려움을 삶의 질서로 삼았던 것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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