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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가 2년을 넘어섰구나.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만남을 멀리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갖던 친구들과 모임도 멀리하게 되더구나. 가끔 메신저로
안부 인사나 묻는 게 전부이고 말이야. 얼마 전에 오랜 친구한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다가 우연찮게
책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괜찮은 책이라면서 두 권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빠가 이번에 읽은 정혜신 님의 <당신은 옳다>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을 익히 알고 있었고, 정혜신 님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으로 알던 분이란다. 국가 권력에 의해 큰 피해를 입고, 그 피해로 인해 트라우마에 고생하는
분들을 치유해 주시는 일을 오랫동안 하신 분이시거든… 언젠가는 정혜신 님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친구가 추천해주기도 해서 읽어보게 되었단다.
이 책 <당신은 옳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님께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쓰신 책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크고 작게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옳으니
힘들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단다.
1.
CPR이라는 의학 용어가 있단다. 얼마
전에 우리가 함께 재미있게 봤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용어였는데, 우리말로 하면 심폐소생술이라고 한다.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지… 그런데 우리 자아는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 그러니까 정신도 함께 이루어져 있잖아. 몸의
생명이 일시적으로 멈춘 경우 CPR로 살려내듯이 정신의 생명이 일시적으로 멈춘 경우 심리적 CPR로 살려낼 수 있다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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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심폐소생술은
심장 외 다른 장기들은 제쳐놓고 오로지 심장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응급처치다. 심장 기능만 돌아오면 몸의
다른 모든 기능은 알아서 연쇄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CPR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심장 압박을 할 때는 두꺼운 옷을 젖히고 옷에 붙은 액세서리도 다 떼고 정확하게
가슴의 중앙 바로 그 위 맨살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심리적 CPR도
‘나’처럼 보이지만 ‘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나’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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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쟁시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긴장하고 불안정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삶을 많이 살아가는 것 같구나. 체질적으로
그런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더 힘들고 말이야. 아빠도 그런 체질을 가지고 있어서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거든…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심리적으로
늘 약간이 긴장을 가지고 있어. 이 많은 일들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다고 그런 관계를 끊고 살수는 없잖니… 그런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이러면서 나 자신이 흐려지는
경우가 생길 때 심리적인 병이 생길 수 있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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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急電)이다. “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거의 다 지워진 것 같아요.”라는 단말마다. 공황발작의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 중심으로 판단하면 증상을 없애기 위해 약물치료에 보다 치중하겠지만, 그러다 보면 공황발작이 의미하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집중과 해결은 놓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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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때 그 주변의 어떤
사람이 너는 옳다. 너는 지금 잘 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게 된단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해.
실제로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의 공감 어린 말 한마디에 시도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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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 자체를 메시지의 전부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그 말이 내포한 정서와
전제를 더 근원적인 메시지로 파악하고 받아들인다. ‘너는 옳다’고
해주면 A는 지금 집밖을 배회하는 내가 참 잘하고 있구나라고 믿는 게 아니라 찌질하게 구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서 자기 존재에 대해 안심하게 된다. 산소가 희박한 순간에
고농축 산소를 들이켜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정서적인 존재다. 어른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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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감이란다. 이 책 <당신이
옳다>의 핵심어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단다. 사실 공감의 중요성은 익히 잘 알고 있단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읽은 육아서에서도 참 많이 봤던 단어가 바로 ‘공감’이란다. 그리고 너희들을 공감하려고 참 노력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단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공감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정혜신
님이 이야기한 부분을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단다. 아빠도 이 글들을 다시 한번 새겨 읽으면서, 너희들을 공감하려고 더 애써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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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공감은
내 등골을 빼가며 누군가를 부착하는 일이 아니다. 그 방식으론 상대를 끝까지 부축해 낼 수 없다. 둘 다 늪에 빠진다. 공감은 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건 자신까지 무겁고 복잡해지다가 마침내 둘 다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너를
공감하다 보면 내 상처가 드러나서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나도 공감받고 나도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공감하는 사람이 받게 되는 특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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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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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공감은
상처를 더 그러낼 수 있게 만들고 제대로 드러난 상처 위에서 녹아드는 연고다. 상처 위에 바로 스민다. 상처 부위를 덮고 있는 겉옷 위에 뿌리는 분무제가 아니라 옷을 젖히고 상처 난 바로 그 부위 맨살에 바르는
약이다. 정확하고 집중력 있는 공감은 문제 해결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 공감은 치유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장하는 강력한 치유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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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공감이란
제대로 된 관계와 소통의 다른 이름이다. 공감이란 한 존재의 개별성에 깊이 눈을 포개는 일, 상대방의 마음, 느낌의 차원까지 들어가 그를 만나고 내 마음을 포개는
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내 마음, 내 느낌을 꺼내서
그와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의 개별성까지 닿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부부는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기능적 관계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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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공감이
그렇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처럼 숨 막히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공감이 몸에 배인 사람은 순식간에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없는 것 같던 공간이 순식간에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공감이 하는 일이다. 사람은 그렇게 해서 사지를
빠져나올 수 있다. 공감의 힘이다. 그렇게 놀랍고 아름다운
공감의 힘을 내가 가진 경험과 정성을 다해 펼쳐놓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나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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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어떤 단어가 사냥매처럼 마음속에 내리꽃히거나 저녁 강물처럼 흘러 들어올 때가 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나의 모든 것이다.
적정한 기술이 사람의 삶을 바꾸듯 적정한 심리학 이야기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론이 아닌 실생활에서 실질적인 위력을 갖는 실용적인 심리학 정도로 바꾸어 설명할 수도 있겠다.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을 나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 붙였다. - P25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직장 생활은 한 인간이 입체적인 모습과 다양한 역할로 사는 시간이 아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도구로 살아온 시간이며, 사회적 성공이란 자기 억압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런 삶의 끝에서 만나는 은퇴란 몸에 밴 가지 억압이 한꺼번에 풀리는 일대 사건이다. 과장하자면 평생 감옥에 있다 출소하면서 눈부신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출소자 같은 상태다. 24시간 정해져 있는 삶을 살다가 사방 어디로든 발을 떼어도 되고 언제 먹든 언제 잠자리에 들든 자유로운 상태다. 비로소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 P88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한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끊어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이 의외로 많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 계기로 삼지 못해서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도 그건 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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