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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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시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 같구나.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의 크기에 따라서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간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크기에 따라서 시간의 속도가 더 차이 나게 가는 것 같구나. 그렇게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새해, 아빠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책이 눈에 들어왔단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고 하는데,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니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제목으로 달다니

책을 주문할 때는 책 값이 비싸서 꽤나 두꺼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적 작고 얇더구나. 그런데 왜 이리 비싸게 받는 거야? 양장 때문인가? 지은이가 인세를 많이 줄 만큼 유명한 사람인가? 지은이는 카를로 로벨리라는 분으로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작가이나, 이미 많은 과학 교양서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이론 물리학자이자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사람이래.

양자 이론은 미시적인 세계, 중력 이론은 거시적인 세계. 각각 다른 물리 법칙이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두 세계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물리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이 있단다. 카를로 로벨리 님이 만들어낸 개념인 루프양자중력이라는 말에 양자라는 말도 있고, 중력이라는 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분도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물리 법칙을 찾아내려고 공부하시는 분인가 보구나.

그런데 그런 중력과 양자역학의 공통 접점을 연구하시는 분이 왜 시간을 흐리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셨을까.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시계 초침이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고 무엇일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새해에 시간이 천천히 가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아빠의 바람도 무색하게 벌써 2월도 중반이 넘어가 버렸구나.


1.

그런데, 이 책은…. 어렵다.

아빠와 같은 사람이 읽기에는 참 버거운 책이었단다. 1부에서 나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부분은 그래도 읽을 만했단다. 아인슈타인 전까지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 말이야.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그런 개념을 산산이 깨트렸고, 이론이었던 그의 상대성 이론이 실제로 증명이 되면서 진리가 되었단다. 중력과 속도의 크기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변한다는 것이 핵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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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계만 느리게 가는 것이 아니다. 아래쪽에서는 모든 과정이 더 느리다. 나이가 같은 두 친구가 있는데, 한 명은 평지에 살고 다른 한 명은 산에 산다고 해보자. 수년이 지난 뒤 두 사람이 만나면, 평지에서 산 친구는 살아온 시간이 더 짧아서 덜 늙어 있다. 이 친구의 집에 걸린 뻐꾸기시계는 덜 진동했고, 볼일을 볼 시간도 적었으며, 집에서 기르는 식물도 덜 자랐다. 또한 이 친구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시간도 적었다. 아래쪽은 위쪽보다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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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시간은 일정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우주를 시각을 확장시키면 같은 시간대 같은 공간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1광년 떨어진 곳에 별이 있다면 그 별에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지금관측한다면, 그 별은 이미 1년 전에 일어난 일을 보게 되는 것이거든이렇듯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과거, 현재, 미래는 무엇이란 말인가. 지은이는 그것을 그것은 사건들의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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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08)

반면, 세상이 사건의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면 작동한다. 아주 간단한 사건이든 아주 복잡한 사건이든 더 단순한 사건들의 조합으로 분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은 사물이 아니라 사건들의 총체이다. 폭풍우도 사물이 아니라 돌발적인 사건들의 집합이다. 산 위의 구름도 사물이 아니다. 공기 중의 습기가 응결된 것을 바람이 산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파도도 사물이 아니라 물이 움직이는 것이고, 이 물은 언제나 다른 모양을 만든다. 가족도 사물이 아니라 관계와 사건, 느낌의 총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당연히 사물이 아니다. 산 위에 결린 구름처럼 음식, 정보, , 언어를 비롯한 수많은 것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복잡한 프로세스다. 사회적 관계의 네트워크 속에, 화학적 프로세스의 네트워크 속에, 자신과 비슷한 타인들과 교환한 감정의 네트워크 속에 있는 수많은 매듭들이 인간 안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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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의 네트워크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 이론은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이란다. 열역학 제 2법칙은 너희들도 나중에 학교에서 배우게 될 거야. 쉽게 이야기하면 열이란 것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것은 사건의 흐름은 엔트로피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만 흐르게 된다는 법칙이란다. 엔트로피라는 것은 무질서한 정도라고 하는데, 모든 물질은 무질서한 정도로 변하려고 하는 성질, 그것이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인 것이란다. 사실 우리 거실이라 너희들 방도 누군가 치우지 않으면 점점 지저분해지게 되니, 열역학 제 2법칙을 완벽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란다.^^

그럼 다시 과거, 현재, 미래의 정체를 알아보자꾸나.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사실은 엔트로피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야. 과거는 엔트로피가 낮고, 미래는 엔트로피가 높은 것이지. 엔트로피가 낮고 높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사건의 네트워크로 엮이게 되는 것이고생물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고 죽는 것도 시간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가 그렇게 만들어 놓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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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생명체도 유사하게 상호 뒤얽힌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다. 광합성은 태양으로부터 받은 낮은 엔트로피가 식물에 쌓이는 과정이다. 동물은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낮은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엔트로피가 아니라 모두 에너지라면, 우리는 음식을 먹지 않고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세포 내부는 복잡한 화학 공정들의 네트워크로서 낮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문을 여닫는 구조물이다. 분자들은 촉매처럼 공정들의 얽힘을 촉진하거나, 반대로 억제하기도 한다. 각각의 모든 공정에서 엔트로피의 증가는 모든 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생명은 서로 촉매작용을 하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과정들의 네트워크다. 간혹 생명이 특별히 질서화된 구조들을 만들어낸다거나, 국소적인 영역에서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고 흔히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저 낮은 엔트로피의 음식을 분해하고 소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나머지 우주에 존재하는 스스로 구조화된 무질서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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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뒤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구나. 분명 한글로 되어 있는데,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글들. 이렇게 엔트로피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이유를 양자역학까지 끌어들여 설명하게 된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은이가 연구하는 학문이 중력 이론과 양자 이론을 합친 루프양자중력을 연구하는 사람이잖니이런 엔트로피의 단방향 흐름도 양자의 불확실성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아빠는 대충 이해를 했단다. 잘못 이해했다는 해도 문제될 것 없고, 자세한 내용은 이해하지 못해도, 뭐 어쩔 수 없고….

….

마지막으로 지은이가 바라보는 죽음의 독특한 시각에 대해 소개해 볼게. 사람을 비롯하여 많은 동물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진화의 오류라고 설명했단다. 그런데 진화의 오류든 아니든 죽음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고 두려운 것이니. 엔트로피 무질서의 최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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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내가 보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진화의 오류다. 수많은 동물들이 포식자가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며 도망친다.. 그것이 건강한 반응이고 그래야 위험에서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잠깐 동안의 두려움일 뿐 계속되지는 않는다. 이 두려움 덕분에 유인원이 탄생했다. 미래를 예상하는 능력은 분명 도움이 되는 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때문에 우리 유인원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 물론 두려움의 본능을 일깨워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게 해주기는 한다. 나는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두 가지 진화의 압박에 의한 우발적이고 어리석은 간섭이자, 우리 뇌 속에서 발생한 잘못된 자동 회로 연결의 산물일 뿐 특별히 유용하다거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일정한 기한이 있다. 인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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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이 환상이더라도 거의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가려면 시간은 꼭 필요하단다. 그래야 약속을 정한 시간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기차나 버스도 탈 수 있고 말이야. 그렇게 보면 시간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두메 산골에서 시계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구나. 현재 시간 밤 11 35. 시간이 없다면 도대체 지금이 어느 정도 깊은 밤인지 잘 몰랐을 것 같구나. 이런 금방 또 시간이


PS:

책의 첫 문장: 가만히 멈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시간이다.


이것이 시간이다. 친숙하고 은밀하다. 시간이라는 도둑은 우리를 끌고 간다. 1초, 1분, 1시간, 1년의 쏜살 같은 흐름이 우리를 삶 속으로 밀어넣었다가 나중에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로 끌고 간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것처럼 우리는 시간 곳에서 산다. 우리 존재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 시간의 애가(哀歌)는 우리의 영양분이 되고,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며,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한편, 편안한 요람이 되어주기도 한다. 세상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시간이 이끌어가는 일들을 펼쳐나간다. - P7

즉, 시간은 첫 번째 층인 유일함을 상실했다. 모든 장소의 시간은 다른 리듬과 속도를 갖는다. 다양한 리듬의 춤 속에서 세계의 사건들이 얽힌다. 세상이 춤추는 생명의 여신으로부터 지배를 받는다면 최소한 만 명의 여신이 있어야 할 테고, 그 여신들의 춤은 마티스의 그림처럼 거대한 군무로 펼쳐질 것이다. - P26

현재가 아무 의미 없다면 우주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존재’하는 것이 ‘현재 속에’ 있는 것 아닌가? 우주가 어떤 특별한 구성으로 ‘지금’ 존재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는 타당하지 않다. - P65

뉴턴의 시간은 우리 감각의 증거물이 아니라 우아한 지적 산물인 것이다. 교육받은 여러분에게 사물과 관련이 없는 뉴턴의 시간이란 존재가 단순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면, 그 이유는 여러분이 학교에서 이 시간을 접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조금씩, 알게 모르게 시간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전 세계 교과서들은 시간을 공통적으로 생각하도록 기타의 개념들을 걸러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시간에 대한 직관을 만들었다. 지금은 사물이나 사물의 움직임과 별개인 균일한 시간의 존재가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고대의 인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 P76

관점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본 수많은 것들은 이해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채도 남는다. 어떤 경험을 하든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마음과 뇌, 공간의 어느 지점, 시간의 어느 순간 안에 있다. 세상 속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시간에 관한 우리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이다. 우리는 ‘외부에서 본’ 세계의 시간 구조와 우리가 보는 세상의 측면, 즉 우리가 세상 안에 세상의 일부로 존재함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측면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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