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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1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7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번에 읽은 <사할린(전 3권)>이라는
책은 몇 년 전에 녹색평론에서 추천하여 알게 된 책이란다. 슬픈 역사가 가득 담긴 일제 시대 사할린으로
끌려가서 돌아 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헤어져 끝내 만나지 못한 부부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고 했어. 아빠가 잘 알지 못하는 역사의 한 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소설이라고 하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고 싶은 목록에 추가했다가 이번에서야 읽은 것이란다.
일제 시대 강제 징용이라고 하면 일본 땅이랑,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끌려가 전쟁과 위안부로 고생하신 것만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할린 땅으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지금이야 러시아 땅이지만, 당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사할린의 남쪽 지역을 차지하였고, 그곳에는
많은 탄광에 끌려가 노예처럼 일했던 우리 조상들이 있었던 것이야. 해방과 동시에 그들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 그 수가 수 만 명에 이루고, 그들의
후예들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단다. 이 안타까운 일들이 100년도
안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의 이야기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구나.
지은이 이규정이라는 분은 대학교수이면서 여러 책을 쓰신 작가이면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민주화에도 힘쓰신 분이란다. 그가 1991년 사할린 강제 징용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마음먹고, 직접
사할린에 취재를 하고, 그 바탕으로 1996년 <먼 땅 가까운 하늘>이라는 소설을 출간하셨단다. 그리고 20년이 흐르고 재출간한 것이 바로 <사할린>이란다. 머리말에
쓰신 이규정 님의 글을 읽어보니, 이런 역사관을 가지신 분이라면 존경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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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에
앉힌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지금도 일본과는 껄끄러운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과 한 마디 없이, 10억 엔을 주었으니 이제 아무 소리 말고 소녀상도 철거하라는 일본 당국자를 텔레비전에서 볼 때마다 그 낯짝에
오물을 뒤집어씌우고 싶습니다. 2015년 말에 일본 당국자와 서툰 협상을 벌여 일본에 꼬투리를 잡힌
등신 같은 우리 정부 당국자가 한없이 원망스럽습니다. 우리 정부의 총체적 능력의 한계를 보는 듯한 비애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무능하면 그것은 국가의 위상 추락은 물론,
국가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대한제국 정부의 무능이 결국 나라를 망친 것은 역사의
교훈입니다. 위안부 문제 협상은 반드시 다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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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이규정이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되어 이규정이라는
분을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안타깝게도 2018년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뒤늦게 이규정 님의 명복을 빌어보았단다.
1.
모두 세 권으로 이루어진
<사할린>. 그 중에 오늘은 1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일제 시대 경성사범을 다니던 이문근은 인근에 있는 여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숙경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대시를 했고, 최숙경도
이문근을 마음에 들어 했어. 이문근과 최숙경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개성의
잘나가는 부잣집이었던 최숙경의 부모님이 반대를 했단다. 시골 출신 이문근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지. 최숙경은 부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이문근과 함께 절에서 조용히
결혼식을 올리고, 이문근의 시골집에 와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단다. 그런데, 이문근이 담을 쌓는 일을 하다가 담이 무너지면서 중병에 걸리고 말았어. 이문근의
병 치료를 위해서 돈이 필요했는데, 조선 땅에서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자원하여 사할린으로 향했단다. 그때가 1943년이었다.
당시 사할린은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도 있었지만, 최숙경처럼 일제시대 말기에 혹해서 짧은 기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원해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구나. 당시 고등학교까지 다닐 만큼 배운 사람이고, 똑똑했던
최숙경인데 사할린을 가더라도 좀더 알아보고 갈 일이지…. 비극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했단다.
…
사할린에 도착한 숙경은 비행장에서 일하다가 탄광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탄광 노동자의 밥 짓는 일을 했단다. 약속한 돈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으면서 말이야. 그렇다고 돌아갈 수 없는 일.. 그 돈이라도 이문근의 집으로 보내고
자신은 어렵게 생활했단다. 조금만 참으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숙경이 보내준 돈은 시댁 생활의 밑천이 되었고, 이문근도 건강을
되찾아 다시 학교에 복학할 수 있게 되었어.
…
사할린에는 많은 탄광들이 있었고, 각 탄광에는 강제 징용으로 끌려온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있었어. 그들은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끌려오기도 하고, 밭에서 일하다 끌려오기도 했어. 그렇게 끌려온 그들은 온갖 착취를 당하며 살았단다. 일본인 관리인들에게
폭행당하여 죽기도 하고, 의료 시설이 없어 병에 걸려 제대로 치료 받지도 못하여 죽기도 하고, 탄광이 무너져 땅속에 갇혀 죽기도 했단다.
….
지은이가 이 소설을 쓰기 전 직접 취재를 하고 쓰셨다고 하니, 이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이름은 다르겠지만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구나. 만약 아빠가 그렇게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도
하고… 몇몇 등장인물들을 소개해줄게.
김형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에 가는 길에 잡혀서 집에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끌려온 곳이 사할린이었단다. 사할린에 와서야 편지로 집에 소식을 알렸어. 고향에 두고 온 애인
점옥이에게 알리지 못했는데, 그 점옥이 또한 정신대로 끌려갔다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김상문, 김상식, 김상주 삼형제는 독립운동가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다른 이들보다 빠른
1933년에 사할린 우글레고르스크에 정착했어. 우애가 깊은 그들은 사할린에서 함바식당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갔단다. 그들은 집안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삼형제의 아이들 중에 가장 똑똑했던 김상주의
아들 종규를 도쿄로 유학 보내기로 결정했단다. 그래서 김상주 식구들은 도쿄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들 형제와 마지막이었어. 해방 이후 김상주 식구들은 어렵게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사할린에 있는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했거든…
2.
드디어 해방이 되었단다. 사할린에도
그 소식이 전해졌어. 그리고 그 소식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일본 사람들. 탄광 노동자들은 고향에 돌아갈 걱정보다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 걱정이 앞선단다. 그리고 그들의 귀향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일본은 지네 나라
챙긴다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단다. 언제는 한 국민이라고 하더만, 이제
와서는 비일본인 취급이었어. 하기야 자신의 국민이라면 그렇게 혹사시킬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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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이것을 다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초의 각서(SCAPIN 822)에 이미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구일본인 점령지의 일본인 귀환 및 일본으로부터의 비일본 귀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및 동국의 지배하에 있는 영토로부터의 일본인 포로 및 일반 일본인의 귀환과 더불어
북위 38도 이북의 북조선 재일 조선인의 귀환에 관하여 본 협정을 체결한다.”
이러한 협정을 보면 사할린에
있는 조선인의 귀환은 처음부터 귀환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게다가 소련 지배하의 사할인 여러 항구에서
일본 귀국선에 승선시키는 일체의 권한과 책임은 소련관헌에게 있었다. 일본의 강제연행에 의해 사할린까지
끌려온 수많은 조선인들은 당연히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고 조선에까지 귀국시켜야 함에도 일본은 이를 깨끗이 외면했다. 패전 전까지만 해도 조선인을 법적으로는 일본인과 같이 보았고, 국적은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이었다. 그것뿐인가. 종전 직후 사할린의
조선인들은 연합군 총사령부로부터 ‘일본 국적을 가진 비일본인’으로
취급되어 전범자로 처벌된 사례까지 있었다. 그러니 당시의 조선인은 이리 걸면 벌받아야 할 일본인이었고, 저리 걸면 절대로 귀국 대열에 끼지도 못하는 ‘특수 일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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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방 조국이 그들을 챙길까. 해방은 했다고 하지만, 어수선한 국내 분위기에 남북으로 나뉘어지려는
혼란… 멀리 사할린의 사람들을 챙길 이성들이 없었어. 그렇다고
러시아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줄까? 그들 눈에는 일본인이나 조선인이나….
다 이방인. 결국 사할린 사람들은 각자 도생할 수 밖에 없었단다. 최숙경도 함께 있던 말숙과 함께 사할린을 떠났단다. 최숙경은 일단
일본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어. 다행히 일본인들 틈에서 일본행 배를 탈 수 있었단다.
…
해방이 되고 여러 탄광들에서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단다. 어떤 탄광에서는 해방 소식을 먼저 접한 일본 경찰들이 조선인들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모두 총살해 버리는 사건도
있었단다. 이 사건은 극적으로 살아난 최해술이라는 사람에 의해 알려졌어. 최해술은 민족운동가인 아버지가 경찰에 잡힌 다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징용을 자원해서 사할린에 왔던 것인데, 이렇게 극적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 거야. 하지만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할린에 발이 묶이고 말았단다. 또
다른 탄광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뻔했는데, 그곳에서는 다행히 착한 일본인이 한 명 있었어. 이시무라라는 사람으로 전쟁 전에 천주교 신부였어. 이시무라는 평상시
알고 지내던 조선인 천주교 신자인 정상봉과 김형개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려주었고, 정상봉과
김형개가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알려주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단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할린을 벗어날
수 있을까.
3.
조선에 있는 최숙경의 남편 이문근의 이야기를 해줄게. 이문근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했단다. 해방이
된 이후 최숙경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었어. 그런데 오히려 해방이 된 이후 최숙경의 소식이
끊겼어. 그리고 돌아가는 국내 정세가 답답했단다. 나라는
둘로 쪼개졌지. 자신이 존경했던
민족주의자들이 하나 둘 암살당했지… 일제시대 그 모진 세상도 이겨내신 분들인데 말이야. 해방된 지 이삼 년이 되어도 최숙경의 소식이 없자, 부모들은 최숙경을
잊고 재혼하라고 성화였단다. 하지만 이문근에게 최숙경이 어떤 사람인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고, 자신의 병을 고치겠다고 사할린까지 자원해서 간 사람 아닌가.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끝내 혼자 살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야지. 이문근은
동료 선생님 중에 자신과 뜻이 같고 마음도 통하는 강화중이라는 선생님이 있었어. 이문근과 강화중은 교장
선생님한테 찍혀서 신변의 위협을 받는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별 이유 없이 경찰서에 불려가기도 했단다. 경고이자 협박이었지… 나라와 학교 교장이 하는 말에 고분고분 잘
따르라고 말이야. 이문근은 과연 최숙경을 만날 수 있을까. 2권에서
더 이야기해줄게.
…
해방 정국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속상하고 화가 나더구나. 왜 피해국인 우리나라가 둘로 갈려야
했는가 말이야. 아, 억울하고 속상하고… 지금 억울하고 속상해도 과거가 바뀌지는 않지만, 그 때 잘려진 분단이
너무 오래가는구나. 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이렇게 순 한문으로 된 포창문의 주인공 경주 최씨는 철환의 양모였다.
책의 끝 문장: 어디선가 컹컹컹 개 짖는 소리가 식은 밤공기를 흔들어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