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나는 북조선 편을 드는 조총련에도 가입하지 않았네. 사실은 무슨 주의, 무슨 주의 그런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네. 미국과 소련이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고 공산주의도 없는 거네. 우리에게는
무슨 주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살아 가느냐 하는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미국의 자본주의는 죄가 얼마나 많으며, 소련의 공산주의 또한 죄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통일이 돼도 나는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그런 통일이 돼야 한다고 보네. 자네 생각은 어떤까?”
(225)
특히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이야기는 그들 모두 남조선 출신이지마는 남조선 당국에 대하여 심한 욕을 퍼부었다. 6만 명 가까운 조선 사람들을 이 사할린에 팽개쳐 둔 채 전쟁을 일으켜 북침을 하다니, 조국의 통일도 중요하지만 조국이 불행했던 시절에 외지에 끌려나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는 조선 사람들을 구해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전쟁 놀음이나 벌이다니! 해방 전에는 왜놈들로부터 갖은 구박과 수모를 당했더니, 해방이 되자 로스케 놈들이 건너와, 들어온 놈이 동네 팔아먹는다고
오래전부터 살아온 조선 사람들을 얼마나 천대하고 멸시했는가. 왜놈들이 조선을 조센징이라고 멸시했듯이
이놈들도 조선 사람들에 대하여, 까레이 혹은 까레스키, 하면서
천대와 구박을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생각하면 최해술은 말할 것도 없고, 나이 젊은 허남보 같은 사람도 울분과 슬픔으로 절로 주먹이 불끈불끈 쥐어지면서 눈물까지 고였다.
특히 조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남조선에 대하여 적의를 품게 된 이유는 북조선 사람들의 입김과, 그 입김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소련 당국의 영향이 무엇보다도 컸다. 남쪽에서
불법 북침을 했다는 것도 북조선에게 전해진 소리였다.
(340)
일본에 있는 ‘사할린 억류 귀환 한국인회’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쏟아 일본 정부에 재사할린 조선인의 귀환을 교섭했지만 일본 정부 당국자의 변명을 이러했다.
“당신들의 고충이나 간절한 희망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 일은 정부가
수립되어 당당한 독립국이 된 당신네들의 나라 한국정부에서 맡아 할 일이거나 한국 국민 전체가 나설 일이 아니겠소.
당신들의 소망이 이처럼 절절한데 당신네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왜 말 한 마디 없겠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일한 간에 관계가 좀 더 본궤도에 올라 정상 가동되면 당신들의 희망은 보가 전향적으로
고려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