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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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를 재미있게 읽고, 필립 로스의 책을 두어 권 구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구입한 책 중에 하나가 이번에 읽은 <네메시스>란 책이란다. 무슨 내용의 소설인지도 몰랐어. 그런데 녹색평론 172(5~6월호)에서, 소설가 김남일님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면서, 전염병에 관한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그 책이 바로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였단다. 책 소개를 잘 해주어 읽어 보고 싶어서 집어 들었단다. 요즘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책 제목 네메시스는 복수의 신을 뜻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복수의 신이 노리는 이가 누구인지 짐작은 가더구나. 하지만 왜 그를 노렸을까? 무작위로 걸려든 것 일뿐. 전염병이라는 것은 그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확인을 하지 않는 것 같구나.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전염병은 폴리오라는 전염병이야. 폴리오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아마비라고 한단다. 아빠는 소아마비라는 병이 전염병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보통 전염병이라고 하면 걸렸다가 회복이 되면 다시 전염병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이 폴리오 병은 걸리면 죽거나 평생 불구로 살게 된다고 하는구나.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걸려서 소아마비라고 불렀는데, 다 큰 청년이나 어른들도 걸리곤 한다는구나.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39살에 폴리오 병에 걸려 평생 불구로 살았대. 이야기만 들어도 엄청 무서운 병이구나. 1955년 이 병의 백신이 개발되면서 폴리오 병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의 배경은 1944. 아직 폴리오 병의 백신이 만들어지지 않은 때란다. 조심하는 게 최고의 예방이었어. 오늘날 아직 백신이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1.

1944년 미국 북서부 뉴어크 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뉴어크 주는 42만명이 살고 있었어. 폴리오병이 1916년에 크게 유행하여 많은 이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는데, 그 이후에는 그 수가 줄어 일년에 20명 이내로 생기곤 했어. 폴리오병은 주로 여름에 생기는데, 그해 1944년 여름에는 시작부터 그 수가 예년과 달랐어. 한달 반 만에 40여명이 걸렸단다.

주인공 버키 캔터라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청년이었단다. 태어날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서, 외조부모님과 같이 살았어.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군대에 나가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은 꿈이었지만, 시력이 안 좋아 군대에 뽑히지 못했단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이라서 웬만한 청년들은 모두 군대로 끌려가던 시절이었단다.

군대를 가지 못한 버키는 체육 선생님으로 유대인 마을의 놀이터 감독도 하였어. 어느 날 이탈리아 불량소년들 10여명이 놀이터와 왔다가 난리를 벌였다가 버키에게 제지 당하기도 했어. 이 작은 소동이 사람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는데, 이유는 이탈리아인이 사는 마을에 폴리오 병이 유행하고 있었거든. 이 일이 있은 후 우연히도 유대인 마을에 어린이 둘이 폴리오 병에 걸리고 말았어. 이탈리아 소년들이 놀이터에 왔을 때,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이 아니었음에도 비난의 화살은 이탈리아 소년들에게 향했어. 전염병은 이렇게 서로 의심하고 서로 미워하게 만드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유대인 마을의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졌단다. 처음 폴리오 병이 생긴 지 72시간만에 폴리오 병에 걸렸던 앨런이 죽고 말았어. 72시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어. 건강했던 아이가 72시간만에 주검이 되었어. 앨런의 형들은 모두 군대에 갔고 앨런은 늘 착하고 건강한 아이였어.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지. 앨런과 같이 폴리오 병에 걸인 아이는 허비였는데그 아이도 며칠 못 가 죽고 말았단다. 아무도 감염 경로를 모르고, 치료제도 없는 이 무서운 병이 병의 정체를 모르니 온갖 추측만 많았단다. 바람 때문이다물 때문이다파리 때문이다심지어 햄버거가 퍼뜨렸다… 30살의 백치 호러스는 사람이 있었는데, 평상시에는 심하게 놀려봐야 얼간이라고 하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호러스가 폴리오병을 옮겼다고 저주를 퍼붓는 아이들도 있었어. 점점 지옥으로 변해가는 뉴어크

시에서는 방역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 폴리오 병에 걸린 아이들은 점점 늘어났어.


2.

버키는 마샤라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지금은 인디언 힐이라는 곳에 있는 캠프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마샤가 일하는 캠프에 일자리가 생겼다며 버키에게 오라고 했어. 버키가 머물고 있는 곳은 폴리오병이 창궐하여 위험하기도 하니까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버키는 거절했어. 뉴어크의 사정은 점점 안 좋아지고, 놀이터의 아이들은 점점 줄어 들었단다. 버키는 이런 상황을 만든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어.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무서운 폴리오병을 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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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그래, 처음부터 우리 삶을 유지시켜준 대체 불가능한 발전기를 찬양하는 것-파란 하늘의 몸에 홀로 틀어박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저 황금의 눈과 매일 현실로서 만나는 것을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이 하느님은 선하다는 공식적 거짓말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죽이는 냉혈한 살인자 앞에 굽실거리는 것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인간성을 위해서도, 가치를 위해서도, 하물며 여기서 도대체 무슨 지옥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일매일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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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는 마샤의 여러 번의 설득에 결국 인디언 힐로 떠나기로 했어. 그러면서도 놀이터 아이들을 배신한다는 생각에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꼈어. 캠프에 도착을 하고 그곳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또 열심히 일했단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샤와 만나 알콩달콩 사랑도 키우고하지만 여전히 뉴어크 아이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계속 느꼈어. 어느 때는 다시 뉴어크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하다가도 다시 캠프 일에 열중을 했단다. 할머니와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데, 뉴어크 아이들의 감염이 급증하고, 죽는 아이들도 늘어났다고 했어. 그리고 결국 놀이터도 폐쇄가 되었대. 그냥 폐쇄될 때까지 놀이터에 있다가 올 거라는 생각도 했어. 그렇다면 죄책감이 덜 했을 텐데 말이야.

할머니는 또 하나 슬픔 소식을 전해주었어. 전쟁에 나갔던 친한 친구 제이크의 전사 소식이었단다. 같은 하늘 아래, 어떻게 이렇게 상황이 다를 수 있는가. 자신은 인디언 힐에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염병과 싸워야 하고, 어떤 젊은이는 총과 폭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이 세상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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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7)

그때 갑자기 허비와 앨런, 뉴어크에서 여름을 보내는 바람에 죽은 아이들이 떠올랐고, 그 아이들을 인디언 힐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꽃처럼 피어나는 같은 또래의 실라, 필리스와 비교하게 되었다. 그가 이 원기 왕성한 아이들과 함께 여름 캠프의 이 시끄러운 유원지 같은 곳에 안락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프랑스 어딘가에서 독일군과 싸우고 있는 제이크와 데이브도 있었다. 그는 삶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환경의 힘 앞에 이렇게 무력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여기 어디에 하느님이 개입하고 있단 말인가? 하느님은 왜 한 사람은 손에 라이플을 쥐여 나치가 점령한 유럽에 내려보내고 다른 사람은 인디언 힐 식당 로지에서 마카로니와 치즈가 담긴 접시 앞에 앉아 있게 하는가? 하느임은 왜 위퀘이크의 한 아이는 여름 동안 폴리오에 시달리는 뉴어크에 놓아두고 다른 아이는 포코노 산맥의 멋진 피난처에 데려다놓는가? 이전에는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에서 자신의 모든 문제의 해법을 찾았던 사람에게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왜 지금처럼 일어나고 있는가 하고 물었을 때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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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화롭던 인디언 힐 캠프에올 것이 왔단다. 아빠가 소설을 읽으면서, 아무래도 버키가 폴리오 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버키가 아니고, 캠프에서 버키와 가장 친한 소년인 도널드가 폴리오병에 걸린 거야. 이것은 버키에 있어 가장 큰 형벌이었어. 가뜩이나 뉴어크의 아이들을 배신한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캠프의 아이까지 폴리오병에 걸렸으니 말이야. 버키는 자신이 병을 옮겨 온 것이 틀림없다고 죄책감에 참을 수 없었어. 그러면서 자신도 폴리오 병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단다. 역시나, 버키 자신도 폴리오 병의 양성 판정을 받았단다. 그리고 곧바로 폴리오병의 무서운 증상들이 나타났어. 그리고 48시간이 안되어 급격하게 상태가 안 좋아져서 온몸이 마비되었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어.

도널드와 버키의 감염은 단지 시작이었어. 캠프에 폴리오병이 급증하고, 캠프에 학생으로 참여하고 있던 마샤의 동생도 폴리오병에 걸렸어. 버키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평생 심한 불구의 몸이 되었어. 그것보다 버키는 캠프의 폴리오병이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에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 가야 했어.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뉴어크의 아이들을 배신해서 받은 벌이라고 생각했어. 버키는 그것뿐만 아니라, 뉴어크의 폴리오병도 자신이 퍼뜨린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버키는 나약한 사람이 되었단다. 여자 친구 마샤와도 헤어지고 버키는 줄곧 혼자 지냈단다. 그래도 버키가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꼈고, 늘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던 청년인데, 정말 뉴어크 아이들에 대한 배신 때문에 받은 벌이라고 한다면 너무 큰 형벌인 것 같구나. 바이러스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버키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삶을 이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 소설은 2010년 필립 로스가 절필 선언을 하면서 쓴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아빠가 필립 로스의 책을 읽은 것이 이번까지 세 번째인데, 모두 괜찮았단다. 필립 로스는 이제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책들은 여전이 우리 곁에 남아 있으니, 그의 다른 책들도 또 읽어봐야겠구나.

, 코로나는 언제쯤 끝이 날까.


PS:

책의 첫 문장 : 그해 여름 첫 폴리오는 6월 초, 메모리얼 데이 직후, 우리가 살던 곳에서 시내를 가로지르면 나오는 가난한 이탈리아인 동네에서 발병했다.

책의 끝 문장 : 창을 높이 들고 달리다 창을 든 팔을 몸 뒤쪽으로 쭉 당기고, 이어 그 팔을 앞으로 쑥 내밀며 어깨 위 높은 곳에서 창을 놓을 때-뭔가 폭발하는 것처럼 창을 놓을 때-그는 우리에게 무적으로 보였다.


"그래" 유시가 말했다. "여기서 핫도그를 먹고 집에 가서 폴리오에 걸려 죽었다고 이제 모두 무서워서 오지를 않아. 말도 안돼. 핫도그 때문에 폴리오에 걸리는 게 아니야. 핫도그를 수천 개는 팔았는데 아무도 폴리오에 걸리지 않았어. 그러다가 아이 하나가 폴리오에 걸리니까 모두들 이러는 거야. ‘시드네 가게에서 파는 핫도그 때문이야, 시드네 가게에서 파는 핫도그 때문이야!’ 이건 삶은 핫도그야. 삶은 핫도그로 어떻게 폴리오가 걸려?"- P63

그래, 처음부터 우리 삶을 유지시켜준 대체 불가능한 발전기를 찬양하는 것-파란 하늘의 몸에 홀로 틀어박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저 황금의 눈과 매일 현실로서 만나는 것을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이 하느님은 선하다는 공식적 거짓말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죽이는 냉혈한 살인자 앞에 굽실거리는 것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인간성을 위해서도, 가치를 위해서도, 하물며 여기서 도대체 무슨 지옥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일매일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나았을 것이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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