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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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 관련 SNS에서 좋은 평을 받은 것에 귀가 얇은 아빠가 접수해서, 이번에 읽은 책은 심윤경님의 <설이>라는 책이란다. 심윤경님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아빠는 심윤경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이번에 읽은 <설이>라는 소설은 너무 좋았단다. 아빠가 책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집중도 잘 못해서 오래 읽지도 못하는데, <설이>라는 책은 단숨에 읽어내려 갔단다. 앞으로 심윤경님의 작품들을 눈 여겨 봐야겠구나.

 

1.

이 책은 설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란다. 설이의 나이는 12,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학생? 이었단다. 설이가 주인공이니까 좀더 설명을 해볼게. 주인공 윤설. 초등 6. 갓난아기 때 풀잎보육원 근처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져 풀잎보육원의 원장이 그 아이를 발견하고 보육원에 데리고 와서 자랐어. 윤설의 사연이 TV에서 소개가 되어 후원을 많이 받기도 했단다. 윤설은 자라면서 입양을 세번이나 했는데, 세 번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파양을 당하고 말았단다. 7살부터는 위탁모 김은숙과 함께 생활을 했는데, 윤설은 김은숙에게 이모라고 불렀어. 김은숙은 원래 풀잎보육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윤설을 무척 좋아했어. 보육원 원장이 바뀌면서 김은숙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 설이를 좋아해서 자격이 안되었는데도 이전 원장님을 졸라서 위탁모가 될 수 있었어. 조건은 좋은 자리가 있으면 설이를 입양시키는 조건이었어.

설이가 세 번째 입양을 하고 파양을 당한 것은 12살 때였어. 이 소설의 시작은 설이가 세 번째 파양을 당하고 돌아온 시점이었단다. 세 번째 입양은 미국 군인 가족이었어. 설이도 그들을 사랑하려고 했고, 그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몸이 자동 거부를 했단다. 계속 토를 하고, 말을 잃게 되었단다. 결국 다시 김은숙의 허스름한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진료를 받으러 동네 병원에 가서 곽은태 원장님을 만났어. 설이는 자신에게 더욱 친절한 곽은태 선생님을 좋아했어. 곽은태 선생님은 설이가 병원에 오면 뒷환자가 기다리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설이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설이는 곽은태 선생님이 자신의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어.

설이는 파양당하고 오면 전에 다니던 학교에 가기가 어려웠어. 웬만한 학교는 모두 다녀서 이제 남은 곳은 사립초등학교였어. 인맥을 통해 교감의 허락을 받았어. 교감 선생님도 학기도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았고 해서 설이를 받아주었단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이 반대를 했어. 가난한 집안의 설이가 어떻게 그런 학교에 들어올 수 있느냐? 무슨 특혜를 받은 것이냐? 그래서 설이가 이 사립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실력이 되는지 부모님들 앞에서 평가를 받았단다.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어. 설이는 천재였어. 국어,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도 무척 잘했어. 학원교육도 없이 보육원 출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설이는 <헝거 게임>시리즈를 좋아해서 소설로도 읽고, 영화로도 엄청 많이 봤어. 너무 좋아해서 영화 대본을 다 외웠다는 거야. 원서로도 읽고 말이야. <헝거 게임>으로 스스로 익힌 영어 실력은 그대로 평가 결과로 나왔어. 부모님들도 깜짝 놀라서 설이의 사립학교 입학은 받아들여졌어. 설이를 보고 자신들의 아이들도 분발해서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셨거든.

 

2.

그 사립초등학교에서 설이는 시현이라는 부잣집 아들과 짝이 되었단다. 시현이는 키도 크고 춤도 잘 추어 인기가 많았지만, 몇몇 아이들과 몰려 다니며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그리 착한 아이는 아니었어. 설이한테도 곱게 굴지 않고 괴롭혔단다. 그런데, 설이는 시현이를 한 눈에 알아봤어. 동네 병원장, 설이가 존경하는 곽은태 선생님의 아들이었어. 곽은태 선생님 책상 위 사진 속 아이였거든. 설이는 겉으로 아는 척하지 않고, 속으로만 어쩜 아버지랑 어찌 다를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단다.

어느날 시현의 괴롭힘에 참다 못한 설이는 시현이와 대판 싸웠어.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여서 병원에 갔어. 곽은태 선생님이 찾아와서 사죄를 했단다. 그리고 자신이 설이를 위탁해서 키워보겠다고 했어. 설이를 잘 보살펴 주었고, 설이가 공부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자기가 보살펴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 이모는 허락해 주었어. 설이를 잘 보살펴줄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양보하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설이는 곽은태 선생님 집에서 살게 되었단다. 곽은태 선생님의 아이는 시현 하나뿐이고, 부인도 설이을 무척 잘 대해주시려고 노력하고 대환영했단다. 시현엄마는 설이의 학업 실력을 알고 있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설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유명한 학원을 보내주었어. 설이는 당연히 학원 숙제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무척 열심히 했지만,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숙제들이었단다. 그리고 시현이네 집에서 생활을 하면 할수록 왜 시현이가 부모님에게 비뚤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어.

곽은태 선생님도 병원에서의 인자한 모습이 아닌, 엄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현이를 대했어. 곽은태 선생님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주었는데,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에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지. (.. 아빠들은 아이들 교육에 무관심에 해야 되는데..^^) 그렇겠지. 시현이가 관심 있는 것은 공부가 아니고 춤인데 말이야. 그것도 자타가 공인해주어 학교 행사 때마다 시현의 춤을 보려고 아이들이 몰려다니는데 말이야. 분명 아이돌 그룹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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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나는 시현이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 아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어. 자꾸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시현이에게 겹쳐 보였거든. 내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하며 나를 키웠지.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내 학비를 내 손으로 벌면서 살았어. 사는 시현이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론 참을 수 없이 답답한 거야. 저 아이는 좋은 학교에 다니고 과외 선생님까지 있는데 이렇게 쉬운 수학 문제를 틀리다니. 제 방 가득히 책이 있는데 읽지 않다니. 외국에서 온 원어민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는 데 영어가 싫다니. 나는 그 모든 걸 혼자 힘으로 다 해냈는데, 이 아이는 이렇게 서투르다니!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그 아이가 점점 미워졌던 거야. 그래,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미워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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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설이도 시현의 집의 답답한 공기를 참지 못하고 그 집에서 나와 버렸단다. 무작정 떠났어. 어디로 갈까? 설이 입양 가기 전까지 키우던 개 아코를 입양 보냈다고 하는 횡성을 가기로 했어. 하지만 그곳에 찾아온 곽은태 부부에게 들통이 나서 가지 못했어. 그리고 이모의 장문의 편지를 받았어. 야코가 차에 치어 죽었다고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고그리고 원장님도 요양원에 계시다가 자기와 심한 말다툼을 하고 얼마 뒤 돌아가셨다고 했어.

원장님한테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이모. 그리고 그 동안 숨겼던 옛 이야기도 꺼냈어. 숨겨서 미안하다며. 쓰레기통에서 설이를 주웠다고 한 것은 방송용 연출이었고, 보육원장이 설이를 이용해서 후원금을 많이 받아 보육원을 발전시키려는 수작이었다고충격적인 내용의 편지였으나, 설이는 담담했어.

결국, 설이는 이모의 집으로 들어왔어. 바뀐 것이 있던가? 비록 허름한 집이고, 돈도 많지 않았지만, 자유가 있었고, 여유도 있었어. 그러면서, 시현이가 자신의 집에서 생활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어. 시현이는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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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시현이 이모네 집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나는 시현이네 집에서 살아보았지만 시현이는 이모네에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 허름함의 첫 충격을 극복하기만 하면 시현은 스마트폰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하루 종일 유튜브를 들여다보며 춤동작을 연구할지도 모른다. 곽은태 선생님 부부가 꿈꾸는 시현의 미래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르고, 나는 그런 시현의 미래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달콤한 무심함을 시현에게 한 숟갈만 떠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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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설이의 생일 잔치 좁은 임대 아파트에 시현이의 식구들을 모두 초대했단다. 시현의 아버지도 설이와 함께 지내면서 많이 깨닫고,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해 아버지학원에 다니고 바뀌려고 노력한다고 했어. 시현이도 설이와 화해를 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단다. 주인공 설이는 매력이 넘치는 아이였단다. 아빠도 설이의 매력에 푹 빠졌어. 스토리 전개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갔지만, 그래도 좋았단다. 그렇게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면 더욱 슬펐을 거야. 겉으로만 보기에는 설이의 눈에 곽은태 선생님은 완벽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결국 시현이는 곽은태 선생님의 어깨 위의 멀미를 이겨내지 못했어. 아빠도 너희들을 아빠의 어깨에 올려 놓고, 너희들에게 너무 많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래서 너희들이 소설 속 시현이처럼 멀미가 나서 참지 못하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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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곽은태 선생님의 반석 같은 어깨 위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자랐을 시현을 한없이 부러워한 시간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두드리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의 어깨 위도 알고 보니 멀미 나게 흔들리는 곳이었다.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어깨는 없다. 그렇게 당연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한때 시현이 악마처럼 사악한 아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아이도 나처럼 격렬한 어지러움에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더 이상 시현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인의 부러워하는 시선 속에서, 남들은 모르는 어깨 위의 흔들림을 견뎌야 했던 시현이 나보다 더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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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좀더 각성을 해야겠구나.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너희들과 잘 어울려 주지도 못하고 있는데, 반성할게. 누군가 그러더구나. 얼마 남지 않았다고. 너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말이야. 초등학교 고학년만 가도 부모와 어울리는 것을 멀리하려고 한다고 하더구나. 너희는 그렇지 말기를 기대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또 다른 방식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소설의 끝까지 다 말해버렸구나.

 

PS:

책의 첫 문장: 동요가 흘러나온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춤추고 있다.


사실이라는 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같아.
그게 그렇게 무서우니까 세상엔 그렇게 많은 거짓말들이 있는 거겠지.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다 이해해. 너무너무 이해해.
나는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미치겠거든. - P194

‘만약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면 나는 시현의 집에서 살 것이다’라는 문장은 잠시 다녔던 영어 학원에서 늘 들었던 지겨운 조건법 시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If는 최고로 골칫덩어리라서 일단 그것이 달리면 문장의 시제는 4차원 시공간처럼 마구 뒤틀리고 아이들의 미간은 고통스럽게 찡그려진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시현은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문장이 성립되고 강아지의 이름은 벡터가 되며 약속이 깨지는 순간 강아지는 쫓겨난다. 강아지는 수학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아버지학교가 곽은태 선생님에게 단단히 가르쳐주었을까? 호랑이 같은 눈을 가질 내 고양이에게 나는 결코 그런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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