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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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달문이라는 조선 시대 한 광대이자, 거지 왕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김탁환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김탁환님께서 다양한 소설을 쓰시긴 하지만,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이 조선시대를 배경을 한 소설인데, 이번에 읽은 <이토록 고고한 연예>도 조선시대 한 광대의 이야기란다. 달문이라는 사람이 지은이가 상상 속에 만들어낸 사람인줄 알았는데, 조선시대 실존했던 인물이더구나.

특히,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의 주인공 광문의 또 다른 이름이 달문이었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빠가 오래 전에 박지원의 단편소설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광문자전>이 있었던 것 같았어. 그래서 옛기록을 뒤져봤더니, 역시 아빠가 <광문자전>을 읽었더구나. 아빠의 기억력이 뭐, 그렇지그래도 이번 김탁환님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읽으면서 왜 낯설지가 않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아주 오래 전 읽은 박지원의 <광문자전>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럼, 김탁환님에 의해 재탄생한 달문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려줄게.

 

1.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는 매설가, 즉 소설가를 꿈꾸는 모독이라는 사람이란다. 모독은 본명은 아니고, 자신이 글을 쓸 때 내세울 필명이었어. 하지만, 현실은 인삼가게를 물려받을 처지였단다. 아버지가 동대문의 유명의 인삼가게 사장인데, 아버지는 그 가게를 물려받기를 바랬고, 아들 모독에게도 별도 가게를 하나 차려주었어. 아버지는 물론 아들이 소설을 쓰는 것을 극구 반대를 했지. 아버지 몰래 소설을 쓰다가 걸려서 다 불에 타버리기도 했단다.

숙부가 한 분 계셨는데, 아버지와 달리 숙부는 모독을 지지해 주셨어. 모독은 우연히 수표교 아래 살고 있는 거치왕초이자 광대인 달문과 친분을 쌓게 되었어. 달문은 입이 귀까지 찢어지고, 귀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고, 눈썹도 없는 등 추한 외모를 갖고 있다고 했어. 달문은 거지왕초로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적이고 예의를 지키는 그런 사람이었어. 자기 밑에 같이 있던 어린 거지가 죽자, 자신의 책임이라면서 왕초 자리를 관두고 그곳을 떠났어.

모독의 도움을 받아 달문은 인삼가게의 점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달문이 적성에 딱 맞았어. 인삼들에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서 손님들에게 들려주었더니, 그것에 손님들이 몰렸어. 물론 매출도 많이 올랐단다. 인삼가게에 관심이 없던 모독이 시샘을 낼 정도였어. 숙부도 달문을 신뢰하여 달문에게 중요한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어. 많은 사람들이 달문을 좋아해서 달문을 찾아오기도 했는데, 어느날은 멀리 밀양에서 운심이라는 여자가 찾아오기도 했어. 한 눈에 봐도 기품 있는 기생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모독은 한 눈에 반해버렸단다. 운심이 달문을 찾아온 이유는 산대놀이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때 달문도 참가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야.

산대놀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자 무용을 이야기한단다. 달문이 했던 광대놀이도 포함해서 말이야. 아참, 아빠가 이 소설의 배경이 조선시대라고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때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구나. 이 소설은 조선 후기 영조가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즈음이란다.

 

2.

이번에 열리는 산대놀이는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경연으로 열리는데, 각각 그들을 후원해주는 뒷배들이 있었단다. 우익 쪽에서 먼저 달문에게 부탁을 해서 우익 편에 서기로 했는데, 나중에 좌익 쪽에서 달문에게 또 자신에 합류하라고 왔어. 좌익은 의금부가 후원을 하고 있었어. 막강한 돈과 권력이 후원을 하고 있다는 소리야. 달문이 예전에 광대로써 화려한 경력이 있어서, 그를 반드시 끌어들이려고 한 거야. 하지만, 달문은 이미 우익과 약속을 했다고 거절을 했어. 좌익 쪽에서 돈으로 회유하고 협박도 했지만, 달문은 모두 거절했어.

우익에 달문이 있지만, 돈이 넉넉지 못해 좌익의 화려함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산대놀이는 우익의 승리로 끝이 났단다. 우익에 무대 장치도 만만치 않은 것이 누군가의 지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어. 동대문 인삼가게도 그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단다. 그깟 산대놀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좌익을 후원했던 의금부의 자존심을 심히 상하게 한 것 같았어. 어느날 아버지와 숙부 그리고 모독이 운영하는 인삼가게 모두 테러를 당했어. 아버지와 숙부는 사라져버렸어. 모독은 도움을 받기 위해 달문을 찾아갔단다. 나중에 숙부를 만나게 되는데, 괴한들에게 아버지는 화살을 맞고 돌아가셨다고 했어. 정말 의금부의 짓이라고 하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더구나.

..

이 일로 모독은 인삼가게에 진저리를 치게 되었고, 인삼가게를 운영하지 않고 세를 주기로 했어. 자신은 소설 쓰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어. 하지만, 아버지를 죽인 이에 대한 분노로 소설은 복수로 일관되었단다. 세책방 쥐영감을 찾아가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었는데, 바로 퇴짜를 받았단다. 소설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어.

 

3.

달문이 어느날 찾아와서 조방꾸니를 동업하자고 했어. 조방꾸니는 기생들을 관리하는 사람을 이야기해. 예상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달문은 기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그리고 돈을 잘 관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모독이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하자고 한 거야. 그리고 달문과 오랜 친구이지만, 욱하는 성격도 있는 검객 표망둥이도 같이 합류했어. 모독은 처음에는 거절했어. 하지만 운심도 같이 한다는 소리를 듣고 하겠다고 했단다. 한동안 잘 운영되었어.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달문이 그만하자고 했어. 시작도 갑자기, 그만두는 것도 갑자기달문 스타일이었지. 돈벌이가 솔솔했던 표망둥이가 반대했지만, 결국 달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

모독은 다시 인삼가게를 열었어. 그리고 달문이 어떤 일을 도모하는지 모르겠지만,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간다고 했어. 그런데 대마도에서 화재사고가 나서 화상을 심하게 입고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달문은 박문수 어영대장과도 친분이 있었는데, 박문수 대장이 직접 모독을 찾아왔어. 통신사의 화재사고 때 가지고 가던 특등 인삼도 같이 불탔다는 거야. 그 특등인삼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삼을 조달해 달라는 부탁이야. 모독은 재빨리 수소문해서 그 인삼들을 구해주었단다. 다행히 화재사고에 대한 대처를 빨리 할 수 있었단다.

달문은 일본을 다녀온 이후 사라졌어. 소식도 없이 어디론가 말이야. 모독은 달문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단다. 달문을 찾아 삼도를 돌아다녔어. 소문에 의하면 달문은 유랑단을 만들어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어려운 백성들에게 먹을 곡식을 나눠주기도 한다고 했어. 공짜로 말이야. 그를 찾아 달문의 행적을 쫓다가 우연히 숙부를 만났는데, 활빈당과 연루되어 되어 있었단다. 활빈당은 잘못된 나라를 뒤엎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돼. 홍길동이 이끈 것이 활빈당이라면 대충 이해할 것 같구나.

아무튼 달문의 행적을 쫓아다니다가 정작 달문을 만난 것은 함경도였단다. 달문으로 그곳에서도 두만강을 건너가려고 했어. 달문의 뜻을 막을 수 없었어. 모독은 달문과 헤어지고 한양에 돌아왔단다. 인삼을 팔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어. 달문에 관한 소설. 소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잖아. 모독의 경험이나 주변 인물 중 가장 극적인 것은 달문 아니겠니. 그런데 어느날 의금부에서 모독을 잡아갔어. 달문이 역적 모의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달문과 친분이 있는 모독도 잡혀 들어간 것이야.

모독은 아는 바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말의 진실임을 누가 믿어주겠어. 나중에 달문을 비롯하여 여럿이 잡혀 들어왔어. 몇몇은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달문은 귀양가는 것으로 죄값을 치르게 되었어. 다행히 모독은 무죄방면 되었고 말이야. 그리고 모독은 달문을 소재로 한 소설을 끝맺음 하였단다.

달문이 꿈꾸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는 평생 자신의 삶의 기준은자유처럼 보였고, 더불어 사는 사회도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구나. 비록 자신은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지만,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았으니 말이야. 그도 활빈당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활빈당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달문의 삶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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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다소 우연이 잦긴 했지만, 소설이니까…. 그런데 지은이 김탁환님은 제목을 왜 <이토록 고고한 연예>라고 지으셨을까? 궁금하네. 그리고 소설이 들어가지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백치>의 구절은 왜 인용하셨을까? 알 듯 모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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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백치!

앞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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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언제부터 달문이라는 이름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책의 끝 문장 : 강이 끝난 자리에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미쳤습니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요? 그딴 일은 일어나질 않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지나 다시 봄이 와도 그 봄은 작년의 봄이 아닙죠. 마음에 품은 정인을 10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더라도, 그건 첫 만남과 완전히 다른 겁니다. 성진은 성진이고 양소유는 양소윱니다. 성진이 양소유의 삶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권한이 없어요. 그렇게 양소유의 삶이 마음에 안 들면, 성진과 양소유가 수표교에서라도 만나 맞짱을 뜨든가 해야죠. 양소유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코 베인 꼴입니다. <구운몽>이라 했던가요? 그 소설에서 가장 시시한 대목이 바로 거깁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렸네요. 이걸 쓴 매설가가 누굽니까?"

"서포 김만중 선생이시네." - P49

"제목이 ‘구운몽’이니까, 꿈을 꿨다가 깨어나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 짓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어?"

"아, 정말, 몽몽 몽몽몽거리는 말씀만 하십니다. 깨어나긴 뭘 깨어납니까. 현실이 낮에 꾸는 꿈같고 꿈이 밤에 찾아드는 현실 같으니, 밤이든 낮이든 현실이든 꿈이든 어디서나 행복하면 그만입지요. 뒤늦게 깨어나면 뭘 하겠습니까? 욕심입니다 그건, 지금 누리는 행복보다 더 나은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황당한 욕심!" - P50

"평범한 날들이 쌓여 오늘 이 모양이 된 거니까요. 사람이 사람이 되고 삼이 삼이 되려면 특별함이라곤 전혀 없는 하루하루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 P88

"그렇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다릅니다. 책임 없이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깊고 넓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할 땐 사랑만 해야 합니다. 사랑에 책임이든 뭐든 딴 걸 덧붙이면 안됩니다. 그래야 사랑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엉뚱한 걸 사랑이라 붙들고 세월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 P315

"충격은 받겠지만 돈을 위해 각자의 삶을 헛되이 쓰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도성에 사는 대부분의 백성이 돈 없인 하루도 못살겠다고 하지만, 상평통보가 없던 시절에도 그들은 잘만 살았습니다. 그게 세상에 나온 지 아직 70년도 되지 않았잖습니까?"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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