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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를
여러 권 읽는 것 같구나. 아빠가 재미있는 것들만 우연찮게 고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재미있었어. 그래서 또 기대를 갖고 책을 펴는 것 같아. 이번에 읽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도 괜찮았단다. 앞표지의 하이힐 신은 발이 다소 자극적이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어. 무슨 내용이길래, 이런 디자인을 표지로
했을까. 책을 읽고 나서야 왜 이런 디자인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갔단다.
그리고 읽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앞표지의 디자인 속 다른 것도 보였단다. 군인 모양의
작은 인형들이 있었어. 군인들과 하이힐. 이 소설들과 모두
관련이 있단다..
지은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라는 분은
아빠 입에 달라붙지 않아서, 누군가 <판탈레온 특별봉사대>소설을 지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이야기할 것 같구나. 그냥
페루 사람이야.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구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아빠는 이분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는데, 1960대,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도 1975년 출간한 책이었어. 나중에는 정치에도 참여하여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떨어졌대. 각종 문학상들을 섭렵하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2010년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문학동네에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이 2009년. 2010년에 이 책이 좀 많이
팔렸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예측을 하고 출간할 것일까?^^ 아빠가
페루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아무래도 처음이 아닌가 싶구나.
1.
이 소설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구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바꾸었고 말이야. 이 소설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어찌하다 보니 지은이가 직접 감독까지 했다가 망했다고,
자학 개그를 하듯 서문에서 스스로 이야기했어. 원작 소설을 읽고 나면 그 원작소설로 만든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려나?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군인인데, 그야말로 완전 모범 장교였어. 그는 명령과 군법이라고 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는 사람이야. 아내
포치타와 어머니 레오노르 부인과 함께 리마에 살고 있었어.
…
어느날 특수임무를 받게 된단다. 아마존 밀림 지역인 이키토스에 가서 특수 비밀 임무를 해야 했어. 그
업무는 군인 신분을 숨기고 특별봉사대를 조직해서 운영하는 것이란다. 그가 비밀업무를 맡게 된 배경이
있단다. 그 아마존 밀림지역의 수천 명의 병사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인근
마을에서 강간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봉사대를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군인들을 위한 성접대를 하는 부대인 거야. 예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기지촌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
모범생인 판탈레온은 그런 명령을 받아도
한마디 토를 달지 않고 그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어. 식구들도 그가 하는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군복도 입지 않고 하는 업무이니까 무척 중요한 업무라고만 생각했어. 그렇게
수국초특이 만들어졌단다. 수국초특은 ‘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의 줄인 말이었어. 판탈레온이 일하는
방식은 한 치 오차도 없었어. 그가 사전에 이렇게 조사하는 것을 보면 통계의 미학을 보는 것 같았어. 특별봉사대 이용 가능자수와 개인당 월평균 희망 횟수, 개인당 평균
희망 소요 시간을 조사하고, 필요한 봉사대원의 수를 산정했어.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집어 넣고 말이야.
그렇다고 그가 원하는 봉사대원을 모두
한꺼번에 구할 수도 없는 노릇. 우선 4명으로 시작했단다. 이키토스의 포주들의 도움을 받았어. 밀림이다 보니 그들이 이동하는
방법도 쉽지 않았어. 군인들이 사용하던 군대에서 사용하다가 이제는 쓰지 않는 선박과 비행기를 구해서
개조해서 사용하기로 했어. 그렇게 첫 수국초특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단다. 반응이 좋았어. 그리고 수국초특에서 일하는 여자들도 정기적인 수입과
휴식이 보장되고, 손님들이 매너가 좋다 보니 그 전에 길거리에서 일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좋았단다.
수국초특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생기기
시작했어. 판탈레온은 수국초특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성접대하는 창녀로 보지 않았어. 그는 그들도 군대의 한 멤버로서 다루었단다. 처음에 4명으로 시작했던 수국초특은 8명,
10명, 15명, 20명으로 점점 불어났어. 그렇게 수가 늘어나도 수천 명의 군인들을 상대하기는 그 수가 부족하다 보니 멀리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하는 군인들은
불만이 많았어. 심지어 예전에는 강간 때문에 민원을 넣었던 인근 마을에서 이번에는 자신들도 수국초특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민원을 넣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일어났단다.
..
아참,
아빠가 그 이야기를 안 한 것 같은데, 지은이의 유머 감각이 뛰어난단다. 사실 군대를 위한 성접대가 그리 유쾌한 주제가 아니고, 어찌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지은이는 블랙 코미디 같은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단다.
2.
가끔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도 있었어. 어떤 특별봉사대원이 군인과 사랑에 빠져 몰려 결혼을 하고 둘이 탈영한 것이었어. 봉사대원은 수국초특에서 쫓겨나게 되어 다시 거리의 여인이 되었어. 수국초특에서의
안정된 수입을 받다가 거리로 내쫓겼으니 얼마니 힘이 들겠니. 그 여인은 판탈레온의 아내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어. 남편에게 잘 이야기해서 다시 수국초특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말이야. 아, 이게 무슨 날벼락. 판팔레온의
아내는 판탈레온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잖아. 판탈레온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아내 포치타는 이혼을 선언하고 얼마 전에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리마로 돌아갔단다.
…
그리고 이키토스 지방의 최고의 라디오
방송 <신치의 소리>가 있었어. 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판탈레온과 수국초특에 대해 맹비난을 했단다. 그런
시련들이 있었어. 나중에는 <신치의 소리>가 판탈레온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
판탈레온이 아무리 모범적인 장교이긴
하지만 매일 그런 여성들과 함께 있는데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겠지. 브라질에 잠깐 갔다 온 경험이
있어 미스브라질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원이 있는데, 판탈레온은 미스브라질을 사랑하게 되었어. 그런데 있잖아. 어느날 미스브라질이 광신교도들에게 죽음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단다. 그들은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어.
우발적인 사고로 그렇게 되었다고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미스브라질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었어. 미스브라질의 장례식은 군대식으로 엄숙하게 진행되었단다. 수국초특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판탈레온은 군복을 입었어. 사람들은
깜짝 놀랬어. 심지어 같이 일하던 수국초특 대원들도 처음 알게 된 거야. 그가 육군 대위였다는 사실을 말이야. 판탈레온은 장례식 때 미스브라질을
추모하면서 읽은 송덕문은 그가 봉사 대원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려주고 있었단다. 그 중 일부를
읽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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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상에서 당신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이곳에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페루 육군 장교의 숭고한 정복을 입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떳떳이 책임감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우리 조국 페루를 위해 봉사한 용감한 병사 자격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공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아니 자랑스럽게 당신의 친구이며 상관이었고, 운명이 우리에게 지시한 임무를 당신과 함께 수행한 것이 영광스러웠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이곳에 왔습니다. 그 임무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와 우리 병사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은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온갖 어려움과 희생으로 점철된 일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당신은 그 일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당신은 의무를 수행하다 세상을 떠난 불행한 순교자이며, 몇몇 남자들의
비열하고 천한 행동의 희생자입니다. 술이라는 악마와 음탕함이라는 가장 천한 본능과 가장 악마적인 광신의
사주를 받아, 그 비겁한 자들은 나우타 근교에 위치한 ‘코카마족장’ 협곡에 자리를 잡고서 야비한 속임수와 비열한 거짓말로 우리의 수송선 ‘이브’호에 해적처럼 승선했습니다. 그런 다음 짐승처럼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무자비한 욕망을 채웠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르며 탈취한 당신의 아름다움이 페루의 용감한
병사들에게만 관대하게 바쳐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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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이 후 결국 수국초특은 정체가
온 세상에 알려지고 해체하게 되었단다. 판탈레온 대위는 장군에게 호출을 받고 찾아갔어. 판탈레온 대위는 봉사대원을 위해 나라에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 임무를 다했으니까 말이야. 그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장군의 생각은 달랐지. 장군에게 보기에
그들은 한낱 몸 파는 여자였던 거야. 판탈레온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
세상인 약자인 여성에 관한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자세는 세상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구나. 그들의 필요에 의해 희생했던 여성들… 유머 넘치는 글들로 가득 찬 소설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 한 켠
아픔을 느끼는… 괜찮은 소설 한편 읽었구나. 아직도 이름을
외우지 못한 지은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일어나요, 판타.” 포치타가
말한다. “벌써 여덟시예요. 판타, 판티타.”
책의 끝 문장 : 밤에는 좀 빼놓는 게 어때요? 벌써 다섯시라고 했잖아요. 판타, 어서 일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