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세계적 물리학자 파인만이 들려주는 학문과 인생, 행복의 본질에 대하여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더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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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가 알려준 책이었어. 아빠가 파인만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었잖아. 파인만에 관한 책인데 평이 괜찮다고 했었나, 아무튼 엄마 때문에 알게 된 책인데, 어느날 인터넷 중고서점에 있어서 주문했어. 그리고 이번에 읽었단다.

지은이는 칼텍, 그러니까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교수로 있는 레너드 믈로디노프라는 사람이란다. 이 사람이 처음 칼텍에 왔던 1980년대 초반 그곳에 리처드 파인만도 교수로 있었어. 두 번의 암수술을 해서 병색이 완연하고,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학문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던 파인만 교수. 지은이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어렸을 때 파인만을 엄청 존경했었다고 하는구나. 당시 물리학을 공부하고 물리학 박사를 꿈꾸던 사람에게 파인만은 신과 같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렇게 존경하던 사람과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되다니꿈만 같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래서 지은이는 용기를 내서 리처드 파인만의 방에 노크를 하고, 안면을 텄대. 그리고 이후 리처드 파인만과 자주 만남을 갖게 되었고, 그가 나눈 대화를 녹음기에 녹음을 하기도 하고, 메모도 하고 그랬어. 시간이 한참 지나고, 파인만도 돌아가시고 난 후에, 우연히 이 녹음테이프와 메모를 보게 되어 책으로 엮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말년의 파인만의 진솔한 모습을 알 수 있는 그런 책이었어.

아빠는 칼텍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몰랐어. 당시 칼텍의 면적이 MIT에 비해 5분의 1밖에 안되었는데, 노벨상은 MIT와 같은 수인 20명을 배출했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오늘날까지 통계는 모르겠구나.) 그런 칼텍에 몸담은 이들은 다들 자부심을 갖고 있었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은이 레너드 믈로디노프가 처음 칼텍에 왔을 때 학과장이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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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곳이었소. 물론 박사는 물리학자이니까, 반물질이 발견된 곳이 이곳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지. 하지만 현재 항공학의 원리들이 만들어진 곳도 칼텍이고, 지구의 나이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확정한 곳도 칼텍이라는 것을 몰랐을지도 모르오. 로저 스페리가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 그러니까 좌뇌는 언어에 쓰이고 우뇌는 시각이나 공간 감각에 쓰인다는 사실을 파악한 곳도 이곳이라는 것도. 분자생물학도 칼텍에서 만들어내다시피 했소. 그 일의 핵임에 있었던 사람이 박사 같은 물리학자인 막스 델브뤼크였지. 그는 그 공로로 1969년에 노벨상을 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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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은이가 박사학위를 받고 처음으로 칼텍에 왔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두 명의 거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파인만이고, 나머지 한 명은 머레이 겔만이라는 사람이었어. 머레이 겔만은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지만, 그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쿼크를 발견한 사람이고 그 또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천재과학자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고집 세고 성격이 좀 않았고, 파인만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 두 사람은 타고난 성향이 달라서 갈등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런 갈등과 경쟁이 더 좋은 업적을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자기보다 나이도 10살이나 많고, 암투병을 하는 과학자한테 무슨 열등감을파인만은 자신이 겔만과 차이점을 바빌로니아인과 그리스인의 차이로 이야기했는데, 파인만은 바빌로니아인이고, 겔만은 그리스인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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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파인만은 철학 연구를 경멸했지만, 사실 두 사람의 마찰은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파인만은 물리학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하나는 바빌로니아인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인으로, 바빌로니아인은 숫자와 방정식, 기하학의 이해에서 서양 문명 최초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우리는 수학을 발명한 것이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등 훗날의 그리스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바빌로니아인은 어떤 계산 방법이 효과가 있느냐, 즉 실재하는 물리적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느냐 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것이 정확한가, 더 큰 논리 체계와 맞아떨어지는가 하는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탈레스를 비롯한 그리스인들은 정리(定理)와 증명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으며, 어떤 진술이 공표된 공리(公理)나 가정의 체계에서 나온 정확한 논리적 결과물일 때에만 그 진술을 참으로 여겼다. 간단히 말해서, 바빌로니아인은 현상에 맞추었고 그리스인은 그 밑에 깔린 질서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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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년의 파인만의 일상을 볼 수도 있는 책이지만, 아무래도 파인만이 양자역학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양자역학과 그에 관한 과학 이야기도 많이 소개되었단다. 그 중에 자연계를 이루고 있는 힘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인슈타인도 꿈꾸었는데,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통일장 이론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 그에 앞서 자연계를 이루고 있는 함의 조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어. 현재의 힘보다 조금만 작거나 커도 이 우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고, 자칫 지구상에는 생명체가 없을 수도 있었다고 말이야. 이것은 참 신비로운 사실이란다. 이런 신비함 때문에 과학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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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예를 들어 중력이 강한 힘보다 훨씬 약하지 않다고 생각해보라. 별은 훨씬 더 압착이 되어 핵연료는 빠른 속도로 타버릴 것이고, 생명의 진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중력이 훨씬 더 약하다면, 전자기적인 반발력 때문에 물질이 하나의 별로 합체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강한 힘이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하지 않다면, 대부분의 원자핵은 해체되어버릴 것이다. 물질 속의 전자와 양성자들의 숫자가 1퍼센트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나와 1미터 떨어진 사람 사이의 전자기력이 지구의 무게보다 더 클 것이다. 자연의 힘들은 서로 다르지만 섬세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왜일까? 이 답을 찾으려면 개별적인 힘들을 묘사하는 각각의 이론들로는 부족하다. 오직 모든 힘을 포괄하는 하나의 이론만이 존재에 대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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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자연계의 모든 힘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통일장 이론은 과연 있은 것일까. 오늘도 그것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겠지? 과학자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리처드 파인만은 과학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컸던 것 같아. 그리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고, 좋아했던 것과 과학이었던 거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을 삼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전혀 상상이 안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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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나는 스스로 과학자라고 말할 수 있네. 발견을 하면 흥분을 하지. 흥분은 사실 자신이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아름다운 것을 발견했을 때 오는 것이라네. 따라서 과학적인 것은 나의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네.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고, 어느 게 먼저고 어느 게 뒤인지는 모르겠네. 나는 통합된 사람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나의 회의주의 때문에 내가 과학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과학 때문에 회의적이 되는 것인지 그런 것은 모르겠네. 그런 것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해. 어쨌든 나는 무엇이 사실인지 알고 싶네. 그래서 사물을 들여다보지. 보고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발견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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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즘 너희들이 아빠가 책을 읽고 있으면 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가 많잖아.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잖아. 제목을 이야기해주니, 첫째가 이야기하기를,, 파인만그러면서 얼마 전에 만화에서 읽은 파인만의 일화를 이야기해주었잖아. 옛날에 미국에서 우주선이 폭발했는데, 그 이유가 추운 날 발사해서 그랬었다고 말이야. 아빠도 몰랐다가 이 책의 머리말에 나와서 알게 된 사실이야. 1986년 우주왕복선위원회의 위원으로 일할 때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폭발 원인이 오링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 바로 파인만. 다른 설명 필요 없이 오링을 얼음물에 담갔다가 탁자 위에서 산산조각 내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하는구나.

,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패서디나의 캘리포니아 가도에는 올리브나무들이 늘어선 칼텍 캠퍼스가 자리잡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그가 세상을 뜬 후 긴 세월을 겪어오면서 나는 그것이 귀중한 교훈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별 쓸모도 없는 물건들을 집안에 잔뜩 쌓아놓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아주 긴 시간을 시달리다가 수십 년 뒤 허비한 세월을 후회하는 어른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버지보다는 나은 삶을 살겠다고 맹세하고 있었다. 최고의 자산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 P29

그렇다고 나한테 좋은 상상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나는 소설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학자의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 즉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파악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지. 소규모로 또는 대규모로 벌어지는 일들은 처음 예상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네! 원자를 그려보는 데도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지. 원자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거라고 예측하는 데 말이야.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지.

과학자의 상상력은 제어를 당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과는 다르네. 과학자가 뭔가를 상상하면, 신은 ‘부정확하다’거나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하지. 물론 여기서 신은 실험이야. 신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아, 아니야, 그건 일치하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말해 "나는 그것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해. 그렇다면 이런 것을 보게 될 거냐."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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