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그러던 중 나의 존재 전체가 바뀌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가 책을 좋아한 것이다. 철이 들 무렵부터 나는 책을 읽으려는 욕망이 강해서 아버지의 큰 서재에서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서재에 들어가면 불같이 화를 내셨다. 내가 몰래 책을 읽고 있으면 촛불을 사용할 수 없게 초를 감추기도 했다. 내 눈이 나빠질까 봐 걱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동물기름을 구하고 심지를 만들어 부싯돌로 불을 붙여 매일 밤 책을 읽었다. 다른 가족은 모두 잠자지만, 나는 어머니가 힘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새벽이 되어서야 책을 놓았다.

(29)

이렇듯 나의 건강은 스스로 주의하고 절제하는 생활의 결과다. 나는 어릴 때 중병에 걸려 의사도 포기하는 상황이 세 차례나 있었을 정도로 약골이었으니 더욱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철없이 행동하여 온갖 위험과 궁지에 빠질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게 무슨 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빠져나오곤 했다. 익사할 뻔했던 적이 열 번이 넘으며, 불에 타거나 얼어 죽을 위기도 많이 겪으며 거의 무덤 근처까지 갔다. 미친개나 산돼지 등의 위험한 동물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기도 했다. 이렇게 죽을병에서 일어나 온갖 고난을 헤쳐 와서 지금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난관을 헤치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모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49)

나는 먼저 머릿속으로 직류 모터를 그려서 작동시키고 전기자에 흐르는 전류 흐름의 변화를 추정했다. 그다음에 교류 모터를 상상하고 그 작동 과정을 비슷한 방식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모터와 발전기를 조합한 시스템을 구상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작동시켰다. 내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는 완벽하게 실제로 만들 수 있었다. 그라츠에서 남은 학기를 모두 이와 관련된 연구에 몰두하며 보냈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가 해결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릴 뻔했다.

(55)

나는 한동안 생각나는 대로 기계를 설계하거나 개조하는 데 푹 빠져 있었다. 이때가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기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잇따라 떠올랐다. 내가 생각한 장치는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완전히 실제적이었다. 나는 멈추지 않고 회전하는 모터를 상상하면서 기뻐했다. 머릿속에서 모터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68)

내가 구상한 교류 송전 시스템은 어떤 한순간에 머리에 떠올랐다. 산업계에서 오래전부터 해결하려고 노력한 난제에 대한 해답이었다. 그런데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았고, 보통 그렇듯이 대립하는 이해관계가 끼어들었지만 상업적 도입을 오래 지체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설계한 터빈모터가 실용화에 지지부진한 상태와 비교된다. 이것처럼 이상적 모터가 가져야 할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렇게 간단하면서 아름다운 발명이라면 무조건 바로 채택해야 하고, 교류 전송 도입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회전 자기장이 가져다줄 효과는 기존의 기계 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가치를 더 높여주는 것이므로 더 빨리 채택해야 한다.

(75~76)

예를 들어 전화 가입자는 지구상 어디에 있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할 수 있다. 시계보다 작고 값싼 수화기를 이용해 지구의 대륙이나 바다 위 어디서든 통화하거나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이렇게 위대한 과학적 발전이 가져올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으로 거리는 의미가 없어지며, 인류가 유선 전송으로 얻으려는 수많은 목적을 완벽한 자연 전도체인 지구를 이용해 얻을 수 있다. 전선이 있어야 작동하는 어떤 장치라도(이 경우는 분명히 거리의 제한을 받는다) 전선 없이 동일한 정확도로 작동할 수 있으며, 지구의 물리적 크기 범위 외에는 어떤 거리 제한도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이상적인 전송방법이 가능해지면 완전히 새로운 산업적 발전 분야가 열릴 뿐만 아니라 기존의 분야 또한 크게 확대될 것이다.

(84)

인류는 무서운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것은 물질적 풍요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물질적 풍요만을 지향하는 발전에는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와 같은 위험은 물질적 결핍과 그로 인한 고통이 야기하는 위험보다 훨씬 심각하다. 세계의 어느 한 국가가 원자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값싸고 무제한적인 에너지를 개발하는 다른 방법을 발견한다면 그 결과는 축복보다는 재앙으로 다가와 불화와 무질서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폭력적 권력의 대두로 이어질 수 있다.

(117)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를 무엇보다 가장 사랑해야 할 소중한 선물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예술작품처럼 다루어야 한다. 한마디의 실언이나 생각, 호흡, 시선, 부정 등으로도 무너질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다. 청결하지 않으면 질병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등 스스로를 위험한 상태로 내몰 뿐만 아니라 그 자체도 매우 비도덕적인 습관이다. 자신의 신체를 병균으로부터 보호하여 건강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몸이라는 고귀한 선물을 주신 신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생 개념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어야 진정한 종교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도덕이 느슨해지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신체와 정신이 오염되어서 인간의 질량을 크게 감소시킨다.

(125)

이러한 거대 악에 대항해서 어떻게 싸워야 할까? 법과 질서를 유지하려면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사회에는 규율이 있어야 존재하고 번성한다. 모든 국가는 방어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력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는 과거가 쌓여 만들어지지만 오늘의 급격한 변화가 곧바로 내일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국이 동시에 무장을 해제한다면 전쟁 자체보다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 평화는 아름다운 꿈이지만 단번에 실현될 수는 없다. 우리는 최근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평화를 위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실질적 효과는 없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리고 세계 평화의 정착은 당분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쟁은 부정적 힘이며 어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긍정적 방향으로 바꿀 수 없다.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수레바퀴를 느리지도 멈추지도 않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도록 가속하는 것과 같은 문제다.

(140)

내게 이것의 과학적 의미와 목적은 이제 명백하다. 질량을 증가시키는 식량’, 방해하는 힘을 줄이는 평화’, 그리고 인간의 운동성 가속화 힘을 증대시키는 ’. 인류가 마주한 거대 과제의 가능한 해결책은 이 세 가지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데, 즉 인류 에너지의 증대다.

(158)

지금은 어렵더라도 태양광에서 동력을 얻는 좋은 방법을 머지않아 이용할 것이다. 태양광은 2.6제곱킬로미터당 최고 400만 마력 이상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지구로 보내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1년에 제곱킬로미터당 받는 태양에너지가 그보다 훨씬 적을 수 있지만 이 에너지원을 이용할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면 소진되지 않는 에너지원의 시대라 열린다.

(195)

나는 오래 연구를 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간결하고도 분명하게 알고 예상하지만, 사람들이 이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실제 응용까지는 아직 먼 길을 가양 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그와 같음 머뭇거림이나 저항이 빠르고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진보에 유익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힘에 저항하던 질량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에너지를 더해줄 수 있다. 과학자는 곧바로 결과를 도출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즉시 받아들여질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의 일은 나무 심는 일과 같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다가올 세대를 위해 기초를 다지고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그는 삶을 영위하고 노동하며 이렇게 노래한 시인처럼 희망을 품는다.

.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하루의 일과를 주어

그것을 완수해내는 지고한 행복을 누리게 하라!

, 제발 나를 지치지 않게 하라!

아니다, 그것은 헛된 꿈이 아니다.

지금은 줄기뿐인 이 나무들도

언젠가 열매와 그늘을 줄 것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희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