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조정래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어. 다른 때 같았으면 예약 걸어놓고 주문했을 텐데, 몇 달 전에 태백산맥 문학관으로부터 받은 전화가 생각이 나서 안 사고 기다렸단다. 예전에 인연으로 맺은 기념으로 신간 선물을 준다는 전화를 받았거든. 신간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어서, 잊으셨나 보다, 이제 그만 기다리고 주문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선물이 왔단다. 정성 들여 싸인까지 해서 주셨어. 고맙다는 말을 전할 방법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 예전에 전화를 주었던 태백산맥문학관 관련자에게 문자를 남겼단다.

이번 책에서도 조정래 선생님의 냉철한 시각이 엿보였단다. 우리나라 적폐를 샅샅이 뒤져서 이번 소설에 담으신 것 같았단다. 늘 그렇듯 술술 잘 읽혀서 좋았어. 그럼 오늘은 <천년의 질문> 1권을 이야기해줄게.

.

1.

주인공 장우진은 <시사포인트>라는 주간지의 신문기자란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읽는데, 읽다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단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아빠가 주진우 기자를 좋아해서 그의 몇몇 일화들도 알고 있는데, 그런 일화들이 이 소설에 등장한단다. 그 뿐만 아니라 탐사보도를 하고 어떠한 돈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협박과 공갈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서 주진우 기자를 떠올릴 수 있었단다. 특히 이명박과 악연도 소설 속에 그대로 나왔어. 어찌나 속이 시원시원하던지….

================================

(403)

그런 속에서 자신만의 힘으로 다른 기자들을 밀어붙이고 그 후보 옆에 더욱 바짝 붙어 서서 그 회사는 누구 겁니까? 후보 것이 맞지 않습니까?’ 같은 질문을 계속 해댔다. 그랬더니 마침내 그 후보가 여지껏 짓고 있던 억지웃음을 내팽개치고 얼굴을 찡그리며 이런 기레기 같으니라고!’하고 내쏘았다. 하필 그 장면을 어떤 텔레비전이 찍어 방송해 버리는 바람에 기레기(기자 쓰레기)’는 삽시간에 세상에 퍼지는 유행어가 되고 말았다.

================================

그래서 소설 속의 장우진의 대사를 읽을 때면 주진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단다.

================================

(407)

“……” 여전히 장우진을 응시한 채 판사의 침묵이 길어지더니 이윽고, “왜 그렇게 힘들게 삽니까?” 그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으면서 눈동자도 미세한 흔들림이 이는 것 같았다.

, 한 사람만이라도, 저 한 사람만이라도 똑바로 보고, 똑바로 쓰고, 똑바로 전하고 싶습니다. 그 마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

책이 나오고 얼마 안 지나 조정래 선생님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현하여 인터뷰를 하셨는데, 조정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소설 속 장우진가 주진우 기자 맞다고 하셨어. 이름도 주진우의 진우를 앞뒤 바꿔서 장우진으로 한 것이라고 했단다. 조정래 선생님의 감각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단다.

고석민은 주진우의 대학 후배이자 사회학 박사였단다. 학교 때는 주진우와 같은 동아리 선후배였어. 90년대 초반 대학교를 다녔던 그들은 세상을 바꿔보자면서, “세상 바꿈 동아리를 만들어 같이 활동을 했었어. 고석민은 사회학 박사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가난한 시간 강사였단다. 언젠가는 정규직 교수 자리에 임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적은 봉급으로 시간 강사를 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의 바램은 길고 긴 희망고문이었어. 출판사에 다니던 아내가 있어 근근이 버텨왔는데, 아내가 실업자가 되었어. 시간 강사로는 더 이상 집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어. 고향 선배이자 유력한 야당 국회의원 윤현기의 대필 작가 유혹에 결국 응할 수밖에 없었어.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시간강사처럼 자살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장우진의 아내 이유영은 학교 선생님이었어.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 강현미가 뜬금없이 연락을 해서 무조건 만나자고 했어. 친했던 동창도 아니라서 이유영은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다짜고짜 찾아와서 어쩔 수 없이 만났는데, 남편 장우진을 말려달라는 것이었어. 강현미의 남편이 대기업인 성화그룹에 다니는데, 장우진이 성화그룹의 비자금에 대한 탐사 취재를 하고 있었거든. 그것을 말려달라고 한 것이야. 그것만 그만두게 하면 20억을 건네줄 수 있다고 했어. 이유영은 자신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했어. 하지만 20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쉽지 않았어. 이유영이 거절하자, 강현미는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이유영의 동생 이지선까지 찾아가 회유했어.

장우진은 100여건의 고소를 당해서 늘 재판을 받고 했단다. 그 많은 소송에 대해 변호사를 고용할 돈은 없어. 민변이 무료로 다 해주고 있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민변.

================================

(185)

“육사생들이 남들이 안 듣게 자기들끼리만 뻐기는 말이 있다던데 그게 뭔지 알아?”

“에이, 그 쉬운 걸 문제라고 내?”

“쉬워? 뭔데, 말해 봐/”

“대통령 셋 배출한 것.”

“히야, 정말 머리 좋네. 그럼 우리 민변들이 내놓고 뻐겨도 되는데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건?”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그럼 쪽팔리는 거잖아?”

“괜찮아. 말은 해야 속이 풀린대잖아.”

“대통령 둘 배출한 것.”

================================

장우진에게 가해지는 협박의 강도를 점점 세졌어. 어느날은 자동차 유리가 총알에 깨져 있기도 했단다. 오래된 중고 자동차에 총알로 유리창이 박살이 났어. 친한 가수 선배 가인에게 연락했어. 예전에 가인이 자신의 차를 넘겨주겠다고 한 적이 있거든. 장우진이 너무 낡은 차를 타고 다닌다면서가인은 자신의 고급 외제차를 중고차 가격 1000원에 장우진에 넘겼단다. 이 에피소드는 실제로 주진우 기자와 가수 이승환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다는 것을 아빠가 알고 있었는데, 소설 속에 그 에피소드가 나와서 적어보았단다.

.

2.

국회의원 윤현기성화그룹에서 접근했어. 성화그룹의 정보망은 대단했단다. 윤현기가 고석민의 고향 선배이고, 고석민은 장우진의 후배라는 것을 알고 고석민을 통해서 장우진의 취재를 막아보려고 했던 거야. 그 일만 잘 되면, 성화에서 윤현기에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대주고, 고석민에게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 교수 자리를 보장해 주겠다고 했어. 이 솔깃한 제안에 윤현기는 고석민을 만났어. 하지만, 고석민 또한 올곧은 사람이었어. 고석민도 그런 유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단다. 그렇다고 포기할 성화그룹이 아니지

장우진이 성화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것은 내부고발자가 있었기 때문이야. 그것은 바로 성화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태범 전무였어. 현재 어딘가 은둔을 해서 행적을 알 수 없었어. 성화그룹이 이번에는 김태범 전무의 처남 배상일을 회유했어. 30억을 주겠다고….   30억에 김태범 전무의 위치가 알려졌어. 성화그룹 한인규 사장은 김태범을 몰래 만났어. 회장의 사위였던 김태범이 왜 비자금 증거를 빼돌릴려고 했을까.

성화그룹은 똘똘한 서울대 상대 출신 김태범을 사위로 점 찍었고, 딸과 결혼을 시킨 것이야. 김태범의 집안은 그저 평범한 집안이었기 때문에 일류기업의 사돈으로 많이 부족했지. 그래서 그것에 대한 감내를 해야 했어. 손주들이 태어나도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고, 손주들은 성화그룹 내에서만 지냈던 거야. 김태범은 처남들 대신해서 감옥도 두 번이나 갔다 왔어. 그런 것을 다 감수했던 것은 돈이었지. 하지만, 김태범 전무는 아내와 사이도 좋지 않고, 더 이상 그런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비자금 증거를 들고 나와서 성화와 협상을 하려고 했던 거야. 순수하게 비자금을 폭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성화로부터 거금을 뜯어내고 새 생활을 하려고 했던 거지. 한인규 사장과 밀당을 해서 2000억 채권을 받고 비자금 증거물을 돌려주었어.

, 순진한 김태범 2000억 채권은 모두 유효 기간이 지난 위조채권이었던 거야.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없었어. 그의 변호사는 이혼소송이라고 해서 위자료나 받으라고 했지만, 김태범은 그보다 두 아이의 양육권을 받아오고 싶어했어. 하지만, 성화그룹을 상대로 한 싸움이 쉽지 않겠지.

….

김태범 동생의 남편 배상일은 30억을 받고 잠적했어. 집도 나가버렸어. 

성화그룹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보이더구나.

.

3.

장우진에게 제보가 하나 들어왔어. 어떤 개인 사업체에 고용된 장애인 여성을 사장이 성폭력했다는 내용이야. 그래서 그 장애인 여성이 아이까지 임신을 했는데, 강제로 중절수술을 시켰다는 사건이었어. 장우진은 사전에 사건 내용을 다 파악하고, 사장한테 연락해서 죄목을 논리정연하게 몰아 붙여 사장이 찍소리도 못하게 했단다. 민변 소속의 최민혜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를 만나 도움을 주었었다. 착한 이는 적고, 악한 이는 많은 현실.. 우울하구나.

읽는 내내 잘못된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열이 받더구나.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여 있는 것인지. 정권이 바뀌긴 했지만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 너희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좀 나라꼴이 괜찮을지. .,.. 2권에서는 또 어떤 답답한 이야기들이 나올런지…. 곧 이야기해줄게. 1권의 이야기는 이만 마칠게.

.

PS:

책의 첫 문장 : 도시는 밤에 깃들기 쉽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 장우진은 최민혜 변호사가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비로소 깨달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