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진심 - 노회찬 유고산문
노회찬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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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회찬님의 유고산문집에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단다. 노회찬님은 이렇게 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촌철살인의 유머 가득한 시원한 말씀으로 만나야 하는데 말이야.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 많은 적폐들이 남아서 노회찬님을 앗아간 것이 아직도 억울하구나. 노회찬님의 유고산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문했단다. 띠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그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 보았단다. 언제까지 이런 억울한 죽음을 우리는 보아야 하는지…. 책의 시작은 아빠가 좋아하는 유시민님의 추도의 글로 시작했단다. 그 중의 노회찬님을 가장 잘 설명한 문구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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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대를 느꼈으며 그들의 언어로 정치를 해석하고 그들의 소망을 정치에 투영하려 분투했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제일 이루기 어려운 그 일을,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했고요. – 유시민 <추도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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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회찬님을 서민의 친구라고 사람들은 많이 이야기했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지만, 남을 위해서는 헌신했던 분노회찬님 같은 분으로 국회의원 300명을 채웠다면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남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백성들은 아직 우매하다는 생각이 들어. 국회의원이 되지 말 사람들을 늘 뽑고 있으니까 말이야소중한 노회찬님이 가셨으니, 그를 대신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구나.

1.

이 책은 노회찬님이 처음 국회의원을 시작했던 2004년부터 2018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적은 글들을 모은 글이란다. 국회의원 일로 바쁘셨을 텐데, 그는 늘 그의 행동과 일과를 글로 남기셨단다.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했어. 2004년부터 2018년의 기록이라고 했지만,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록이 절반 이상이었단다. 2004년부터 2007년이면 참여정부 시절이었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고, 유시민님도 참여정부에서 일하던 그런 시절이구나.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과 노회찬님의 패기와 열정이 한창이던 시절이야. 당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18%까지 올라갔다 사실이 낯설구나. 최근에 진보 정당의 지지율이 10% 넘기가 정말 힘든데 말이야.

비록 참여정부의 실책이 있기도 했지만, 진보정당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정부의 공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당시 야당이었던 노회찬님의 날 선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노무현대통령님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의 지지자로서 약간 속상하기도 했단다. 아빠는 두 분 모두 좋아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두 분이 그렇게 논쟁하고 심지어 다투어도 좋으니, 두 분 모두 아직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금쯤 하늘 나라에서 지난 일은 모두 잊고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계시지 않을까 싶구나.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글의 양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아빠가 생각하기에 글을 쓸 시간조차 없이 바쁘셨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참여정부 때도 노회찬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글로 남길 여유는 있었지만, MB 정권부터는 막가파 정권에 대항하느라 시간 없고, 더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더 찾아가느라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길고 긴 암흑 정권 속에서 진보 정당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단다. 헤어지고 다시 모이고그러면서 지지율도 떨어지고 말이야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회의석수가 늘어나야 할 텐데진보정당의 앞길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아 안타깝구나.

2.

10년도 전에 노회찬님이 쓴 글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의 진화 속도는 참 느리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구나. 그때도 선거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선거개혁이 되지 않고 있구나. 그나마 최근에 정당 같지 않은 정당 하나만 빼고 나머지 당에 의견을 모았다고 하니 좋은 소식을 기대해 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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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의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정당의 지지율은 정책, 노선, 인물에 대한 종합평가이다. 전체 유권자 중 3%, 100만 명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면 이 100만 명은 국회 내에 자신을 대변할 3%의 국회의원을 가져야 한다. 32%, 29%, 18%로 나타나는 최근의 지지율로 국회의석을 배정한다면 열린우리당 120, 한나라당 109, 민주노동당 68석 가량이 되어야 한다. 부산에서 열린우리당이 30%의 의석을 갖고 광주에서 한나라당이 최소 15%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포함하는 완전비례대표제만이 정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이기도 하다. 차선책으로나마 이런 효과를 보려면 16개 광역시도를 각각 하나씩의 선거구로 하는 대선거구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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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혁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 개혁에 대한 제안을 많이 하고 있었지만, 그냥 제안으로만 끝나고 현실화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구나. 정치만큼 기득권이 막강한 곳이 없지 않나 싶구나. 정작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정치판이지만, 가장 비민주주의적이고 권위적인 곳이 국회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이 바꾸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투표로 바꿀 수밖에 없단다. 1여 년 뒤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그때는 확 바뀌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노회찬님의 뜻을 함께 하는 정당도 좀더 성장하여 노회찬님이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갔으면 좋겠어.

….

노회찬님의 글들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정의로운 사람이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더구나.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하면 아빠는 다음 문장을 선택할 거야. 이 문장이야말로 노회찬님이 걸어왔던 길이 아닌가 싶다. 노회찬님이 조카에게 건넨 조언인데, 쉽지 않은 길이란다.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알겠지만 선뜻 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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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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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08, 국회 귀빈식당에서 단병호 의원이 주도하는 노동기본권 실현 의원연구모임 창립대회가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김정숙 여사는 같은 해 6월에 책선물과 함께 노회찬 의원에게 편지로 답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는 곧 헌법개정의 역사이다. 그리고 헌법 개정의 역사는 대부분 헌법정신 유린의 역사이다. 자신의 재선과 3선을 위해 1952년, 1954년 두 차례나 변칙적인 헌법개정을 감행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한 독재자 이승만이 헌법의 수호동상이 되어 제헌절 제56주년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 P22

숲은 미래다.

숲은 관념이 아니라 과학이다.

숲이 병들면 미래가 병드는 것이다.

숲에서 지낸 7시간.

2004년 들어서서 가장 좋은 하루를 보냈다. - P36

그와 헤어진 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다음 날부터 목에서 가래가 사라졌고, 생방송 전화인터뷰 도중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보름쯤 지나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신라면 국물맛이 그렇게 깊은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을 마주칠 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그의 등에다 비난을 던질 생각은 없다. 내가 그를 버렸지, 그가 나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지난 30년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하나씩 이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P144

‘잃어버린 10년’이란 허구가 낳은 허위의식 중 대표적인 것은 대미관계와 대북관계에 관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들’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또 북한에는 퍼주기만 하면서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낳은 첫 작품이 지난 4월 18일 타결된 쇠고기수입협상이다. 향후 거래를 위해 원청회사에 한 턱 크게 써서 환심 사겠다는 사업가정신의 발로로밖에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바로 검역주권, 국민건강권을 포기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들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8.07.13) - P246

(313)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 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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