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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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읽었단다. 3권까지 책 제목을 보면 그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단다. 그래서 4권의 제목을 보고, 정말 아이를 잃어버리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어. 레누의 아이일까? 릴라의 아이일까? 어떤 아이든지 아이를 잃는 슬픔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큰 슬픔일 거야. 그래서 읽기도 전에 슬픔이 밀려왔고, 읽으면서도 제목과 빗나가는 이야기이기를 바랬지만….

 

 

1.

3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레누는 가정을 버리고 사랑을 쫓아 니노와 함께 니노의 학술대회를 따라갔잖아. 그 이야기부터 시작한단다. 레누는 불안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단다. 학술대회가 끝이 나면 집에서 가서 피에트로와 결판을 지어야 했어. 그것이 불편한 자리라서 최대한 집에 늦게 가려고 했어. 학술대회가 끝나고, 프랑스로 향했단다. 자신의 두번째 책이 이탈리아보다 먼저 번역본으로 프랑스에서 출간이 됐거든. 니노를 선택한 것이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두 딸들이 눈에 밟혔어.

여행을 마치고 피렌체에 돌아와서 피에트르와 이혼 합의를 하려고 했으나, 피에트로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다퉜어. 레누는 피에트로가 이성적으로, 깔끔하게 이혼 합의를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레누 자신만의 착각이었던 거야. 그들의 소식은 시댁과 친정에 모두 알려졌고, 대부분 레누를 질책을 했단다. 특히 친정 엄마는 레누에게 호되게 질책을 했고, 강하게 반대를 했단다. 소식을 접한 릴라도 레누의 선택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 릴라는 예전에 니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사이였고, 니노로부터 무참히 버림을 받았던 터라 니노가 어떤 놈인지 잘 알았던 거야. 하지만 눈에 콩깍지가 쓰였으니 그런 충고가 귀에 들어오겠니..

레누의 이혼 이야기와 동떨어진 이야기인데 그 즈음 릴라의 상황을 좀 이야기해야겠구나. 릴라는 베이직 사이트라고 하는 컴퓨터 회사를 차려 돈을 크게 벌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어.

레누를 편드는 사람은 니노 한 사람뿐. 레누가 괴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건 니노뿐이었어. 이 이혼 국면은 피에트로가 애인이 생기면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아이들은 시어머니가 돌보았는데, 레누는 아이들도 자기의 권리라면서, 시어머니를 찾아가 대판 싸우고 아이들도 데리고 왔단다. .. 사랑이라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지만, 레누의 선택은 아빠로서도 이해할 수 없었단다. 니노가 어떤 놈인지 레누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 것을 예상하면서도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니,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설명하기 힘든 것이로구나.

 

 

2.

한편, 레누의 두번째 책이 이탈리아에서도 출간이 되었는데 반응이 좋았단다. 그래서 다시 레누는 유명해지게 되었어. 하지만 레누는 지금 자신의 책이 잘 팔리고 자신이 유명해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어. 니노가 문제였지.. 늘 그랬듯이

레누가 피에트르와 관계를 정리를 했는데, 니노는 여전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어. 심지어 니노의 아내는 임신까지 했어. 니노에 대한 심한 배신감으로 니노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레누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았어. 시누이였던 마리아로사에게 연락을 했어. 마리아로사는 늘 오픈 마인드였기 때문에, 레누와 두 딸들을 맞이해 주었단다. 마리아로사의 집에서 지내는 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단다. 마리아로사와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이야.

다시 갈 곳이 없어진 레누는 어쩔 수 없이 나폴리로 왔어. 예전에 니노가 빌려놓은 집이 있다고 했는데 결국 그 집으로 들어갔어. 다시 니노와 만나게 되었다는 거야.. 니노는 이혼을 하면 아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이혼은 할 수 없다고 했어. 나쁜 놈. 결국 레누는 니노의 이중생활을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니노는 가끔씩 레누의 집에 찾아왔어.

레누는 가끔씩 데데와 엘사가 피렌체에서 아빠 피에트로와도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했어. 레누는 이상하지만, 이 생활에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고, 릴라와도 다시 친해지게 되어 서로의 아이를 봐주기도 했단다.

레누가 니노의 아이를 임신했어.. 그 즈음에 릴라도 임신을 했단다. 둘은 같이 병원에 다니고 진료도 같이 받으면서 친해졌어. 1980년 나폴리에 대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둘은 같이 있었어. 대지진이 한참 동안 이어지면서 릴라가 이성을 잃으면서 불안해 했지만, 다행히 옆에 레누가 있었어. 둘은 서로 의지하며 지진을 이겨냈어.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980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대지진은 정말 큰 지진이었으며,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오는구나. 이탈리아에서 지진이 나면 늘 소환되는 큰 지진이었어.

레누와 엄마의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았는데, 엄마가 편찮아지면서 레누는 엄마와 좀 가까워졌어. 엄마의 진심도 알게 되었단다. 엄마는 오래 전부터 많은 자식들 중에 공부를 가장 많이 하고 똑똑한 레누만 믿고 가장 많이 사랑했다고 했어. 그런 레누가 자신의 뜻과 다른 길을 선택해서 질책을 했던 거라고.. 하지만 시간은 친해진 엄마와 레누 사이를 질투했어. 레누의 엄마는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단다. 레누의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레누와 엄마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만들더구나.

레누와 릴라는 20일 간격으로 모두 딸 아이를 순산했단다. 레누의 딸은 임마라는 애칭을 가졌고, 릴라의 딸은 티나라는 애칭을 가졌어. (원래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구나.^^) 이제 레누와 릴라는 여느 아이들 엄마 못지 않게 둘이 만나면 육아 이야기를 했어. 이 시절이 레누와 릴라 사이가 가장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구나.  

3.

레누의 두번째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레누는 출판사와 선계약을 했고, 그에 따라 출판사의 압박이 있었어. 이미 계약금도 상당부분 받아서 그 돈을 다 써버렸는데딸 셋을 키우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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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날 충격적인 일을 보았어. 자신의 집에서 니노와 가정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본 거야. 니노는 아무래도 바람둥이가 아니라 성 도착증 환자가 아니었을까? 레누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데데와 엘사를 데리고 릴라의 집으로 향했단다. 니노의 이야기를 했더니 릴라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어. 그러면서 니노의 뒷조사를 했었다고 했어. 그리고 니노와 잠자리를 가진 여자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어. 정말 나쁜 놈이구나.

니노가 계속 연락을 해서 용서를 구했지만, 레누는 거절했단다. 이렇게 정신 없는 시기에 출판사는 원고에 대한 독촉을 했어. 결국 예전에 썼다가 시어머니와 릴라가 혹평을 해서 폐기 처분했던 원고를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보냈단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뜻밖에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바로 출간하자고 했어. 레누는 뜻 모를 뿌듯함에 니노 때문에 생간 마음 고생이 조금 사그러들었어. 레누는 릴라의 집 위층으로 이사가기로 했어.

레누는 릴라의 집 위에 살면서 자꾸 자신의 어린 딸 임마와 릴라의 어린 딸 티나를 비교하기도 했어. 임마가 티나보다 발달이 느린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빠가 없어서 그런가 걱정도 했단다. 세번째 아이인데 뭐 그런 것을 가지고 걱정을 하는지애들 때는 느릴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지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마의 아빠인 니노를 다시 초대했어

니노는 와서 레누의 가족 뿐만 아니라 릴라의 가족과도 같이 시간을 보냈단다. 니노가 릴라와 단둘이 한참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질투도 느꼈어. 그런데, 그 때, 릴라가 니노와 한참 이야기를 할 때, 티나가 사라졌어. 너무나 감쪽같이 사라졌단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찾아보았지만, 목격자도 없이 티나가 사라져 버렸어. 협박 전화도 없었단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사라진 것 같았어. 릴라는 티나를 한참 동안 찾아보았지만, 못 찾고 나서는 이성을 잃을 때가 많았어. 항상 화를 내고 점점 괴팍한 행동을 했어. 솔라라 형제들을 의심하기도 했어. 릴라는 모든 것이 변했어. 하지만 누가 릴라를 탓하겠니.. 아이 잃은 부모 심정을 누가 알겠니…..

 

4.

릴라가 안 좋은 일이 생겼지만 레누는 새론 출간한 책이 큰 성공을 거두었어. 릴라는 이제 회사도 안 나가고 회사는 엔초에게 맡겼어. 릴라는 주위 사람들과 툭하면 싸우고 그랬어. 릴라의 아들 젠나로는 릴라의 오빠인 삼촌 리노와 잘 어울렸는데, 삼촌을 따라 마약도 하고 나쁜 길로 빠져들었어.

릴라는 안 좋은 일은 줄줄이 일어났단다. 거기에 오빠 리노가 마약 중독으로 객사를 했어. 그 뿐만 아니라 솔라라 형제도 살해를 당했단다. 어렸을 때 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살해 당한 것이 이번이 몇 번째였던지, 나폴리가 그냥 관광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험악한 도시였나 싶더구나. 책을 다 읽고 옮긴이가 적어준 글을 읽어보니, 나폴리가 관광도시로 유명해지기 전에, 이탈리아는 극우 극좌의 대립으로 테러가 비일비재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더구나.

니노는 어떤 말솜씨가 있었는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고, 레누의 전 남편 피에트로는 또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떠났어. 그 전까지 데데와 엘사에게 좋은 아빠 역할을 했는데 미국으로 간다니 레누는 걱정을 했어. 그런데 그보다 더 걱정거리가 있었어. 데데가 릴라의 아들 젠나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릴라에게 이 고민거리를 이야기해봤자 해결책을 없고, 딸을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딸의 뜻은 뚜렷했단다. 데데는 학교 성적도 좋은데 대학갈 생각은 안하고,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젠나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떠날 거라고 했어.

레누는 멀리 미국에 있는 데데의 아버지 피에트로에게도 도움을 청해서 피에트로가 설득을 해보았지만 데데의 콩깍지는 너무 두꺼웠어. 레누 자신도 주변에서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니노를 사랑한 것처럼 딸도 자신의 사랑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정작 데데의 졸업식날 젠나로와 사라진 것은 데데가 아니었어. 둘째 딸 엘사가 젠나로와 함께 도망을 간 거야.  레누는 더 충격을 먹었어. 엘사는 아직 미성년이고 학생인데 말이야. 데데는 심한 배신감에 며칠 괴로워하고 고민을 하더니 훌훌 털고 미국 유학을 가겠다면서 아빠가 있는 미국으로 갔단다.

레누는 엘사는 찾아 나섰고, 전 시댁에 젠나로와 함께 있는 것을 찾아 데리고 왔어. 화가 나고 분노가 났지만, 모두 삼키고 릴라에게 허락을 받고 엘사와 젠나로 모두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했어. 철모르던 시절 풋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엘사는 젠나로와 헤어졌단다. 엘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어.

레누는 세번째 책이 큰 성공을 하면서 그 이후 작가로서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단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책을 내면서 지낼 수 있었어. 그리고 나폴리도 떠났단다. 티나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식조차 없었어. 릴라와 한동안 소식이 끊어졌다가 릴라의 아들 젠나로부터 릴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거야. 나폴리 4부작 1권가 그렇게 시작했었는데 기억나니? 이 이야기의 시작이 릴라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했던 거잖아.

끝내 릴라도 돌아오지 않았어. 다만 레누에게 소포 하나가 도착했단다. 어린 시절 릴라와 우정이 시작되었던 계기가 된티나라고 불렀던 인형그 인형은 분명 어린 시절에 잃어버렸던 것인데 어떻게 릴라가 그것을 가지고 있었지? 그것도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릴라는 릴라 방식대로 자신의 드러냈던 것이란다. 이제 노년이 된 레누와 릴라…. 그들은 서로 보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구나.

이 책은 레누와 릴라의 여덟 살부터 약 육십 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40대 이후의 삶은 그 분량이 아주 적더구나. 그만큼 그들의 인생의 전성기는 이삼 십대였던 거야. 그런데 그것이 비록 레누와 릴라만 그럴까? 이미 40대에 들어선지 한참 된 아빠는 이제 분량이 적은 삶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울적해지기도 하는구나. 나폴리 4부작이 두 사람의 오랜 세월을 이야기 하다 보니 진짜로 세월이 빠름이 느껴지기도 했고, 자꾸 아빠의 어린 시절도 많이 생각이 났단다.

얼마 전에 출판사의 인스타스램에서 나폴리4부작을 드마라도 만든다고 하더구나. 아빠도 읽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겠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드라마였구나. 4개 시즌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봐야겠구나.

이제 다 읽었으니, 책장에 자리잡아 좋은 인테리어 역할을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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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내가 나폴리에 다시 정착한 것은 1979년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릴라가 이토록 명확하게 자신을 드러냈으니 이제 다시는 릴라를 보지 못해도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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