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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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아빠가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어하던 책이야. 그러던 중 작년 하반기에 <알쓸신잡>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유시민님이 추천을 하고 나서 더욱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었단다. 유시민님의 영향력으로 인해 베스트셀러에도 오랫동안 상위랭크 되었었어.

랩 걸. 왜 제목이 랩 걸일까 싶었었단다. 보통 Lab이라고 하면 실험실이라는 뜻이거든.. 이 책을 읽은 지 얼마 안되어 왜 제목이 랩 걸인지 바로 알겠더구나. 지은이가 평생을 실험실에 살았던 여자 과학자였기 때문이야. 호프 자런이라고 하는 과학자란다. 당연히 아빠는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지만,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과학자인가 봐. 201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이 되었대. 1969년생이니까 아직도 현역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겠구나.

1.

호프 자런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실험실에서 살았어. 그의 아버지는 미네소타 대학교의 물리학, 천문학 교수였거든. 호프 자런에게 실험실은 놀이터였어.

호프 자런에게 실험실이라 어떤 곳이었냐 하면

불이 항상 켜져 있는 곳.

내가 하지 않을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로 대체되는 곳.

교회와 같은 곳. 내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곤 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곳. 글에는 내가 써야 하는 이야기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어.

이 책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고 보면 돼. 그냥 누군가에게는 실험실은 그저 실험만 하는 곳인데, 그에게 있어 실험실은 이런 다양한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구나.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과학자로서 좋은 능력인 것 같아. 그리고 과학에 관련된 글을 쓰면서도 인문적인 시선과 감성적인 문체도 들어 있었어. 예전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진짜 유명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도 잘 써야 한다고 말이야. 아무리 연구 실적이 좋아도 글을 잘 못쓰면 좁은 범위에 국한될 수 밖에 없지만 글을 잘 써서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잘 포장까지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영역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야. 현대에 와서 유명한 과학자로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글들도 작가만큼 잘 쓴단다.

이 책의 지은이 호프 자런이 평생에 걸쳐 한 연구는 나무에 관련된 내용이란다. 나무에 관한 연구를 한 사람들이 뭐, 한두 명이겠니. 하지만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까지 알려진 과학자들은 그리 많을 거야. 호프 자런도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유명해지지 않았겠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연구를 했는지도 알지 못했을 거야. 물론 그의 글쓰기가 자신의 업적과 노력을 알리는데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닐 거야. 그는 이 책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나무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길 바랬을 거야. 그리고 신비한 나무의 삶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을 것이고또 누군가는 그의 연구하는 자세를 보고, 자신도 그런 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꿈을 심는 사람도 있겠지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이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좋은 습관인 것 같아. 너희들도 그런 습관을 가지면 좋겠지만, 기대는 안 할래^^

아빠는 이 책을 통해서 나무의 신비한 삶을 많이 알게 되어 먼저 좋았단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빠가 발췌한 부분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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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씨앗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대부분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 체리 씨앗은 아무 문제없이 10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각각의 씨앗이 정확히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안다. 씨앗이 성정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 그 기회를 타고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 듯 싹을 틔우려면 그 씨앗이 기다리고 있던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과 다른 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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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운이 좋은 뿌리는 결국 물을 찾겠지만 첫 뿌리의 첫 임무는 닻을 내리는 것이다. 닻을 내려 떡잎을 한곳에 고정시키는 순간부터 그때까지 누리던 수동적인 이동 생활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일단 첫 뿌리를 뻗고 나면 그 식물은 덜 추운 곳으로, 덜 건조한 곳으로, 덜 위험한 곳으로 옮길 희망(그 희망이 아무리 미약한 것이었다 할지라도)을 포기해야 한다. 서리와 가뭄과 굶주린 입이 찾아와도 그로부터 도망갈 가능성 없이 모든 것을 직면해야 한다. 그 작은 뿌리는 자기가 앉아 있는 그 장소에 몇 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의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를 점칠 기회를 딱 한 번 가진다. 뿌리는 그 순간의 빛과 습도를 감지하고 자기 속에 내재된 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점검한 다음 글자 그대로 몸을 던져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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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배아 안에는 떡잎이 들어 있다. 이미 만들어진 두 개의 적은 이파리인 떡잎은 구명용 보트처럼 비상시 부풀려서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생명 유지 장치다. 가장 가까운 자동차 수리점 정도까지만 갈 수 있게 만들어진 스페어 타이어와 마찬가지로 떡잎도 작고 빈약하다. 수액이 들어가 팽창이 되면 겨우 초록빛 물이 조금 든 이 떡잎들은 겨울날 고물차에 시동을 걸 듯 광합성을 시작한다. 조잡한 구조의 떡잎은 절뚝거리면서도 진짜 이파리를 만들어낼 준비가 될 때까지 식물 전체를 지탱하다가 시들어서 떨어진다. 식물이 만들어낼 이파리 모양과도 전혀 다른 모양을 띤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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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목재는 강하고, 가볍고, 유연하고, 무독성이며, 날씨의 변화에 강하다. 수천 년 동안 발전한 인류 문명에도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다목적 건축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같은 면적이라면 목재 기둥은 강철만큼 강하고, 신축성은 열 배이면서도 무게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고도의 기술을 적용한 인공 물질이 많이 나왔음에도 주택을 지을 때 가장 인기 있는 자재는 목재다. 미국에서만 지난 20년 사이에 사용된 나무 판자를 나열하면 지구에서 화성까지 다리를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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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사는 식물은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번창하는 식물이 잡초다. 우리는 잡초의 대담성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모든 씨앗은 대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잡초들의 눈부신 성공이다. 인간들은 잡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잡초가 많이 자란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은 척, 화가 나는 척한다. 우리가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식물의 세계에서는 이미 혁명이 일어나서 인간이 개입한 모든 공간에서는 침입자들이 쉽게 원주민들을 내쫓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아무 힘도 없이 그저 입으로만 잡초를 욕해봤자 이 혁명을 멈추지는 못한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혁명은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라 촉발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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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특히 긴 여행이다. 나무들은 오지를 긴 시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조언과 똑 같은 조언을 따른다. 짐을 단단히 싸라는 조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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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8)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을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비유한다면, 흙속에서 식물들이 취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청량음료 병 하나를 채우지도 못하는 양이다. 나무들은 너무도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이파리 한 줌 만들어내는 데에도 1 갤런 이상이 필요하다) 뿌리가 능동적으로 흙을 빨아대는 상상을 하고 싶어질 정도다. 그러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나무의 뿐리는 전적으로 수동적이다. 물은 낮 동안 수동적으로 뿌리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밤 동안 수동적으로 뿌리 밖으로 흘러나온다. 달의 영향을 받아 벌어지는 바다의 조수간만만큼이나 정확하다. 뿌리 조직은 스펀지처럼 작동한다. 엎지른 우유에 마른 스펀지를 대면 자동적으로 부피가 커지면서 액체를 빨아들인다. 그 축축한 스펀지를 건조한 시멘트에 올려놓으면 얼마 가지 않아 액체가 흘러나와 시멘트 위에 얼룩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서 땅을 파더라도 기반암에 가까워질수록 흙은 더 축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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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프 자런은 과학자라고 했잖아. 그렇게 과학자라고 하면 끝인데, 우리 세상은 여자인 경우에는 앞에 여성을 붙여서 여성 과학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단다. 과학계에서는 아직 여성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 호프 자런이 1969년이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인데, 자신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받은 차별 등이 많이 있었대. 지난 세기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업적을 가로채기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비밀도 아닌 것 같구나.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그런 것이 존재하다니.. 그것도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이야기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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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7)

나는 남의 말을 듣는 데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을 잘 한다. 나는 똑똑하다는 말을 들었고, 단순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해낸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영생을 얻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일찍 죽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꾸지람을 들었는가 하면 너무 남성적이어서 못 믿겠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경고를 받은 적도 있고, 비정하고 무감각하다는 비난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나만큼이나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내가 여성 과학자이기 때문에 누구도 도대체 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따라서 상황이 닥치면 그때그때 내가 무엇인지를 만들어나가면 되는 값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동료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나도 그들에게 충고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 두 문장을 되뇐다. 이 일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만 할 때를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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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의 또 다른 큰 줄기는 호프 자런의 지금까지의 살아온 이야기란다.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의 삶의 전반전까지 정리한 자서전이라고 할까.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식물의 성장에 빗대어 설명한 것 같았어. 그래서 책을 시작하면서 사람은 식물과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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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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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 자런의 업적에 지대한 업적은 파트너 과학자가 있으니 빌이라는 사람이란다. 호프가 대학원 조교를 하던 시절에 만난 사람인데, 그에게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어.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끈기와 열정이 있었단다. 이후 그들은 줄곧 같이 연구를 하였단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졌어. 그리고 많은 업적도 냈단다. 아빠는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그들이 과학자의 동료뿐만 아니라 인생의 반려자로 사랑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들의 성격도 잘 맞았고,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도 가장 먼저 찾곤 했거든. 아빠의 편견이었나?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친구가 될 수가 없다는…. 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가까이 지냈는데…. 호프 자런이 클린트라는 다른 과학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아빠는 지은이에게 좀 실망을 했단다.

아빠가 빌과 호프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책에서 이야기한 것으로만 보면 빌은 호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던 빌이 아니라 클린트라니그러면서 클린트와 사랑은 금방 깨지고 결국은 빌과 함께 할 거라는 예측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지만 결국은…. 클린트와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게 된단다. 그리고 빌과는 여전히 절친 동료로써 같이 연구를 했어. 더욱이 빌은 결혼도 안하고 연구에만 몰두를 하는데…. 이 책이 출간된 이후라도 빌도 진정한 사랑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드는구나. 혹시 빌은 과학과 결혼한 것일까?^^

이런아빠가 과학 교양 서적을 읽으면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구나.^^ 호프 자런이 생각하는 과학 이야기를 해볼까. 호프에게 과학이란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고 했어. 그래서 그렇게 평생 과학과 함께 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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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시간은, ,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도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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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연구하는 과학자. 아무래도 지구의 환경도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지구의 녹색은 점점 줄어들고우리 자손들에게 황폐한 폐허만 남기고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그런 것은 호프 자런도 느끼고 있어. 녹색…. 녹색이라는 단어는자란다라는 동사와 어원을 같이 한다고 하는구나. 원문은 영어로 썼을 테니, 녹색은 green, ‘자란다 grow…. 일 것 같구나. 녹색이라고 하면 편안함과 평화, 자연 등 좋은 것들만 연상이 되잖아. 그런 녹색이 지구에서 줄어들고 있으니많은 사람들이 그 걱정을 같이 하고 어떻게 하면 녹색을 늘릴 수 있을 수 같이 고민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구나. 이제 6월만 되어도 찌는 더위가 시작되곤 하는구나. 정말 지구는 점점 불타오르는 기분이야. 이런 문제점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에서 심각하게 걱정을 했으면 좋겠는데아직도 성장과 경쟁만 찾고 있으니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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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전 세계 어디를 가나녹색이라는 단어는자란다라는 동사와 어원을 같이한다. 자유 연상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녹색이라는 단어와 자연, 휴식, 평화, 긍정이라는 개념을 연관 지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색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라도 접하면 단순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서도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해마다 조금씩 녹색이 줄어가고 있다. 컨디션이 나쁜 날이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전 지구적인 문제들이 악화되고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 즉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자손들을 황폐한 폐허에 남겨두고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더 병들고, 굶주리고, 전쟁에 시달리고, 심지어 녹색이 주는 소박한 위안마저도 박탈당한 채 사는 세상을 남기고 떠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이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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