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3
니콜라우스 피퍼 지음, 알요샤 블라우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십자군 전쟁, 튤립, 콜럼버스, 향신료 등 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듯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어휘들은 곧 대차대조표, 투기, 가격혁명, 동방무역 등 경제용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예를 들면 십자군 전쟁은 참혹했지만 유럽인들은 이 원정을 통해 아라비아 숫자를 처음으로 배웠다. 숫자를 이용해 계산을 하고 대차대조표를 만들자 사업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보게 되었다. 이것은 유럽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유럽 경제를 살찌웠다.

1634년과 1637년 사이의 불과 3 년 동안 튤립은 네덜란드 사람들을 광란 상태로 몰아넣었다. 향기는커녕 먹을 수도 없고 유용성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튤립의 값은 살진 황소 네 마리의 값과 맞먹었으며,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최고수준의 수상저택을 한 채 살 수 있는 돈이기도 했단다. 정신과 의사들은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우울증 환자로 분류한다는데 이쯤 되면 우울증 환자가 아니라 집착증이나 광증 환자들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투기 열풍에 휩싸였기 때문인데 이 열풍이 지나가고 나서는 남은 것이라곤 ‘튤립 열풍’이라는 신조어뿐이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세 척의 배를 가지고 항해에 나서기 전에 리스본에서 지도 제작자와 도서관 사서로 일 하면서 천문에 대한 지식을 쌓았단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믿었고 대서양을 항해새서 인도나 중국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는 바스코 다 가마가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길을 발견하기도 전이어서 사기꾼으로 몰려 궁궐 밖으로 쫓겨나 8년 동안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워야 했단다. 그는 인도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고 믿었고, 도착한 대륙이 에스파냐 왕의 땅이라고 믿었다. 훗날 이탈리아의 항해사 아메리고 베스푸치에 의해 콜럼버스가 탐험한 곳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대륙이라는 것임을 밝혀냈다. 아메리카는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독일의 지리학자가 붙인 이름이다. 어쨌거나 콜럼버스는 신대륙에서 그의 목적이었던 금과 은을 잔뜩 유럽으로 가지고 들어왔고 화폐가치가 떨어져 유럽의 물가가 두세 배 오르는 가격혁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저자는 고대로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과 경제 용어를 관련지어 소설보다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는 일을 처음으로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환전상이었는데 이들은 시장에 탁자와 벤치를 세워 놓고 장사를 했다고 한다. 이들을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방케리’라고 불렀다는데 ‘뱅크’는 이 이탈리아어 '방케리'에서 나온 말이다.

경제학자들의 소개도 쉽게 설명되어있다. 오늘날 자유무역정책의 근간이 된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에서 자유방임주의를 설명하고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생존임금 법칙’이론이 옳지 못했다는 것은 독일 시인 하이네의 시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독일 방직공의 불행한 삶을 읊은 하이네의 시다.

 

침침한 눈에는 눈물도 마르고

베틀에 앉아 이빨을 간다

독일이여! 우리는 짠다, 너의 수의를.

세 겹의 저주를 거기에 짜 넣는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슐레지엔의 방직공> 일부

 

경제용어로 역사를 설명하고 역사로 경제용어를 설명하는 이 결합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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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10-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달이면 전태일 열사 40주기네요.

하이네의 시를 대하니 전태일 열사가 생각나서요.

그 40년간 우리는 진정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살았는지 묻게 됩니다.

반딧불이 2010-10-16 22:58   좋아요 0 | URL
닥나무님. 제가 아래 여우님의 댓글을 달기 전에 분명히 이 댓글에도 답글을 달았는데 지금 들어와보니 제 답글이 달려있지를 않네요.
대체 이게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기분이 언찮으셨을지 몰라 조심스럽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 답글은 "어느새 40주기가 되었군요. 참 무겁고 아픈 질문입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6 22:0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문제이겠지요^^; 근래 노동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접적으론 프리모 레비의 책과 그의 삶을 생각하며 고민할 시간을 가졌구요. 성경도 뒤져보구요. 마침 전태일 열사 40주기가 되니 인간 중심의 노동이 무얼까 더욱 고민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정리가 되면 리뷰에 적어 볼게요. '반딧불이'님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반딧불이 2010-10-16 23:02   좋아요 0 | URL
네..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10-10-17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7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갈라파고스 군도는 내 여행목록 1순위를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내가 다윈에 주목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책값이 만만찮아 침만 삼키고 있다. 동네 도서관에도 1권도 아직 안들어온 상태인데 벌써 2권이 나왔다.    

신학도 였던 다윈이 진화생물학자로 변모해가는 모습도 궁금하고 모든 생물은 하느님의 피조물이었다던 당시의 믿음을 전복시키며 인류문명사를 새로쓴 그의 일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권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는 출생부터 51세까지를 다루고 있다. 2권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는 51세 이후의  말년을 다루고 있다. 과학계와 종교계를 논쟁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은 영원히 잠들지 않는 다윈을 만나보고 싶다.   

 

  

"왜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중산층의 설득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조차 미처 대답한지 못한 이런 질문에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 

이 책의 소개 글이다. 저 두개의 질문이 나만의 의문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 답이 저렇게 한마디로 똑 떨어지는데 600여쪽을 할애해야했을까? 소개글은 단지 우리의 정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출판사의 판촉의도일까? 분량의 압박감이 궁금증을 누르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네하라 마리의 책에 빠지는 듯 하다. 그녀의 <대단한 책>을 살펴보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빠지지 못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앞부분을 몇쪽 읽었지만 항상 다른 일에 치여서 겉돌다가 결국 책꽂이로 올라가버렸다. 

저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아랫도리에 걸친것이 수건인지 팬티인지에 주목했다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와 '팬티'의 조합이 파격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력이라면 나도 마리 여사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말씀'을 듣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아야겠다. 마치 단테의 <신곡>과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같이 읽는 느낌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한가지 고민이 있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건 현악 사중주 버전인데 피아노 버전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까? 

 

 

 저자의 첫 번째 책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두 권 샀다. 이 책을 외출하면서 받았을 때 궁금한 마음에 들고 나갔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 커피숍에서 들여다보다가 테이블 위에 두고 잠시 주문하러 간 사이에 누군가 집어가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책을 알아보는 사람이 가져갔으려니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한 셈쳤다. 그리고 또 샀다. 

 책을 주문할 때마다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마웠다. 늘 뭔가 빚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생겼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가 페이퍼 첫머리에나 끝에 쓰는 대여섯줄 정도밖에 안되는 그의 메모가 짧아서.  첫 번째 책은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는데 두 권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의 두 번째 책 <책을 읽을 자유>가 나왔다. 이 책은 무차별(?)적으로 그가 읽어낸 책들을 어떻게 가르고 모으는지 살펴보는데 요긴할 듯 하다. 저녁먹은 그릇들을 잔뜩 싱크대에 쳐넣은 것처럼 어지럽게 책을 읽는 내가 배워야할 부분 일듯 싶다. 더불어 신형철의 발문이 실려있다고 하는 것도 기대된다. 그가 문단의 어른들을 향해 휘두르는 공손한 회초리의 맛을 두어 번 본 후로는 그의 글은 길이와 형식과는 무관하게 내 관심을 끌고 있다. 

 

어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 리즈(줄리아로버츠)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탈리아, 인도, 발리가 무대다. 이탈리아에서 머문 곳은 늙은 여자가 주인이었는데 그녀가 이탈리아에 막 도착한 리즈에게 하는 말. '미국 여자들은 이탈리아에 오면 빠지는게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파스타, 다른 하나는 소시지'라고 했다. 자막에는 이 '소시지'가 남자로 번역되어 나온다. 그 번역이 너무나 참신한 반면, 그녀의 '소시지'발음이 어찌나 적나라한지 한참 웃었다. 영화가 끝나고 크림소스 듬뿍 엉겨붙은 파스타를 먹긴했다. 못먹는 '소시지'는 팔짱만 끼고 덜덜 떨면서 한강변을 걷다 왔다.

또 리즈가 발리에서 만난 민간치료사는 그녀의 다리를 살피면서 뼈가 단단하게 굳어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슨 오래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섹스를 하면 뼈까지 나긋나긋해지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맨 마지막 챕터가 '섹스 치료'다. 내가 섹스를 통해 치료해야할 것이 있는지 역시 모르겠으나 궁금한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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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 여사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사실 <대단한 책> 한 권밖에 안 읽었답니다^^;;)
만약에 이번 신간도서에 마리 여사의 책이 추천된다면.. 마리 여사의 매력에 푹
빠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대단한 책>을 통해 마리 여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저의 추천도서 페이지에도
이번에 나온 <팬티인문학>을 후보에 올릴 수 있었답니다^^ㅋ
<팬티인문학>과 하이든의 만남이라,, 참으로 신선한 발상의 독서네요^^
신간도서 페이지 잘 읽었습니다^^ㅋ

반딧불이 2010-10-04 20:36   좋아요 0 | URL
저도 마리여사에게 풍덩 빠질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lanca 2010-10-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그 새에 책을 집어갔어요? 근데 책도둑은 왠지 봐주고 싶어지는 건^^;; 아아, 저 영화 보셨군요. 책 내용과 대사가 똑같아요. 책을 읽으며 음악과 매치시키는 경험, 고거이 따라해 봐야겠습니다. 반딧불이님처럼 저도 저 영화보고 파스타를 먹으러 가고 싶어집니다. 불가능하기에 더더욱 부러워집니다.

반딧불이 2010-10-04 23:53   좋아요 0 | URL
책도둑은 왠지 봐주고 싶은 건 저와 블랑카님의 마음만은 아니겠죠? 몇 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훔쳐온(?) 책이 있는데 이미 용서받았으리라 생각하고 싶어지네요.

책은 이미 읽으셨으니 따님과 파스타 드시러 가셔요. 따님이 토마토 소스를 입가에 발갛게 묻히며 면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저는 벌써부터 그려지는데요.

비로그인 2010-10-05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땐 교양 있는 도둑이라고 해야 할지... 원 참!
아마도 반딧불이님이 책을 보시는 모습을 보고 그만 마음이 동했던 모양이죠.
저렇게 재미있는 책인가 싶었을까요 ㅋㅋ

반딧불이 2010-10-05 11:21   좋아요 0 | URL
저의 미모가 도둑을 부추긴거군요.ㅋㅋ

비로그인 2010-10-05 13:10   좋아요 0 | URL
빙고!!^^

반딧불이 2010-10-05 13:16   좋아요 0 | URL
하하..저의 자뻑에 맞장구를 쳐주신 분은 후와님이 최초에요. 충성!!

라로 2010-10-0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 정치를 말하다] 빼고 저와 4권이나 관심서적이 겹쳐요!! 휘익(휘파람,,ㅋㅋ)
다윈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은데 가격이 후덜덜,,,
그래도 간이 큰 도둑이에요,,ㅎㅎㅎ주문하로 간 사이에,,,분명 로쟈님의 책을 넘 갖고 싶은 사람이었을거에요..
저도 책도둑이 되고 싶어요,,,히힝
도서관녀로의 탈바꿈 밖에는 길이,,ㅠㅠ

아참 먹고,,,그 영화는 어떠셨어요???저도 봤는데,,

반딧불이 2010-10-05 15:04   좋아요 0 | URL
나비님. 오늘은 완전 불량소년 모드군요~ 휘익~~~~~~~

영화는 도입부가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는건 이탈리아에서, 기도는 인도에서, 사랑은 발리에서 하려면 돈좀 들겠군했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이렇게 동기가 음험해서야 원~)고 다짐했는데 또 작심삼일 뻔하죠. 머

라로 2010-10-06 10:04   좋아요 0 | URL
책 안읽어 보셨죠??
저도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 겠다는 맨날 있는데 시간이 없다능,,3=3=3=333=3333

반딧불이 2010-10-06 22:50   좋아요 0 | URL
네.나비님 영화만 봤어요. 책은 어떤가요?

sslmo 2010-10-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세권은 읽었거나 가지고 있고,
나머지 두권도 관심있어요~

이런 책 추천이라면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겠는걸요~^^

반딧불이 2010-10-05 11:48   좋아요 0 | URL
참으로 부지런하신 나무꾼님.
저도 나무꾼님 리뷰 읽으니 뚜껑이나 마음보다 지갑을 열고 싶어지던걸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으로 활동하시는군요? 축하 드려요^^ 저는 7기 인문분야 서평단으로 활동했는데,방금 서평단 후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책과의 만남을 기원해 봅니다.
뽑아 놓으신 5권 모두 관심이 가는걸요? 요네하라의 이번 책은 신문 서평을 보며 관심을 가졌는데 꼭 한 번 도전해봐야겠어요. 로쟈의 첫 번째 책은 읽은 지 꼭 1년이 되었는데, 두 번째 책도 읽어야겠네요.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 전쟁>을 읽어봤는데 괜찮았어요. 번역이 별로이긴 했는데, 주장의 대종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서평 기대할게요^^

반딧불이 2010-10-06 22:55   좋아요 0 | URL
서평단이 되고나니 그동안 도통 살펴보지 않던 신간도 살펴보게 되네요. 이번부터 서평단의 조건이 좀 바뀌었더라구요. 큰 부담이 될것 같지는 않아서 신청했는데 좀 걱정도 되요.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0-10-0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시대가 프라하에 가서 공연했나요? 하하하...우스개입니다.

반딧불이 2010-10-09 20:44   좋아요 0 | URL
ㅎㅎ 바람 맑고 햇빛 찬란한 토요일. 노이에님 기분 좋으신가 봅니다.~
 

 

 효자가 될라 카머/이종문
  -김선굉 시인의 말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효자되기 참 쉽다. 아니 참 어렵다. 내게는 만질 젖도 젖을 가진 어무이도 안계시지만 계신다고 해도 손이 오그라들어 못할 것 같다.  찬바람 때문에 손끝이 서늘해지는 계절이다. 올해도 내 시린 손은 내 체온으로 덥히겠지만 어버이 계신분들 김선굉 시인의 말을 듣고 모두 효자 효녀 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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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0-09-2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여요..전,이렇게 쉬운 효녀노릇도 못해보고...

반딧불이 2010-09-29 12:11   좋아요 0 | URL
참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아픈 시죠? 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라로 2010-09-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할 것 같아요...ㅠㅠ
그냥 안아 드리기도 쑥스러워졌으니,,,

반딧불이 2010-09-29 12:13   좋아요 0 | URL
아버님께서는 해든이한테도 존대를 하시는 분이시니 쉽지는 않으시겠고..부엌에 계시는 어머님이라도 따뜻하게 안아드리셔요. 점점점님은 잘 하실 수 있으실것 같은걸요.

sslmo 2010-09-2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시린 손은 내 체온으로 덥히겠지만...이 부분도 좋아요~^^

저 시 대로라면...전 효녀는 아닌데,효부는 맞습니다.

반딧불이 2010-09-29 12:15   좋아요 0 | URL
가을보다도 저는 봄이 더 싫어요. 작년엔가는 맨날 끼고 사는 전기장판의 플러그를 하마트면 콧구멍에 꽂을 뻔 했으니까요.

저는 효녀도 효부도 못되어서 부끄럽습니다. 시린 자기손을 자기가 덥히는거..참 쓸쓸한 일이에요. 나무꾼님께는 따뜻한 계절이시기 바래요.

노이에자이트 2010-10-0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수한 사투리로 쓴 시가 참으로 정겹습니다.

반딧불이 2010-10-04 10:4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런 말들은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더 효과적인것 같아요. 노이에님도 한번 해보고싶게 충동질하는 시라면 좋겠네요.
 
죽편
서정춘 지음 / 동학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추석 나흘 전이 시아버님 제사다. 음식을 한꺼번에 할 수가 없어서 늘 두 번씩 장을 보고 상을 차리곤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사 때는 5800원하던 파 한 단 값이 추석이 가까워오자 6900원으로 올랐다. 하늘은 땅을 파버리려는 듯 비를 퍼부었고 추석은 다가왔다. 마트의 야채담당 아저씨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농작물이 다 녹아내린 탓이라고, 파는 사람도 괴롭다고 투덜거린다. 농사는 참혹하고 소비자는 울상이다.

내 한해 글 농사도 형편없다. 누군가 가끔씩이나마 따뜻한 햇볕 같은 눈길을 건네주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글 농사의 흉내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흉악한 작황을 거둔 시인을 만났다. 시집은 오랜 가뭄에 들었든 듯 얄팍하고 시는 햇빛을 못 본 실과처럼 살이 없다. 평소에 6,70편의 시가 실려 있는 시집들을 읽다가 그것의 절반 분량의 시가 실려 있는 딱딱한 하드커버의 이 시집을 보니 뭔가 밑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시인의 말을 대하니 가슴이 탁 막힌다.  


 아 나의 농사는 참혹 하구나
 

흑!
흑!

1968년에 데뷔하여 28년만인 1996년 첫 시집을 냈다. 시집의 이름은 『죽편』이다. 울음소리인 듯한 ‘흑’이 내 눈에는 ‘흙’으로 읽히고 옆에 붙어있는 느낌표가 빗줄기처럼 느껴진다. 올해 농사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망쳤지만 시인의 시 농사에는 촉촉한 비와 따가운 햇살이 함께해서 향기로운 시의 열매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나의 이런 바람과는 별개로 시집에 실린 시들은 호두알처럼 단단하다.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표제작인 「죽편」역시 5행에 불과한 짧은 시다. 



竹篇 1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대나무의 마디마디를 ‘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로 형상화한 이 짧은 시를 소리 내어 읽다보면 대나무 숲이 보이고 오죽을 만지는 듯 단단함과 매끄러움이 느껴진다. 그리곤 남은 여백을 읽어야할 것만 같아 다음페이지로 시선이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인의 참혹한 농사가 가슴 아프지 않다. 그동안 읽었던 시집들의 시가 너무 많았다는 생각도 설핏 든다.

 
세 번째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시, 열 여자를 만나면

시, 아홉 여자가 나를 버렸다

시, 한 여자도 곧 나를 버릴 것이다

 

충족감보다는 결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시인은 스스로 버림받았다고 하지만 버린 사람은 오히려 시인이 아닐까. 한 가마니 모래알을 쏟아놓고 사금 알갱이 하나를 골라내는 듯 언어를 고르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시집 『귀』에도 역시 35편의 시가 실렸다. 책은 첫 번째 시집보다 가로의 길이가 3cm쯤 넓어졌다. 이 말은 그만큼 독자가 채워야할 여백이 많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표제작인 「귀」는 하이쿠보다 조금 더 길 뿐이다.



하늘은 가끔씩 신의 음성에겐 듯 하얗게 귀를 기울이는 낮달을 두시었다

네 번째 시집 역시 단 한 편의 덤도 없이(덤이라는 말이 너무 경박하지만) 딱 서른다섯 편의 시가 실렸다. 아니 서른다섯 편을 실었다. 내게는 없는 두 번째 시집 역시 같은 분량의 시가 실렸을 것이다.   네 번째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짓거리 마다가 짜고 짧다

아서라

마서라에

쩔쩔 맺으므로

 

가장 적은 언어로 가장 많은 말을 하고자 한 시인의 의지 혹은 언어의 경제학이 읽히는 말이다. 시인이 시집을 낼 때마다 일반 시집 분량의 딱 절반 분량만을 실었다면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시인은 그의 시집을 통해 요즈음 나오는 한 권의 시집에 실린 시가 너무 많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시가 필요 이상으로 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네 번째 시집의 제목인 '물방울은 즐겁다'는 '빨랫줄'이라는 시의 한 행이다.  그나마 좀 긴 시다.

 

빨랫줄

 

그것은, 하늘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바람 맑고 햇빛 찬란한 날은 기다란 빨랫줄에 풀먹인 이불 호청이나 널어 마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할줄 모르는  나같은 범부는 바람이 옷벗는 소리를 들어보지도 못했다. 김광균이었던가, 겨울밤 눈내리는 소리에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들었던 시인이?   바람이 옷 벗는 소리를 빨랫줄에 걸어놓은 시인 때문에 이불 호청 타령은 접어두고  바람의 옷이나 걷어야할 듯 싶다. 
 

 
몰두


 
몰두를 보았어요

음머 하고 소가 울어서

소가죽을 뚫느라

피눈물을 흘리는

진드기 보았어요

보다가 보았을 땐

진드기 모가지가 떨어졌어요

참으로 끔찍한 시다. 집중이니 몰두니 하는 단어들을 종종 쓰는 나는 갑자기 몰두라는 단어가 무서워졌다. 몰두를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싶어서. 나는 진드기만도 못했구나 싶어서. 시인의 시들을 읽노라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것이 시라고 했던 공자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시인이 금싸라기같은 낱말만을 골라 쓰고 넉넉하게 남겨둔 여백은 사특함을 씻어내기 위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말'이 시집의 내용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시집을 만나고 나서 야문  호두알 두어 개를 가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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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9-2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문호두알처럼 야문 글이에요~.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걸까요????
점점 뭔가를 해야 하는데,,,하는 악박감을 느끼지만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게,,,

반딧불이님 맏며느리세요???
명절 근처에 제사가 있는 심정 저 알아요.
저희가 종가집이라 제 친정어머니도 매달 제사상을 차리셨는데 명절이 있는 달은 두세번은 되었던듯요.
철부지라 엄마 도와드리는건 부침개가 고작이었지만 것도 생색을 내면서요,,ㅎㅎ

참! 이번주에 서울가서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혹시 님 시간 되시면 같이 볼까요???

반딧불이 2010-09-28 12:30   좋아요 0 | URL
ㅎㅎ 점점점님. 저 지금 데이트 신청받은거 맞죠? 마음 주고 있던 남자한테서 데이트 신청받은것처럼 즐거워요.~

입큰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보실거죠? 30일날 개봉하는...
근데 어쩌죠. 지난주에 동생이 '시라노'어쩌구하는 영화를 보여줬는데 제가 시간만 낭비했다고 투덜거렸더니 일요일에 또 예매를 해놨다네요.

라로 2010-09-29 10:51   좋아요 0 | URL
글쿠나,,,,그럼 다음 기회에~~(눈물을 머금으면서,,,땅을치며 돌아간다..뚜벅뚜벅,,쳐진 어깨를 하고서,,,ㅜㅜ)

반딧불이 2010-09-29 12:10   좋아요 0 | URL
ㅎㅎ 참 어울리지 않는 자세에요. 나비처럼 가비얍게 돌아가시와요~

비로그인 2010-09-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혹한 농사라는 시편들이 이 정도고, 참혹한 글쓰기라는 시평이 이 정도라면...
감히 겁나서 풍작을 기원하지 못하겠네요 ㅋㅋ
시와 시평이 서로 잘 어울립니다^^

반딧불이 2010-09-28 21:01   좋아요 0 | URL
겁내지 마시고 기원해 주세요. 꿍쳐둔 농사가 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ㅋㅋ


sslmo 2010-09-2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추석 끝무렵 대파 한단을 8900원 주고 샀어요.
파를 뺄까 하다가 요리도 못하는데,
파마저 빼면 정말 못 먹어줄 것 같아서,꾸역꾸역 사들고 왔어요.

전 이런 시를 쓰는 사람으로 김사인이랑,누구더라 '작침'을 쓴 그 사람만 생각했었거든요.
시도,님의 리뷰도 참 좋네요~^^

반딧불이 2010-09-28 21:02   좋아요 0 | URL
아이고 나무꾼님 계시는 곳이 어디시길래..?
근데 파가 물을 하도 먹어서 넣어도 맛이 안나던걸요.

이대흠 시인 말씀이시군요. 고맙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을 맞아 시를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는데, 가열찬 읾을 더하시는군요^^
정현종 시인의 시집을 꺼내봅니다. <갈증이며 샘물인>. '너'만이 갈증이며 샘물은 아니겠죠? 우선 '너'의 정체라도 알아야 해서 꺼내 읽어 봅니다.
가열참을 더해주는 리뷰 고맙습니다.

반딧불이 2010-09-28 21:04   좋아요 0 | URL
닥나무님 시 리뷰도 가끔 올려주셔요. 제에게는 닥나무님 리뷰가 갈증이며 샘물인 '너'여요.
 

 


네비게이션/유안진

 

 

너무 많은 것을 보느라고

한두 가지도 제대로 못 본 관광에서

너무 여러 가지를 먹어서

맛있는 게 없었던 뷔페에서

너무 많이 배워서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공부에서

만신창이 되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나이에서

 

뭔가를 하기보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주장하고 설득하기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울부짖어 발광하기보다는 눈감고 견디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열심히 살아온 것이 열심히 망친 것이 된 줄을

겨우 알아지고 보니

 

山을 섬겼는데

江에 와 있다

강물이야말로

처음부터 따라 갔어야 할 길이라고

한 참 두 참......, 많이 늦었지만― 


  

어쩌면 이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까! 그런데 참 욕심도 많으시다. 한강이나 낙동강이나 한 강물의 네비게이션만 가지시지. 세상의 모든 강물을 당신의 네비로 챙기시다니.......

 
우편함에서 꺼내온 계간지들을 선채로 훑어보다 이 시를 발견하고는 더 이상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읽어야할 책들을 읽는 일에 시간을 다 보내고 있는 요즈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정말 열심히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뒷통수가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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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0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안진의 시를 참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시집이란 시집은 다 찾아 읽고 베껴두고 그랬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특유의 딱딱 맞아들어가는 댓구가 기계적으로 보이는거예요. 참, 사람 마음의 변덕이라는게...
오늘 오랜만에 유안진의 시를 보네요. 다른 일 모두 그만두고 시인으로, 시인으로만 살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저 시 속에도 그런 뜻이 얼핏 비치고요.

반딧불이 2010-09-28 12:24   좋아요 0 | URL
베껴두실 정도면 시를 정말 좋아하시는거네요. 저는 유안진 시인의 시를 눈여겨본지 얼마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 시인의 특징을 파악하지는 못했구요. 아마도 제가 반복해서 읽으면 hnine님처럼 기계적인 댓구가 보이겠죠. 그렇다면 아마도 저 역시 '이거뭐야 국화빵이잖아!' 하면서 외면하게 될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