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 ㅣ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3
니콜라우스 피퍼 지음, 알요샤 블라우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십자군 전쟁, 튤립, 콜럼버스, 향신료 등 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듯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어휘들은 곧 대차대조표, 투기, 가격혁명, 동방무역 등 경제용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예를 들면 십자군 전쟁은 참혹했지만 유럽인들은 이 원정을 통해 아라비아 숫자를 처음으로 배웠다. 숫자를 이용해 계산을 하고 대차대조표를 만들자 사업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보게 되었다. 이것은 유럽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유럽 경제를 살찌웠다.
1634년과 1637년 사이의 불과 3 년 동안 튤립은 네덜란드 사람들을 광란 상태로 몰아넣었다. 향기는커녕 먹을 수도 없고 유용성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튤립의 값은 살진 황소 네 마리의 값과 맞먹었으며,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최고수준의 수상저택을 한 채 살 수 있는 돈이기도 했단다. 정신과 의사들은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우울증 환자로 분류한다는데 이쯤 되면 우울증 환자가 아니라 집착증이나 광증 환자들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투기 열풍에 휩싸였기 때문인데 이 열풍이 지나가고 나서는 남은 것이라곤 ‘튤립 열풍’이라는 신조어뿐이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세 척의 배를 가지고 항해에 나서기 전에 리스본에서 지도 제작자와 도서관 사서로 일 하면서 천문에 대한 지식을 쌓았단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믿었고 대서양을 항해새서 인도나 중국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는 바스코 다 가마가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길을 발견하기도 전이어서 사기꾼으로 몰려 궁궐 밖으로 쫓겨나 8년 동안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워야 했단다. 그는 인도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고 믿었고, 도착한 대륙이 에스파냐 왕의 땅이라고 믿었다. 훗날 이탈리아의 항해사 아메리고 베스푸치에 의해 콜럼버스가 탐험한 곳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대륙이라는 것임을 밝혀냈다. 아메리카는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독일의 지리학자가 붙인 이름이다. 어쨌거나 콜럼버스는 신대륙에서 그의 목적이었던 금과 은을 잔뜩 유럽으로 가지고 들어왔고 화폐가치가 떨어져 유럽의 물가가 두세 배 오르는 가격혁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저자는 고대로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과 경제 용어를 관련지어 소설보다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는 일을 처음으로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환전상이었는데 이들은 시장에 탁자와 벤치를 세워 놓고 장사를 했다고 한다. 이들을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방케리’라고 불렀다는데 ‘뱅크’는 이 이탈리아어 '방케리'에서 나온 말이다.
경제학자들의 소개도 쉽게 설명되어있다. 오늘날 자유무역정책의 근간이 된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에서 자유방임주의를 설명하고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생존임금 법칙’이론이 옳지 못했다는 것은 독일 시인 하이네의 시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독일 방직공의 불행한 삶을 읊은 하이네의 시다.
침침한 눈에는 눈물도 마르고
베틀에 앉아 이빨을 간다
독일이여! 우리는 짠다, 너의 수의를.
세 겹의 저주를 거기에 짜 넣는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슐레지엔의 방직공> 일부
경제용어로 역사를 설명하고 역사로 경제용어를 설명하는 이 결합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