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려면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자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kg의 꿀을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5번 허물 벗는 하루살이같이
얼음구멍을 찾는 돌고래같이
하루에도 70만번씩 철썩이는 파도같이
제 스스로 부르며 울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시인의 말이 엄살로 느껴지지 않는다.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하는...그리하여 그 슬픔의 살을 뚫고 나오는 눈물의 뼈가 시로구나. 참으로 모질고 징한 과정을 거쳐 시인이 되면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 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그리고는 시인은 눈물처럼 맑은 시를 낳는다. 머금은 것이 오직 슬픔이고 사랑이고나.
머금다
거위눈별 물기 머금으니 비 오겠다
충동벌새 꿀 머금으니 꽃가루 옮기겠다
그늘나비 그늘 머금으니 장마지겠다
구름비나무 비구름 머금으니 장마지겠다
청미덩굴 서리 머금으니 붉은 열매 열겠다
사랑을 머금은 자
이 봄, 몸이 마르겠다
마지막 남은 커피 한모금이나 머금을 뿐인 범부인 나는 우러르기도 가당찮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