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패다가
정호승
도끼로 발등을 찍어버렸다
피가 솟고
시퍼렇게 발등이 부어올랐으나
울지는 않았다
다만
도끼를 내려놓으면서
가을을 내려놓고
내 사랑을 내려놓았다
스산한 생의 가을과 사랑을 데우려고 시인은 장작을 팼던가,
그러다가 도끼로 발등을 찍었던가,
비명은 커녕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가,
그리하여 가을도 사랑도 내려놓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