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억 광년의 고독                        

                          

 

 

인류는 작은 공(球)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 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우주는 그 속의 질량과 에너지의 분포에 따라 휘어져 있다. 태양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다. 따라서 태양 주변의 시공간은 구부러져 있다. 그것의 형상은 마치 공중에 떠있는 그물 위에 볼링공을 올려놓은 것과 같다. 지구는 태양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의 굴곡을 따라 움직이므로 태양 주변에서 원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또 빅뱅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우주에 관한 책을 서너 권 읽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모두 만만찮은 분량에 만만찮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가 깨달은 것은 아직도 나는 저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 우주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중력이니 일반상대성이론이니 양자역학이니 초끈 이론이니 하는 단어들을 접할 때마다 내가 지금 어느 이름 없는 혹성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과학적 언어들에게 시달리다가도 이런 시를 만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 만유인력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라니! 이십억 광년은 대체 어느 별에서 어느 별까지의 거리인가 나는 모른다. 우주가 점점 팽창해가다가 개구리 배처럼 터져버리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 몇 권 분량의 과학책 내용을 단 한 줄로 정의해버린 시인에게 놀랄 뿐이다. 저 시적 정의 배후에 작동되고 있는 시인의 상상력의 크기가 다만 궁금하고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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