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레퍼토리들. 그래서 턴테이블에 바늘을 자꾸 올리면서 여러번 집중해서 들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는 언제나 좋다. 늘 오케스트라 연주만 가다가 어느 날 넓은 객석 한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한 대 덩그러니 놓인 그곳에 연주자 백건우 한 사람만이 등장하고 곧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맑음? 청량함? 혹은 건조함? 단아함? 유려한 선율 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그의 연주를 들었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왼쪽으로 약간 비켜난 객석에 앉아 피아노 소리 외엔 숨소리조차 내쉬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해서 오로지 피아노 선율만 흐르던 그 시간 이후로 백건우의 음반을 열심히 사 모아서 들었다.그래서 다시 여러번 더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