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성과 지성: 아이엠 낫 유어 니그로 중에서 ...
아이엠 낫 유어 니그로 ˝나는 흑인일 뿐이다.˝
미국 문학, 민권운동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을 기억하자.
˝마주한 모든 것을 바꿀 순 없지만, 마주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각본집도 읽어봐야겠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라는 제목은 맞는 주장이지만 코언의 노래와 달리 불편한 언설이다. 다소 자기 비하의 느낌도 있다. 한국의 매체들은 이 문장을 "나는 당신들의 검둥이가 아니다. 나는 인간이다"로 소개했는데(물론 이 대사가 나오기는 한다), 이 작품의 의미를 최악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코언의 노래(I‘m your man)와 이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2인칭 소유격 대명사 ‘your‘는 의미심장하다.‘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에서 ‘your‘는 나(흑인)는 당신(백인)이라는 주체(one)가 규정한타자(the others)가 아니라는 뜻이다.
흑인은 흑인이지 백인과의 관계에 의해 정의될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이 아니다"가 아니라 "나는 흑인일 뿐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인 사회의 신문(訊問)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누가 인간이고 그것은 누가 결정하는가를 되묻는 일이다.
인간(백인,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의 기준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나도 인간이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누가 그 사회의 성원권을 갖춘 인간인가. 기준은사회마다 다르고, 매일매일 다르다. "태아는 인간이다/아니다" "짐승도 그런 짓은 안 할 것"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냐"... ... 이처럼 인간의 개념은 보편적이지 않을뿐더러, 더 중요한 문제는 인간의 범주를 누가 정하는가라는 정치적 질문이다. 그것은 투쟁으로 정해지는 대단히 유동적인 개념이다.
인간과 인권의 개념은 선재하거나 당위적인 것이 아니라 맥락적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유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인권‘은 만사형통의 언어가 아니라 그 반대다. 상황이 발생한 맥락을 논의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백인도 인간, 흑인도 인간"은 규범이지 현실이 아니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는 흑인의 인간 선언이 아니다. 흑인의 삶을 문제화(‘차별 고발‘)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백인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텍스트로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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