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헨리 쎌윈 박사-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의 첫문장~~
헨리 쎌윈 박사와의 첫 만남부터 그와의 대화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모습까지 ...
읽고 나니 참으로 놀라운 만남의 이야기들이었단 생각이 든다.





1970년 9월 말, 영국 동부에 있는 노리치 (노퍽주의 주도로 대학도시다. 제발트는 1970년부터 이 도시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의 새 일자리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직전에 나는 살 집을 찾느라 클라라와 함께 힝엄으로 갔다. - P8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렇게 서있다가, 높이 뻗은 백양목이 정원의 남서쪽에 넓게 드리운 그늘 아래 어떤 사람이 미동도 없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것을알게 되었다. 늙은 남자였는데, 구부린 팔에 머리를 괴고 바로 눈앞에 있는 한치의 땅만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잔디가 푹신하여 놀랍도록 걷기가편했다. 우리가 코앞까지 다가가도록 아무것도 모르던 그는이윽고 우리를 알아차리고 어색한 몸짓을 하며 일어섰다.  - P11

그의 동작들은 뻣뻣했지만 완벽한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헨리 쎌윈 박사라고 소개하는 방식도 이미 오래전부터 볼 수 없었던 구식 예절을 따르고 있었다. 틀림없이 집을 보러 오신 거겠지요.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아는 바로는 아직 집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의 부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라고 했다. 아내가 집주인이고, 자신은 그저 정원에 기거하는 일종의 장식용 은둔자(a kind ofornamental hermit)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첫마디를 나눈 뒤에 우리는 공원과 집의 정원을 분리하는 철망을 따라걸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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