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제 경험을 활용하는 게 제 강점이에요˝
-슈퍼 긍정의 에너지, 지현
지현 뒷 이야기
가난을 극복하는 힘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지현이 가난을 극복한 과정을 진단한다. 자신이 가진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획득할 수 있는 공적, 사적 지원을 자신의 자원으로 활용한 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성찰하는 힘‘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많은 인터뷰이 청소년 중 가난에서 벗어난 친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다. ‘성찰하는 힘‘은 인간이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를 성찰하는 힘이라 말한다.

지현의 타고난 성품이 긍정적이고 강인한 면이 있었고 이것은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성향이다. 이 가족을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와 지현을 함께 평가하며 그들의 긍정성과 강인함을 얘기했다. 여기에 더해서 가난하고 불우했지만 
어머니, 동생과 똘똘뭉쳐서 서로를 돌봐주었던 결속감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고전적인 얘기이고 교과서 같은 얘기이지만, 가족 내 결속이 여러 가지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 P97

그런데 이런 외적인 조건 외에도 지현에게는 분명 다른 힘이 더 있었다. 나는 이를 ‘성찰하는 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수많은 청소년 인터뷰이 중에서 성공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친구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다. 성찰하는 힘은 인간이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 P97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나‘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 P99

흔히들 빈곤층은 왜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왜 절박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왜 자신의계급적 이해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 P99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과 ‘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빈곤정책을 고민할 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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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그 작가의 가장 최근작을 읽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임경선 작가가 궁금해 최근작인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먼저 읽었다. 잘한 선택이었다.
한 권 더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의 방식에 끌리는 이유에 대한 글들이 꽤 보인다.
첫 시작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다.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뉴욕,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퍼스트 패리시 교회의 예배당에 800 여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숨을 죽이고 있다. 모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한 작가의 강연에 귀를 기울인다. 수줍음을 잘 타기로 유명한 이 일본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버드대학의 라이샤워 일본학연구소의 초빙 작가다. 하루키는 하버드대학에서 집필도 하고 또 가끔은 이렇게 강연회도 연다.  - P17

그의 강연회가 한번 결정되면 유명 가수의 콘서트 소식처럼, 학생과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질 못한다. 들뜬 마음으로 모인 청중과 작가 사이에는 엄숙하지만 친밀한 기류가 넘쳐흐른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창작과 소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영어로 전달하고 있다. - P17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과정입니다. 이야깃거리는 내 안의 깊은 곳에 있기에 그곳까지 우물을 파고들어가듯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곳은 매우 어두운 장소지요. 하지만 제가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갈수록, 그리고 더 오랜 시간 그 깊은 곳에 머물수록 제 소설은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작품을 쓸 때마다 한층 더 깊은 곳에 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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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를 처음 접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작가인데 그 동안 꾸준히 열심히 글을 써온 작가인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누가 뭐라하건 자신의 글을 써나가는 작가의 태도가 참 좋다. 이 책은 처음 읽는 임경선 작가의 책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가를 만난 거 같다.

에이지리스한 사람들한테 받는 몇 가지 인상.
첫째는 투명하고 담백한 무드, 나이 들어서도 이런
무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가장 귀하게 
보는 지점인데, 그게 무척 자연스러운 사람들은 
참 매력적이다. 복잡한 상황에서도 자기 힘으로 
끝까지 해결책을 생각해내며, 핵심을 파악하는 
사람들이다. 혜안을 가진 사람들은시선도 표정도 
맑고 깨끗하다. 
나이 들수록 탁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 P24

둘째는 자기중심이 서 있다는 것. 타인의 평가에 따라 나 자신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나는 나일 뿐 누구의 위도 아래도 아니라는 태도, 그러니까 권위적일 필요가 없고, 비굴할 필요도 없다. 남의 시선에 휘둘리는 것은
마흔 살 즈음에서 끝내야 하지 않을까. - P25

셋째는 자기 연민이 없는 태도. 나이 든 게 죄도 아니지만 벼슬도 아니다. 위축될 것도 으스댈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유교적인 효 사상은 여러 사람을 고루 숨 막히게 하는 것 같다. 어르신들은 어쩐지 내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운함을 느끼고, 자식들은 의무감과 죄책감의  무게에 버거워한다. 그래서 똑같이 어른 대 
어른으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방해하는 
감이 있다. 그저 공존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도우면 될 터인데. 아무튼 나이가 들었다고 스스로를 하찮고 불쌍히 여기다 보면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감정노동 시킬 공산이  크다. - P25

넷째는 정직함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정직한 삶을 사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고, 내 견해로는 자유로운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충족된 사람이다. 부귀영화를 누린들 자기 자신과 늘 타협해야 하거나 연기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 삶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인 ‘자유‘를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쌓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P26

마지막으로 에이지리스한 어른은 수치심이 
뭔지를 알고 있다. 무엇이 부끄러운지 아는 분별력,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제심과 단정함. 
이것은 규율과 자기통제가 가능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괜찮은 어른의 정말 중요한 덕목이다. 여기서 수치심의 반대말은 뻔뻔함일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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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사정
이제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보자! 중요한 용어 정리 먼저 ~~~
움벨트umwelt: 지각된 세계, 즉 한 동물이 감각으로 인지한 세계를 의미. 각 종이 지닌 특수한 감각 및 인지 능력에 의해 키워지고, 그 종에게 결핍된 부분에 의해 제한된 결과 그 종이 특유하게 가지게 된 시각. 움벨트가 자연의 질서를 보게하고 그 질서에 의해 행동하게 함. 이 인간 특유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류학의 역사라는 것과는 상반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함. 움벨트는 철저히 감각적, 극도로 주관적이기 때문임.


움벨트와 과학은 왜 그렇게 철저히 상반되는 것일까? 움벨트는어느 모로 보나 우리 인간 종이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에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동굴에서 살던 사람들이 걸어서 탐험할 수있을 만큼 작은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움벨트이니, 전체 지구의 종들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의 과학자가 해야 하는 일에는 쓸모가 없거나 심지어 방해가 된다.  - P38

그리고 움벨트는 생명과 자연의 질서를 명쾌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시각은 객관성이나 기나긴 세월에 걸친 진화적 변화, 과학적 엄밀함이나 가설 검증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알지도 못한다. 사실 자연의 질서에 대한 움벨트의 시각은 과학의 진화적 생물 분류와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움벨트는 철저하게 감각적이며 극도로 주관적이다. 

알고 보니 움벨트는 그간 보이지 않았고 인지되지 않았던 과학의 적수였고, 맞서 싸우기에 더없이 힘겨운 상대였다. 어찌나 버거운 적수였는지 그 때문에 분류학자들은 그 싸움을 2세기가 넘도록 계속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과학이 승리를 거두었고, 움벨트를 내버리고 생명에 대한 그 비과학적이고 비진화론적인 시각에서 탈출했다.

어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기학자들의 선언은 단순히 분류학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혁명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선언은 과학이 움벨트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행위였다. 그것은 분류의 과학을 너무나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그 태곳적에 지각된 시각(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던 시각!)에 대해 진화와 과학의 관점이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야 마침내 이뤄낸 승리였다. 
분기학자들의 손에 어류가 죽어나간 그 일은 
분류학이 진정으로 현대적인 과학으로서 태어나는
순간으로 기록됐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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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
모두가 인위적으로 기억이 지워지는 세상 끝의 섬.
단어가 하나씩 사라지고 사물도 그것에 대한 기억도 모두 사라진다. 그것이 있었다는 기억조차도 사라진다.
리본, 방울, 에메랄드, 우표, 향수, 모자, 배, 새, ...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 기억소멸도 동시에 일어난다. 비밀경찰이 들이닥쳐 그에 대한 글, 서류, 책 등등을 모두 압수해 가져간다.
모두가 기억상실을 겪는 세상이다.
하지만 기억을 잃지 않는 특수한 인간의 존재가 조금씩 드러나고 비밀경찰은 그들을 연행해 간다.
15 년 전, 어머니가 끌려가시고 비밀스런 죽음을 맞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고 있는 나.
나는 글을 쓰는 작가이다.
가장 두려운 건 말이 사라진 세상이다...

아무도 가보진 않았지만,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옆얼굴을 보며 말했다.
"응"
그가 대답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R씨는 안경테를 검지로 밀어올린 후 그대로 턱을 괴었다.
"어려운 질문이군."
"마음이 꽉 차서 비좁아지지는 않아요?"
"아니 그럴 염려는 없어. 마음에는 정해진 공간이나 테두리가 없으니까. 그러니 무슨 형태든 받아들일 수 있고, 한없이 깊이 내려갈 수도 있지. 
기억도 마찬가지야."
"지금까지 섬에서 사라진 것들이 당신 마음속에는 전부 온전히남아 있는 거네요."
"온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기억은 그저 늘어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간과 함께 변해가거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고, 그래도 섬사람들이 겪는 소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겠지만." - P107

"어떻게 다른데요?"
나는 내 손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내 기억은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아.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 여운이 있지. 작은 씨앗 같은 거야. 어쩌다 비가 내리면 다시 떡잎이 돋지. 그리고 설령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마음이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기도 해. 떨림, 고통, 기쁨, 눈물 같은 것을."
R씨는 신중하게 표현을 골라 대답했다. 떠오른 단어의 감촉을 혀 위에서 하나씩 확인한 후 입 밖에 내는 듯한 말투였다. - P107

"그렇습니다. 이제 좀 저희의 방침을 이해하신 것 같군요."
남자는 미소 지으며 다리를 바꿔 꼬았다. 훈장의 술이 가슴팍에서 흔들렸다.
"소멸을 순조롭고 완벽하게 적용하는 것, 불필요해진 기억을 신속히 없애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저희 업무입니다. 쓸모없는 기억을 언제까지고 끌어안고 있어봤자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요? 엄지발가락이 괴사하면 당장 잘라내야 합니다. 내버려두면 발을 통째로 잃게 되죠. 그것과 똑같아요. 문제는 기억과 마음에는 형태가 없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인간이 혼자만의 비밀을 숨겨놓을수 있다는 거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대하는 셈이니 저희도 신중해야 합니다. 대단히 섬세한 작업이에요. 모습이 없는 비밀을 찾아내 분석하고, 선별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쪽도 비밀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뭐 그런 거예요."
단숨에 여기까지 말한 후 남자는 왼손 손톱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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