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신성아 지음
의사 증원에 대해 잠시 든 생각들..
의사 수 증원에 내가 찬성하는 이유, 이 책에도 있다. 백혈병 걸린 어린 딸의 엄마로서 돌봄의 현실에서 건져올린 순도 백퍼센트 경험담이니 믿을 수 있다. 특히 개두술이 필요한 의사는 지금 늘려도 무려 10년 후에나 써먹을 수 있다.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증원도 안된다, 열악한 전공의 근무시간도 재조정이 필요하다, 근무 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 간호사가 의료행위 하는 것도 용납 못하겠다, 의료수가도 비급여항목의
수가 만큼 올려야한다, 협의없는 일방적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는데 열악한 환경 개선에 가장 시급한 것이 의사증원 아닌가? 그리고 그 협의를 왜 의사들과 해야하는지 이해할수 없고 권력도 이런 권력이 없다 싶어진다.
의사 공부를 했는데 환자보다는 고객님을 상대하느라 바쁜 성형외과, 피부과는 ‘의사‘라 불리는 원장님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필수 인력은 줄어드는 이 불합리가 의사들 탓만은 아니겠지 생각하다가도 울화가 치민다. 의료보험 외에 2기 실비보험의 보험료는 3년에 한번씩 정말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이 된다.
이 어마어마한 비급여 항목의 의료보험료는 결국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수가를 올리고, 우리가 원하는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필수의료의 혜택을 보게 하려면 결국 ˝지방 소멸과 인구절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대명제로 다시 환원된다. 우리 현실은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할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힌거 같아 답답하다.
그렇다 해도 지금 당장에 드는 생각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가장 위험한 줄다리기를 기꺼이 감행하는 의사들인데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하는 가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게 될테고 유야무야 봉합이 될까 걱정스럽다.
윤석열은 싫지만 이 의료정책만은 제발 관철시키길 염원한다. 뭔들 믿고 기다릴 수 있겠냐만은 속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맡겨야 하는 힘 없는 을들의 하소연은 오늘도 끝이 없다. ...!
2022년 국정감사에따르면, 인구 천 명당 활동의사 수가 서울은 3.37명인데비해(OECD 평균은 3.7명) 경북은 1.38명이다. 지역별 의료격차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은 열이38도가 넘는 순간, 들쳐 업고 일단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진돗개 하나 발령이다. 이럴 때마다 지방에 사는 보호자들은번번이 사설 응급차를 타고 몇 시간씩 애태우며 상경한다. 소아청소년 진료 수가를 파격적으로 200퍼센트, 300퍼센트 가산하면 자연히 병원이 의사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으니 이 불균형이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너무 순진하다. 전체 환자가 늘지 않는데 수가만 올린다고 의사가 늘어날까? 지방의 소아암환자와 보호자도 안심하고 살던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으려면 지방소멸과 인구절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 P166
여러 차례 검증된바, 단순히 수가만 인상하는 것은 약효가없다. 이미 정부는 2009년에 전공의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자흉부외과 100퍼센트. 외과 30퍼센트로 수가를 가산했다. 다음해에는 산부인과 분만 수가도 올렸다. 하지만 시행 후 3년, 4년이지나도 전공의 충원율은 고작 10~20퍼센트 오르는 데 그쳤고심지어 산부인과는 더 떨어졌다. 무너지는 출산율과 지방소멸의현실을 타개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 P166
무엇보다 건강보험 재정은 늘지 않는데 필수의료 수가만 한없이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전 국민의 건강보험료인상이 불가피하다. 그 재원으로 공공병원을 늘리고 중증환자를 다룰 필수의료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공공재원을 충원하겠다며 건보료를 더 걷어가더니 정작 공공의료의 서비스 질만 떨어진다면 누가 기꺼이 세금을 내겠는가. 지금도 문제가 많은 실비보험만 기승을 부릴 것이다. - P167
의사단체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분야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므로 의사 수 증원은 대안이 아니라고한결같이 주장해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에 의사가 그리많은 것도 아니다. 2020년 한국의 의대 졸업자는 10만 명당 7.2명, OECD 평균인 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필수의료영역의 전문의, 그러니까 종합병원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개두술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1년, 레지던트 3~4년, 그 이후의 펠로 과정까지 적어도 10년이더 필요하다.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10년, 20년후에도 환자들만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모수를 늘리지 않고도 수가만 인상하면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주장은그래서 공허하다. 다른 데는 그대로 두고 뱃살만 쏙 빼준다는 다이어트약 광고 같다. - P167
의사 증원도 안 된다. 간호사가 의사 일을일부 대신하는 것도 안 된다. 전공의 노동시간은 법적으로 더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려면 수가 인상 외의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의사들의 주장처럼 적어도 비급여항목 수준으로 현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면 지금껏 처치해왔던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먼저 소상하게 공개하고, 그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외부 검토도 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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