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사정
이제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보자! 중요한 용어 정리 먼저 ~~~
움벨트umwelt: 지각된 세계, 즉 한 동물이 감각으로 인지한 세계를 의미. 각 종이 지닌 특수한 감각 및 인지 능력에 의해 키워지고, 그 종에게 결핍된 부분에 의해 제한된 결과 그 종이 특유하게 가지게 된 시각. 움벨트가 자연의 질서를 보게하고 그 질서에 의해 행동하게 함. 이 인간 특유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류학의 역사라는 것과는 상반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함. 움벨트는 철저히 감각적, 극도로 주관적이기 때문임.


움벨트와 과학은 왜 그렇게 철저히 상반되는 것일까? 움벨트는어느 모로 보나 우리 인간 종이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에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동굴에서 살던 사람들이 걸어서 탐험할 수있을 만큼 작은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움벨트이니, 전체 지구의 종들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의 과학자가 해야 하는 일에는 쓸모가 없거나 심지어 방해가 된다.  - P38

그리고 움벨트는 생명과 자연의 질서를 명쾌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시각은 객관성이나 기나긴 세월에 걸친 진화적 변화, 과학적 엄밀함이나 가설 검증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알지도 못한다. 사실 자연의 질서에 대한 움벨트의 시각은 과학의 진화적 생물 분류와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움벨트는 철저하게 감각적이며 극도로 주관적이다. 

알고 보니 움벨트는 그간 보이지 않았고 인지되지 않았던 과학의 적수였고, 맞서 싸우기에 더없이 힘겨운 상대였다. 어찌나 버거운 적수였는지 그 때문에 분류학자들은 그 싸움을 2세기가 넘도록 계속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과학이 승리를 거두었고, 움벨트를 내버리고 생명에 대한 그 비과학적이고 비진화론적인 시각에서 탈출했다.

어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기학자들의 선언은 단순히 분류학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혁명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선언은 과학이 움벨트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행위였다. 그것은 분류의 과학을 너무나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그 태곳적에 지각된 시각(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던 시각!)에 대해 진화와 과학의 관점이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야 마침내 이뤄낸 승리였다. 
분기학자들의 손에 어류가 죽어나간 그 일은 
분류학이 진정으로 현대적인 과학으로서 태어나는
순간으로 기록됐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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