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크리스티앙 보뱅.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엔 보뱅의 책이 딱 한 종, 한 권 있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시작할 밖에...^^

그런데 서문부터 맘에 들어서 고개 끄덕끄덕
독서에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긴 가난한 사람(나다.), 난 죽은 사람 아니고 산 사람..(보뱅에 의하면)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을 버리고. 대신 몽상의 영(靈)과 불길 같은 바람을 들여놓는다.˝

책은 읽지 않는 돈이 있는 사람들의 흰 손, 몽상하는 사람들의 섬세한 손...
그러나 그는 손이라고는 아예 없는 사람들, 황금도 잉크도 박탈당한 사람들, 오직 그들을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다.

˝요컨대 타자를 지향하는 글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글일 수 없다. 글쓰기는 분열된 세상과 끝장을 보기 위한 것이며, 계급체제에 등을 돌림으로써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건드리기 위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결코 읽지 않을 한 권의 책을 바로 그들에게 바치기 위해서이다.˝

빛바랜 원고다. 마지막 페이지에 날짜가 적혀 있다. 5년. 5년 전에 쓴 원고다. 원고는 당신에게 우편으로 배달된다. 당신은 그걸 탁자 한쪽에 놓아둔 채 잊어버린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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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1-02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23년 마지막 주차와 24년 첫 주 얼마나 많은 보뱅의 책 표지가 올라오는지^^ 황홀합니다
정작 저는 아직 1권과 1/2만 읽었지만^^;;; 괜히 fandom에 묻어가고 싶은 마음이 쓰멀쓰멀

은하수 2024-01-02 21:35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시군요 쓰멀쓰멀~~
우리동네 작은 도서관엔 책이 별로 없는데... 이 책이 들어오더라구요. 저도 이웃님들 보뱅 사랑에 감화되어 이렇게~~^^
전 기꺼이 팬덤 묻어 가겠어요~~
 

숲 속의 백과사전 - 스위스 온세르노네 계곡

내일은 다 읽을 수 있을까?




여기로 오는 사람들은 함석판을 읽지만 제대로 읽지 않는다. 그들은 전혀 읽을 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신적 자극과 감정적 흥분을 주는 것만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무릇 정리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하기 전에 어떤 것이든 우선 한번 베껴 적어야 한다. 오직 그렇게 해야만 질서가 잡힌다. 나의 기준은 같은 것을한 범주에 넣는 것이다.  - P233

당신이 계속 그 길을 따라가면, 다시 건물부지와 만나고 동쪽 합각머리에 있는 하늘 원반, 즉 황도대道를 보게 될 것이다. 나는 하늘, 인간의 운명, 거대한 인과 속의우연, 사람을 위협하고 이른 죽음을 부르는 사건의 역학에관심이 있다. 생년월일과 행운의 
날에 관한 정교한 사례들을 수집해, 이를 분석하고 그로부터 규칙을 만들어내야 한다. 더 많은 사례를 연구할수록 결과는 더 견고해질 것이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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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얼거리듯이 "사실 어딘가에 악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조금씩의 책임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휘청거리며 자기 집으로 향했다.  - P172

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 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않았다.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갈매기들은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기에 승리했다. - P286

우리는 이곳 감옥에 갇혀있고, 우리가 저지른 원죄의 값을 치르는 중이다. 한 인간의 유혹에 넘어갔고, 눈을 감은 채 그 인간의 뒤를따라나섰던 원죄 말이다. 인간은 저항한다는 정의를 망각한 것, 이기주의, 예측 부재, 외면, 독재에 굴복, 작은 것에 대한 탐닉과 같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글은 우리 일상에서의 작은 굴복들이 만들어낸 작은 원죄들에 관한 이야기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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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절대 비밀‘로 지켜왔던 그 지상 낙원에서 평온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 P13

내가 그 낙원을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설명할 용기를 또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작은 섬에 있는 잣나무 숲, 천연 수족관같은 새파랗고 투명한 바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협만 그리고 순백의 유령처럼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에 대해 내가 이야기해봐야, 사람들은 기껏 관광지에서 파는 엽서 속 풍경 정도나 떠올리지 않을까. - P13

그곳은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밤이 되면 사람의 넋을 빼놓는 재스민 향기에 뒤덮이는 외딴섬이었다. 숲속에 자리한 낡고 오래된 집과 함께 세월에 내맡겨진,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세상이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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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이메일로 이런 글을 주고받는 관계라니...
넘 멋지지 않나!
스토리는 마구 재밌고 흥미롭고 그런건 아닌데
근데 이들의 연애사는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해서 일단 계속 읽어보고 있다.
앨리스와 아일린의 편지글도 좀 궁금하고...

우리의 관계를 성적인 관계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섹슈얼리티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그것은 더 혼란스럽고 다양해 보이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우리의 방식은 점점 더 시시해보여.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는 개념, 이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여자를 좋아하는지를 깨닫게 된다는 의미인 것 같아. 내가 남자와 여자를 둘 다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 과정의 1퍼센트에 불과했을지도, 어쩌면심지어 그만큼도 안 됐는지도 몰라. 
- P114

내가 남자와 여자를 둘 다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 과정의 1퍼센트에 불과했을지도, 어쩌면심지어 그만큼도 안 됐는지도 몰라. 나는 내가 양성애자라는 걸 알지만, 거기에 정체성으로서 결속감을 느끼지 않아. 내가 다른 양성애자들과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내 성적 정체성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다른 의문들이 더 복잡해 보여. 답을 찾을 수 있는 명백한 방법이 없고, 심지어 내가 답을 찾는다고 해도 그 답을 명확히 설명할 언어조차 전혀 없을 정도로 말이야. 우리가 어떤 종류의 섹스를 즐기는지. 그리고 왜 즐기는지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 것일까? 혹은 섹스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얼마나 많이, 어떤 맥락에서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런 개별적인 성적 취향을 통해서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개념에 대한 용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P114

유럽과 미국의 현대 소설의 문제는 그 구조적 완결성을 얻기 위해지구상의 대다수 인간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억압하는 데 의존한다는 점이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빈곤과 고통에 맞선다면, 그러니까 그런 빈곤과 고통이라는사실을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과 나란히 배치한다면, 감각이 부족하거나 그야말로 예술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여겨질 거야. 한마디로인류의 대다수가 점점 더 빠르게 점점 더 잔인하게 착취당하는 맥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그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무슨 일이일어나는지 누가 신경이나 쓰겠니? 그런 세상에서 주인공들이 헤어지든 계속 함께하는 그게 뭐가 중요할까?  - P118

그래서 소설은 세상의 진실을 숨김으로써, 텍스트의 반짝이는 표면 아래 단단히 파묻어버림으로써 작동해. 그러면 우리는 다시 한번 현실의 삶에서 그러는 것처럼 사람들이 헤어지는지, 아니면 계속 함께 하는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돼. 우리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세상만사를, 즉 모든 것을 싹 다 잊어버리는 데 성공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말이야.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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