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진짜 거대한 그 파도를 말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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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제
전쟁에서 싸워 이겼고, 승전국의 대도시에는 승리의 아치가 세워졌으며, 희고 붉은 장밋빛 꽃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채생동감을 북돋워 주었다. 51 기나긴 봄날,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드럼과 흥겹고 낭랑한 브라스밴드 뒤에서 간선 도로를 따라 하루 종일 행진하는 동안, 상인들과 사무원들은 잠시말다툼과 계산을 접어 둔 채 창가로 몰려와서 지나가는 대대(大隊)를 향해 엄숙하게 하얀 얼굴을 돌렸다. - P123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고든은 두 손을 옆구리에 움켜쥔 채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난 지칠 대로 지쳐 있다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이었다. "필, 난 지금 반쯤 미친 상태라고. 자네가 동부로57 온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난 아마 벌써 자살했을 걸세. 300달러만 빌려주게나."

두 손으로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의 뒤꿈치를 두들기고 있던 딘은 갑자기 손을 멈췄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호기심섞인 불확실한 감정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 P131

잠시 뒤 고든이 말을 이었다.
"식구들에게 돈을 하도 쥐어 짜내서 이젠 동전 한 닢 부탁하기도 부끄럽다네."
여전히 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얼은 200달러를 달라는 거야."
- P131

이 두 사람에게 전적으로 마음의 양식이 되는 것이란 지난 몇년 동안 그들을 돌봐 준 체제군대, 기업, 또는 구빈원(院) 말이다.그리고 그 체제의 직속상관을 비웃으며 성난 말을 내뱉는 일뿐이었다. 바로 오늘 아침까지 ‘정부‘가 이체제 역할을 떠맡고 있었는데, 거기서의 직속상관이란 육군
‘바위‘였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이 체제로부터 미끄러져 나왔고 다음번의 예속 관계를 고를 때까지 막연하게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마음이 불안하고 화가 나며 뭔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군대에서 해방된 듯 가장하며, 또한 자유를사랑하는 굳은 의지를 두 번 다시 군대의 규율에 속박당할 수없다고 서로에게 다짐함으로써 그런 기분을 감추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렇게 새로 맞이한 자유보다 차라리 감옥에서사는 편이 두 사람 모두에게는 훨씬 속 편한 일이었으리라.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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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도가 안나갈까?
57쪽의 헨리 제임스 조이스... 확실히 신경이 쓰인다. 헨리 제임스인지 제임스 조이스인지 알 수가 없다.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쓴걸까? 어떤 작가이건 옮긴이의 역주도 틀린거 아닐까?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도 있겠죠?"
"그럼요. 헨리 제임스 조이스(Henry James Joyce, 《율리시스》를 쓴 아일랜드의 작가)나 밥 딜런 토마스(Bob Dylan Thomas,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스콧 피츠제럴드(F. Scotch Fitzgerald, 미국의 소설가)의 작품들, 그리고대체로 중고 책을 좋아하죠." 내가 대답했다.
"왜 중고 책을 좋아해요?" 그녀는 해박한 지식을 동원한 내 말장난을 헤아리지 못하고 물었다.
"일단 값이 싸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미리  확실히 알 수도 있잖아요."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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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야자수, 나는 야자수를 떠올리고 있다.
물론 내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하와이나 발리에 놀러가면 볼 수있는 야자수가 아니다. - P7

내가 헝가리 출신 사진작가의 전시회장에서 사진의 분위기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야자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우재와 닮은 뒷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우재와 나는 십여 년 전에 한 문학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우재는 규모가 작은 동아리 내에서 몇 안 되는 동기였고, 이십대 초반 나를 들뜨게도 갈급하게도 하던 사람이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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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 P11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 P120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ㅡ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갓난 딸들을 처음 품에 안고 우렁차고 고집스러운 울음을 들었을 때조차도.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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