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인문 수업 사회학 호모아카데미쿠스 1
권재원 지음 / 이룸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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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대부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다. 살아가면서 자신과 타인의 행위를 이해하고 세상의 여러 측면을 알고자 할 때, 사회학적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생각에서 책을 썼다. 학교 다닐 떄 배웠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과거 또는 미래의 어른 학생을 위한 사회 교사의 애프터서비스다."(p.5)



여는 글에서 소개한 책의 취지다.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사회학>이 독자에게 필요한 이유를 간명하게 밝힌다. 저자 권재원 교사는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선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강의를 나갔다.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학문 중 하나가 '사회학'이다. 무슨무슨 사회학. 혹은 정치, 경제, 문화 뒤에 붙은 사회학이란 용어. 그만큼 사회와 관련된 제반 분야를 연구하고, 다방면에 활용된다.



고등학교 시절 사회 시간에 졸았거나, 사회학 개론을 읽지 않았다면, 사회과학, 인문 분야의 도서, 시사 프로그램을 볼 때 개념 이해가 부족해서 정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인터넷 댓글 논쟁을 봐도 서로 사회학적 개념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도돌이표 말싸움을 자주 한다. 그때 누군가가 정확히 지적해 준다면 쓸모 없는 격론은 그치겠지만. 요즘은 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사회학 과목을 선택 가능하다. 암기 위주의 수험서에 신물이 올라온다면, 휴식 삼아 보며 사회학 골격과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사회학이란 socius(라틴어로 사회)와 logos(그리스어로 학문)에서 유래했다. 근대 이후 자연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사회도 과학적 방법으로 법칙을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조류가 생겼다. 공상적 사회주의자 생시몽에서 사회학이란 학문 용어를 처음 만든 그의 제자 오귀스트 꽁트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당시에 연구 주제는 "1. 사회가 해체되거나 혼란스럽지 않게 유지될 수 있는 원리 2. 사회변동의 법법칙과 과정"이었다. 현재는 미시적 연구, 현상학적 연구도 활발하지만, 여전히 위의 문제는 사회학의 중요한 주제다.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사회학>은 사회와 사회학이란 무엇인가부터, 연구방법, 주제를 설명한다. 콩트, 마르크스, 뒤르켐, 베버 등 사회학의 선구자들을 통해 학문의 역사적 발전을 살펴보고, 사회학의 다양한 연구 주제, 사회 문제를 분석한다.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변동, 사회 변혁, 관료제는 현재 국정농단과 사회적 난맥상을 바라보는 데 유용한 잣대가 되겠다. 마지막으로 "12장 근대성과 인간 해방'에서는 근대성에 대한 비판, 프랑크푸르트 학파로 일컬어지는 비판이론 대가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구성을 살펴보면 저자가 가진 사회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사회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부자유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p406~407) 읽기 쉬운 사회학 개론서 역할을 넘어서 저자가 말하는 사회학의 당위성에도 귀 기울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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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1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캐모마일 2016-12-31 11:0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코타로와 나 - 도쿄 싱글남과 시바견의 동거 일지
곽지훈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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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싱글남과 시바견의 동거 일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시바견은 일본 토종견이지만 마성의 매력으로 한국 애견인,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다. 장난기 있으면서 정감 가는 생김새.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사나 양 인상이 시바견을 닮아서 한창 이슈몰이를 했다. 시바견 코타로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앞을 바라보며 엎드린 표지 사진. <코타로와 나>에 홀렸다.



시바견이란 193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 고유의 견종으로, 현재 여섯 종의 일본 토종개(홋카이도견, 스피츠, 시바, 아키타, 도사, 기슈) 중에서 8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견종이다. 일본에서 동네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도와 경계심이 높으면서 독립적이고 고집이 세다. 생후 1년 이후에 성견이 되고, 약 10kg이 나간다. 단점은  털 빠짐이다. 얼핏 털 길이가 짧게 보이지만 실제로 이중 털을 갖고 있다. 초봄이나 늦가을 환절기에 털갈이한다. 평소 관리가 소홀하면 날리는 털 때문에 주인이 고생한다. 요즘은 귀여운 생김새와 다양한 표정으로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책 참조)





저자는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 독신남이다. 어느 날 시바견의 매력에 빠져서 2012년 코타로를 입양했다. <코타로와 나> 주인공 시바견 코타로. 우리나라로 치면 바둑이다. 처음엔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로 지을려고 했는데, 전통견인 만큼 정감 있고 친숙한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 혼자 사는 처지에 반려견을 키울 수 있을까. 방임하거나 강아지에게 못할 짓이 되지는 않을까. 공감 백 퍼센트. 여건이 따르지 않아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에 대리만족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코타로와 만난 후, 일상을 코타로 중심으로 맞춰나갔다. 반려동물이 허용되고 직장과 가까운 집으로 이사했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코타로가 홀로 있다가 토하고 아팠던 이후로, 야근 때면 펫 시터를 불렀다. 성장하는 모습과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코타로와 나>는 시바견 코타로의 성장기고 포토 앨범이자, 저자가 반려견을 만나 인생이 바뀐 고군분투기다.





사랑스럽다. 글자는 훑어봐도 책에 담긴 코타로 사진은 지나칠 수가 없다. 사진첩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성장기, 다양한 표정 하나하나까지 캐치하고 관찰한 저자에게 존경심이 든다. 어느새 저자가 코타로 중심으로 인생이 바뀌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엿한 견주로 거듭나는 경험담도 소중하다. 견주들에겐 참고서다. 사정상 입양을 결정하지 못했다면, 내심 부럽고 대리만족이 된다. 저자 인스타그램 kotaro_story를 즐겨찾기 해야겠다. 책은 곁에 두고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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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8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셔서 축하드립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캐모마일 2016-12-30 10: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는 한해 되었습니다.
 
아들러의 결정적 말 한마디 - 이기는 대화를 위한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박미정 옮김 / 멘토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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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미움 받을 용기> 이후로 아들러 개인심리학이 각광받고 있다. 모든 고민은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과제의 분리'와 '수평 관계', '공감'을 중시한다. 상대의 과제와 내 과제를 분리해서 서로 참견하지 않는다. 대등한 위치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의 관심사에 흥미를 기울이는 관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관계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다.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한 대화법을 알고 싶다. <아들러의 결정적 말 한마디>가 출간됐다. 저자 이와이 도시노리는 아들러 심리학 카운슬링 전문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미움 받을 용기>나 개인심리학 교양서를 읽은 독자에겐 자기계발 실용서가 되겠다.



전작이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인지라, 심리학의 주요 개념을 삽화, 도해로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하였다. 먼저 체크리스트를 통해 대화능력 종합진단을 하고, 6가지 캐릭터 유형과 두 가지가 섞인 복합 유형 6가지를 설명한다. 책이 미심쩍은 독자는 체크리스트와 6가지 캐릭터 유형, 프롤로그를 훑어보면 좋다. 기대 이상으로 유용하다. 개인 진단을 한 후에 아들러 심리학의 주요 개념을 도식으로 간단히 설명하고, 본격적인 대화법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존중과 경청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앞서 6가지 캐릭터 분석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언제나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나 간섭은 적절히 피하되 공통 관심사를 찾고 관계를 진전시킨다. 경청은 단순한 예의범절을 넘어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특히 분노나 시비를 걸어올 때 차분히 대처하기에 필요하다.  분노는 2차 감정인데, 기저에 있는 불안, 서운함, 걱정 등 1차 감정을 인지하고 지적할 수 있다. 싸움이 아니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특히 '왜?'라는 원인론적 태도는 자칫 비난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어떻게'라는 목적론적 관점을 유지한다.



개인적으로 친구 한 명이 여섯 가지 유형 중 하나인 '게터(getter)' 캐릭터라 공감이 갔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봉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이해관계에 민감하다. 상대에게 의존적이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스타일이다. 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까 짜증이 덜컥 난다. 이럴 경우, 게터의 장점을 살려주고 오히려 무언가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관심을 주면 좋다고 한다. 친구도 그런 면이 있다. 칭찬해 주면서 무언가 자기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인식시켜주면 흐뭇해 했다. 관심 받는 기분이었을까.



<아들러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는 아들러 심리학을 도식으로 만들어 쉽게 설명한다. 과제의 분리, 공감, 존중, 목적론적 관점을 대화법으로 응용한 점이 독특하다. 깊이 있는 철학보다 자기계발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인지 부제가 아쉽다. '이기는 대화'라니. 책 내용과 상반된다.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가 존중하고 관심과 공감을 공유하는 관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차라리 윈윈 대화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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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2-27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캐모마일 2016-12-27 22:08   좋아요 1 | URL
자기계발 커뮤니케이션 위주라....차라리 아들러 심리학입문 아들러의 인간이해를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거서 2016-12-27 22:05   좋아요 1 | URL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기업 취업 핵심전략
박정호 지음 / 다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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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IMF 이후로 직업 불안정성이 늘어나고, 고용 시장이 침체됐다. 반대급부로 공공 분야 일자리 선호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공시족이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고, 공기업은 직업 안정성이 높으면서 사기업에 준하는 봉급 덕분에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지 공기업 취업에 성공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지경이다. 대학 시절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열풍이 거세니 덩달아 궁금해진다. 지나간 미련일지 모르나 <공기업 취업 핵심전략>을 펼쳐보았다. 과연 공기업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이고, 어떤 인재가 입사하는가.



공기업은 2006년 12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기관의 소유 구조와 지배 구조, 그리고 설립 목적 등에 맞추어 크게 (국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p.56) 법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KBS는 특별법, 혹은 언론 자유를 위해서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된 경우고,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지만 2012년 민영화 논의 이후로 삭제되었다. 반면, 서울메트로 9호선,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전신인 KT, 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된 KT&G는 공사기업 성격이 공존한다.



공기업은 소문대로 '신의 아들'을 위한 직장일까. 물론 고스펙, 전문직 자격증을 원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대체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 이후로 스펙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한다. NCS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정형화된 스펙보다 해당 기업이 원하는 인성, 태도가 우선시된다. 자기소개서, 필기, 면접 등 전과정에서 NCS가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사기업에 비해 나이 제한이 적다. 30대 중반 신입 사원이 심심찮게 입사를 한다. 정책적으로 청년 인재, 장애인 채용 등 다양한 T.O가 마련되고 있다. 고스펙보다 정보와 취업 전략이 중요해졌다.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공기업 취업 핵심전략>은 적성에 맞는 공기업 분야를 나열하고, NCS에 따른 전략을 소개한다. '자기소개서 10계명', 각종 필기 정보, '면접 10계명' 등 공기업 소개부터 각종 노하우, 합격 수기를 담았다. 책 한 권으로 공기업 취업 전문 학원이 가진 정보력, 시스템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기업 입사를 막연히 꿈꿔온 수험생이라면 진로를 찾고, 전반적인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망할 수 있다. 스펙 위주의 인재에서 벗어나, NCS를 도입하고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추세다. 물론 필기 시험을 위한 지식과 직무 역량은 갖춰야 하지만, 채용 기준이 다변화될수록 정보력과 전략이 중요해진다. 한편으론 공기업 취업 사관학교가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처럼 번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보와 전략은 결국 돈이다. <공기업 취업 핵심전략>같은 책이 많아 출간돼서 공기업 준비생들의 목마른 심정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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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3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6-12-24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6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캐모마일 2016-12-24 12: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

북프리쿠키 2016-12-24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저도 축하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뜻깊은 성탄 보내세요!!
 

영화 <판도라>가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을 다룬 재난 영화로, 극중 한별 발전소는 위치나 역사가 실제 우리나라 1호기 고리 원전을 떠올리게 하여 현실감을 더했다.




원전 도시에서 자란 소시민 재혁(김남길 분)은 발전소 일을 그만두고 도시를 떠나고 싶다. 어렸을 적엔 발전소를 바라보며, 저게 우리에게 전기를 주고 먹여살리는 큰 밥통이니 고마워해야 한댔다. 그러나 아버지와 형을 피폭 사고로 잃은 후, 원자력의 무서움을 여실히 체감했다. 원전 도시라 논밭도 없고 다른 산업이 들어오지 않는 도시. 오직 원전이 생계 터전인 도시. 친구와 식구들은 철이 없다며 말리지만, 재혁은 차라리 원양어선을 타서 한밑천 잡는 게 더 낫다고 여긴다.



원전 소장 평섭(정진영 분)은 발전소의 노후 상태와 위험을 보고서로 작성하지만, 번번히 묵살된다. 대통령은 현안 보고를 받지 못한다. 총리(이경영)과 원전 개발론자들인 국무위원, 청와대 실세들은 정보를 차단하고 원전의 편리함, 안정성만을 주장한다. 영부인에게 평섭의 보고서를 올린 비서관을 짜른다. 더군다나 원전의 "원"자도 제대로 모르는 낙하산 책임자가 한별 원자력 발전소로 부임하고, 소장 평섭을 한직으로 좌천시킨다.



갑작스레 발생한 진도 6.1의 지진. 주먹구구식 검사를 마친 40년된 원전에 균열이 생긴다. 반경 30km 이내에 있는 대도시를 합치면 인구만 3백 만이 넘는다. 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언론 통제와 사건 무마에만 급급하다. 대통령 보고라인은 제 역할을 못한다. 초기 대응과 주민 대피 골든 타임을 놓치고, 결국 원전은 폭발한다. 자동차 공장 등 근처 각종 산업단지는 마비되고, 대피 주민들로 인하여 큰 혼란이 일어난다.



영화는 재난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갑작스런 자연 재해, 골든 타임을 놓친 인재, 무능하고 보신에 급급한 책임 관료들, 신파적인 가족애. 영웅담. 모든 것을 버무렸다. 평론가 평점이 6점인 이유는 재난 영화 특유의 신파와 클리셰를 곳곳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대중적 코드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흥미지만, 이미 기법에 익숙하다면 지루한 답습으로 다가온다.



요즘은 영화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은 속편을 만들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영화가 현실을 못 쫒아가기 때문에 제작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중국 언론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고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여전히 진상은 명명백백히 밝혀지지 못한 채,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영화가 끝날 때, 자막으로 우리나라 원전 현실을 알려준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로 많은 국가들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지만, 우리나라는 추가로 4기를 더 생산할 예정이며, 원전밀집도 1위국이라는 현실이다. 희대의 원전 사고인 러시아 체르노빌 사태도 실상은 관리자의 업무 태만이 불러온 대참사였다. 미미한 균열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연 <판도라>의 모티브가 된 고리 혹은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최근 경주 부근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여진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라고 자신할 수 없다. 기상 이변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현대에서 후쿠시마 사태가 우리나라에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판도라>가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원전의 위험성을 관객에게 알리는 것. 그리고 대형 참사에 무능했던, 구조할 수 있었지만 결국 안타까운 희생을 일으켰던 그 참담함. 현실이 오버랩되어 눈물이 맺혔다. 영화보다 더한 현실 때문에 눈물이 흘렀다. 



재혁을 보면서 고 김관흥 민간잠수사를 떠올렸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봉사를 하기 위해 자진해서 팽목항으로 달려간 고 김관흥 열사. 그러나 정부와 구조 업체의 태만 속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채, 트라우마로 고생하다가 스스로 생을 달리하셨다. 그 분의 유언이 떠오른다.


 

"뒷 일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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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12-19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면서 언제 닥칠 일이 될지 모르니
무섭기도 했고 정말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김명민씨는 특별출연이었지만 정말 연기를 잘 하셨어요.
주연이었으면 얼마나 더 몰입도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모마일 2016-12-19 17:14   좋아요 1 | URL
김명민씨 고뇌하는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제대로 보고되지도 않고, 결단도 쉽지 않아서 무기력하게 바라보아야 할 때의 무력감 연기. 나중에는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하지만요...기억에 남네요

서니데이 2016-12-23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캐모마일 2016-12-23 22: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제껏 서재의 달인이란 시스템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애착이 가네요. 서니데이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오거서 2016-12-24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 드립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