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인생 강의 - 논어, 인간의 길을 묻다
신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논어>는 공자의 어록을 제자들이 집대성한 대표적인 동양 고전이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로 시작하는 구절은 익히 들었고, 한문이나 동양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인상 깊은 문구 몇 개쯤은 외우고 있다. 반면, 산문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주제를 분류하지 않은 탓에, 해제나 풀이를 읽지 않으면 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거나 핵심 사상을 관통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좋은 해설이 필요한 이유다.


<공자의 인생강의>는 신정근 교수의 EBS <인문학 특강> 논어 강의를 엮었다. 다사다난한 21세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논어의 핵심 키워드로 풀었다. 혼란스러운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인간의 도리와 바른 치세에 힘썼던 공자의 생애를 되짚어보며 온고이지신(溫故以知新)하는 시간이었다.


책은 먼저 배울 학(學)에 집중한다. <논어> 첫머리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으로 시작하는데, 다른 덕목보다 앞세우는 까닭을 짚어본다. 인간은 신이 아닌지라 나의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선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사랑을 앞세우면서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이때의 단점은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다. - <양화> " (p.30) 처럼, 배움이 없는 신념은 맹목적이고 책임윤리가 없다. 공자 생전에 여러모로 겸양의 자세를 취했지만 호학(好學)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던 것은, 백가쟁명과 패권이 난립하는 난세 속에서 끊잆 없는 좌절을 맞보면서도 이상향을 위해 노력했던 본인의 일생과 맞닿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현문> 편에 나오는 문지기는 공자를 이렇게 평한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엇이든 해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p.196) 공자의 후학들이 배울 학(學)을 앞세운 까닭은 이러한 공자의 인간적인 노정과 난세 속에서 바른 정치와 위민을 꿈꿨던 이상을 집약한 글자였기 때문이겠다. 배움이란 글자 속에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절절히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학(學) 이외에도, 정(政), 서(恕), 군자(君子), 예(禮), 신(信), 인(人)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어)를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이들과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경공이 정치에 관하여 묻자 공자는 정명(正名)사상을 설파했다. 이름에 걸맞게 맡은바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인데, 저자는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든다. 위난이 닥칠수록 본분을 망각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그것이 참사로 이어진다. 그리고 각종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 풍토 속에서 되새겨볼 만한 관용의 정신인 서(恕)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수신하고 타인에게 덕을 베푸는 군자(君子)의 길, 신뢰(信)를 바탕으로 한 예(禮), 그것들이 모여서 인간(人)의 길과 어짊(仁)을 이루어나간다.


<공자의 인생강의>는 <논어>의 핵심 사상을 축약하여 쉽게 고전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되짚어보고, 우리나라의 현재를 성찰하고 반성해 본다. 고전의 저력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후에 원전을 읽는다면 <논어>의 구절 절에 담긴 공자의 생애와 사상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 소크라테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이 행복을 말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당신의 행복은 무엇이냐 되묻는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막연한 바람. 생각건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명예와 지위 경쟁에 고군분투하면서도 행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본 경험은 글쎄다.

"행복과 불행은 내 마음의 상태다. 흔들림 없는 고요한 마음, 그것이 곧 행복이다." "이 고요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면 수련이 따라야 한다." "삶은 자신만의 임무를 발견하고 실천해나가는 여정이다." <심연>의 프롤로그다. 마치 고대 스토아학파를 연상케 하는 구절들. 삶의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 때로는 내 안의 밑바닥 저 끝 심연(深淵​)을 관조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는 책. 행복하기 위해 생각을 단련해야 한단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현대판을 보는 듯하다.


<심연>은 저자 배철현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가 '배철현의 심연'이라는 제목으로 1년간 연재한 아포리즘을 엮었다. 종교와 신화, 혹은 일상에서 허투루 지나치는 것들이 가진 함의를 끌어내어 삶의 여러 주제를 다룬다. 예컨대, 주택의 현관(玄關), 숭고함, 사유(思惟), 진부(陳腐) 등 흔히 쓰는 단어들의 여러 어원을 되새겨보고, 인류의 원형질인 고대 역사와 철학, 신화를 곁들여 독자로 하여금 통찰을 이끈다.

"나는 과연 홀로 설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육체적으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설 수 있느냐는 물음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나아가 영적으로 독립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은 독립적일 때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p. 224)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 스핑크스는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 자신이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가 버려야 할 과거이자 바로 자기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괴물이다. 다른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 즉 자기 자신이라는 괴물을 죽여야만 했다." (p. 169)


가쁜 삶 속에서 존재의 가벼움에 공허감을 느낄 때, 하루에 한 템포 쉬어가며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심연>의 글을 읽어나가며 마음에 닿는 구절을 묵상하는 동안, 외면의 페르소나에 가려진 내면의 깊은 동굴을 탐험하는 듯했다.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헤세의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기 위해 투쟁한다는 구절처럼 기존의 관성과 타성에 대하여 성찰하고 '낯설게 보기'를 하도록 영감을 준다. 그 자체가 생각의 단련일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현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일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아픔은 그 일자체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옵니다. 당신은 당장 그것을 무효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p.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 없는 성질 급한 독자를 위해 우선 결론부터 말한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이니까.

'도덕이 어쩌고저쩌고하며 떠들어대는 놈의 말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p.8)

우선 저자가 기타노 다케시다. 감독, 주연을 맡은 <하나비>는 한일 문화가 공식 개방된 후 첫 상영된 ​일본 영화였다. 그 후로 <키즈 리턴>, <기쿠지로의 여름> 등 그의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한국 관객에게 다케시를 각인시켰다. 비교적  한국에 덜 알려진 일본 텔레비전 방송에서 코미디언이자 문화예술가로 활동하는 모습은 독설과 기행으로 가득차 보였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성인채널에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캐릭터이지 않을까.


<위험한 도덕주의자>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그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신랄한 입담으로 기존의 도덕을 파헤친다니 흥미로웠다. 처음의 기대처럼 책은 우리가 당연시하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들을 비판, 성찰한다. 시대에 맞고 스스로 사고하는 주체적인 도덕의식을 역설한다.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자'라는 문구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다. 노동과 근면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케시는 의문을 품는다. 강요하지 말고 행위의 가치를 스스로 느껴보게 하라고. 

"사람의 머릿속까지 손을 넣어 들쑤시려 해서는 안 된다. /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이것이 도덕입니다'라며 마치 수학의 명제와 같은 논조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거다." (p. 20)


"미련해도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환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서는 안 된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간다면 성실한 거북이는 모두 머리가 영약한 토끼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 적어도 「토끼와 거북이」는 다시 써야 한다." (p. 90)


"어느 시대든 권력자는 사람들을 부려먹고 싶어 한다. 그 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p.148)

​기성의 도덕관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모두 까기식의 결론은 아니다. 물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금기는 가르쳐야 하지만, 그 이상의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도덕 교육은 오히려 양심을 마비시키고 도덕적 사고력을 떨어뜨린다. 시대와 동떨어진 각주구검(刻舟求劍)식의 논리,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도덕을 역이용하는 부도덕한 인간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유태인 학살의 실무자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악의 평범성'을 역설했다. 학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는 아이히만의 답변을 듣고 직무에 충실했으니 도덕적 행동을 했다고 옹호할 수는 없다.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는 도덕은 생각과 판단이 무능해지는 참사를 일으킨다.

 결국, 나의 도덕,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도덕을 생각해야 한다. 다케시는 말한다. "메멘토 모리가 도덕의 토대다." (p. 205)라고.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명심하고 실존을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교육도 그렇다.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편이 교육에도 좋지 않을까. / 아니, 이건 농담이 아니라 출산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p.210) 도덕적 엄숙주의를 넘어 나의 실존과 관련된 질문과 해답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관과 예민한 양심. 기타노 다케시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기행 속에는 이러한 사고가 뒷받침하고 있었을까. 그가 탐탁지 않은 독자라도 한 번쯤 도덕에 관한 유쾌한 독설과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위험한 도덕주의자>는 기타노 다케시 본연의 유머스런 독설과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보기에 따라 가려운 곳을 긁는 듯한 시원함을 느낄 수도, 하나하나 걸고넘어지는 비판에 불쾌감이 들 수도 있다. 특히 웃어른을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8-10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도덕에 초점을 맞춰 살면 자신의 도덕관이 옳다고 착각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행동에 마음 안 들면 자신의 도덕관을 가르치려고 하죠.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 온전히 나답게 살기 위한 자존감 연습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왜 중요한 상황에서 말문이 막히고, 나중에야 논리적으로 반박할 말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고 이불을 걷어찬다."

"나는 순간순간 위축되고 남들보다 불안감을 자주 느낀다."

"나는 상대방에게 예의 있게 대하고 헌신했는데, 상대방은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

"남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거절을 못 하고 나중에 속앓이 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인간관계에서 항상 손해를 보는 것 같다."

"과거에 잘못한 것, 혹은 부끄러운 일들이 떠올라 죄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괴롭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되고 남의 비위를 맞춰주거나 주도권을 양보해야 안심이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고 삶이 행복하지 않다."


혹은 반대로,


"나는 남들이 나를 깔보면 화가 치민다."

"나의 약점을 건들면 복수해야 직성이 풀린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위나 겉모습에 치중한다."


사람들과 깊이 있는 속마음을 나눌 때,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고민 글을 읽을 때 자주 접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자존감 부족이다. 겉핥기로 아는 이들은 단순히 자신감이 부족하다,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잘 받는 예민한 성격이라고 치부한다. 쉽게 내뱉는 조언으로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자존감은 삶의 방향과 인간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 부족하면 남의 삶을 사는 것 같고 불안감과 피로감에 젖어 있다.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 나아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는 자존감에서 시작하여 자존감으로 끝난다.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달리 그만큼 깊이가 있다. 자존감 부족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불안 행성'으로 규정하고, 자존감이 충족되고 행복과 여유가 있는 반대 상황을 "확신 행성"으로 표현한다. 책은 독자를 불안 행성에서 확신 행성으로 도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여정은 체계적인 목차를 따라간다. 먼저 자존감 부족의 증상들을 'part 1 : 인식'하고, 'part 2 : 원인'을 살펴본 다음, 본격적인 'part 3 : 치유'와 일상생활에서 훈습 과정인 'part 4 : 연습'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정신분석 치료가 연상된다. 무엇보다 자존감 부족에 시달려 왔던 독자라면, '인식' 부분에서 마치 자기 이야기를 읽는 듯 공감을 하며 머리를 끄덕일 것이다.


자존감 부족은 스스로 진정 원하는 삶을 방해한다. 애초에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회의와 증오, 불안감을 항상 느낀다. 원하는 목표 대신에 엉뚱한 노력으로 삶을 허비하기 일쑤다.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평화주의자'와 '욱하는 성격'. 평화주의자는 갈등을 회피하고 남의 요구에 순응한다. 자기가 초라한 만큼 남들은 커 보인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배려심 있지만, 내면은 불안하고 삶이 버겁다. 결국,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고 관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는다면, 남탓보다는 스스로 자존감 부족을 성찰하고 교정해야 한다. 반면에 욱하는 성격은 공격 지향적이다. 평화주의자가 나를 지키기 위해 순응했다면, 반대로 상대방에게 선제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겉치장을 좋아하고 허세를 부리는 나르시스트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되는데, 특히 부모와 애착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자존감 부족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과 성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한 채 통제할 수 없는 부적절한 상황에 놓인 아이가 자기를 지키는 방편으로 부모의 눈치를 보고 순응, 혹은 반항하면서 자존감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자랐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자존감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인생이 억울하고 안타깝다.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는 자존감 부족과 불안감에 떠는 '내면 아이'와 현재를 사는 '내면 어른'을 분리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자기 긍정으로 가는 연습, 내 감정과 권리를 인식하고 지켜나가는 방법,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인간관계를 능동적으로 맺어나가는 훈련법들을 소개한다. 그동안 남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표현이 부족했다면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무엇보다 자기 확신을 가지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행복감을 맛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물론 머리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몸은 그대로다. 자존감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인생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익숙하지만 고통스러운 '불안 행성'에서 낯설지만 보다 바람직한 '확신 행성'으로의 여정은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 점진적인 교정 과정을 한걸음씩 나가가는 동안 자존감이 점차 회복되고,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삶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온전히 나답게 살기 위한 자존감 연습',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를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정신분석학적 처방
유범희 지음 / 더숲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위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지인들이 많다. 불면증은 예사다. 우울증, 범불안장애, 심지어 공황장애 등 각종 신경증을 안고 살아간다. 개중에는 약물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더러는 신경정신과 문턱 넘기를 꺼린다. 심리 상담 혹은 정신분석 치료를 권해봐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이 많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나라 서점가에서 힐링, 심리학, 정신분석학 도서가 인기를 끄는 이유일 것이다.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저자 유범희 정신과 전문의는 30년간 정신질환을 진료하고 연구한 정신분석 전문가로, 한국정신분석학회, 공황·범불안장애 연구회장 등 각종 학회장, 이사장을 역임한 권위자이다.

책은 정신분석 이론의 기초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질환들을 다룬다. 무의식, 프로이트의 지형이론(의식, 전의식, 무의식)과 구조이론(이드, 자아, 초자아), 심리적 방어기제, 대상관계, 꿈의 해석 등 정신분석의 기초를 설명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공포증, 폭식증을 비롯하여, 사회적 이슈가 된 질환들, 예컨대 땅콩회항 사건처럼 슈퍼 갑질과 관련된 자기애성 인격장애, 우리나라 특유의 화병, 연예인 김구라, 이경규 씨가 앓고 있다는 공황장애 등 대중들의 관심 증상을 담아내었다. 나아가 기억, 예술과 사랑까지 정신분석학의 프리즘으로 살펴본다.


이 같은 인간 행동의 동기와 심인성 질환의 기저에는 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정신분석은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던 마음의 상처를 인식하고, 훈습(薰習) 과정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유도한다. "정신분석은 불완전한 인간을 완벽한 존재로 바꿔 주는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 신경증적 갈등과 그에 따른 비현실적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으로써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p.197)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는 정신분석학의 기초부터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심인성 질환들, 그리고 흥미로운 무의식의 영역을 다룬다. 각 챕터마다 내용의 핵심을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임상 치료 사례를 곁들여서 읽기가 편하다. 저자는 말한다. "한 뼘도 채 안 되는 작은 뇌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저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 수 있다." 책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 남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 뼘도 채 안 되는 작은 뇌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저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