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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에드워드 호퍼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탁상달력 - 260*190mm ㅣ 2024 북엔 달력/다이어리
북엔 편집부 지음, 애드워드 호퍼 그림 / 북엔(BOOK&_)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세상에 길은
수없이 많지만
모두가
목적지가 같다.
말을 타거나, 차를 타고 달릴 수 있고
둘이서, 셋이서 달릴 수도 있지만
마지막 걸음은
혼자서 디뎌야 한다.
때문에 모든 고난을
혼자 짊어지는 것보다
더 나은 지식도
능력도 없다.
헤르만 헤세 '홀로'
혼자 있으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느끼게 된다.
초라한 자는 자신의 초라함을,
위대한 정신은 자신의 위대함을
온전히 느낀다
쇼펜하우어
2024년 1월이 벌써 중반을 지났다. 늦은 달력 후기다.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에드워드 호퍼 달력 첫 장에 적힌 글귀다. 파스칼은 그랬던가. "모든 인류의 문제는 인간이 혼자 방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고독한 사람은 세다. 적어도 휘둘리지 않는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챙겨본다. 주인공은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재원이지만, 절친과 남자친구, 직장 상사 등 주변인들로부터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1화는 고구마라 턱턱 막히는 바람에 스킵했다. 2화부터 빠져들었다. 월, 화요일에 자양강장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인공이 10년 전으로 회귀하여 가스라이팅에 맞서고, 가스라이팅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인연을 통해 연대하며, 자기가 가진 재능을 발휘하여 진정한 삶을 찾아간다. 전개가 빨라서 사이다 장면이 나온다.
주책맞게 그 드라마 재밌다고 막 이러고 다닌다. 가스라이팅과 은밀한 괴롭힘, 감정과 삶을 갈취하는 인간 유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잘나디 잘난 여주가 왜 가스라이팅에 취약한지, 벗어나지 못하고 악순환에 빠졌는지를 보여준다. 똑똑하고 못 배우고 문제가 아니다.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도 아니다. 데이트 폭력, 정서적 폭력 피해자를 함부로 탓해선 안 된다.
가까이서 보면 모른다. 멀리서 봐야 안다. 자기가 멀리서 본다고 피해자를 어리석다 탓해선 안 된다. 왜 배울대로 배운 사람이, 사회적으로 꿀릴 거 없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 저리 살까 쉽게 말한다. 저 멀리서 요약된 스토리와 맥락을 다 알고 보니까. 남일은 다 쉽지. 달리 헤아려보면 그런 사람들일수록 스스로를 더 억죈다. 수치심 때문에 남에게 숨기려고 멀어진다. 쳇바퀴는 더욱 빨리 돌아간다. 지친 나머지 판단력을 잃어버린다. 돌아가는 쳇바퀴에 맞춰서 자신을 소모시킨다.
<숫다니파타>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구절이 돌림노래처럼 반복된다. 고독을 견디고 즐기기가 그렇게 어렵다. 에드워드 호퍼는 일상의 풍경에서 고독을 그려냈다. 현대 사회인이 가진 고독을 그려냈지만, 한편으로 감상자는 드러난 고독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1월은 호퍼의 유명작 <밤을 세우는 사람들> 작품이 그려져 있다. 에드워드 호퍼 작품과 맞춤하여, 헤르만 헤세와 쇼펜하우어의 글을 비롯해 고독을 성찰한 여러 글귀들을 실었다.
올해는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에드워드 호퍼 달력을 샀다. 고독할 줄 아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 몇 년 전만 해도 달력이 흔했다. 은행이나 어디 가면 공짜로 받고 그랬는데, 요즘은 드문 거 같다. 자축인묘 60간지가 적힌 일력은 프리미엄이 붙는단다. 아는 세무사 사무소에서 낼름 가져왔다. 옛날엔 달력 사면 등싸대기를 맞았는데, 가족에게 에드워드 호퍼 달력을 선물주니 좋아한다.
내년에 달력 필요하시면 <에드워드 호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