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넘어질  도
13,000여명으로부터 응모를 받은 결과 응모자의 10%가 올해의 한자로 ‘도(倒)’를 꼽았다. 그 이유는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의 잇단 도산이다. 경기불황에 금융불안까지 겹쳐 야마이치-산요증권,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등의 대형금융기관과 건설-운수-부동산 관련업체가 줄줄이 쓰러졌다. 중학생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 등 일본사회가 정신적으로 도산했다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한자다. 재벌불패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어졌다. 1월에 도산한 한보그룹을 포함 기아, 한라, 삼미, 진로, 해태, 뉴코아 등 30대 재벌기업중 6개 그룹이 도산했다. 한보 부도로 시작된 경제 대란이 전례 없는 기업 부도와 금융 위기 끝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신청, 즉 사실상의 국가 부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종합 주가지수는 3백선까지 떨어졌고 환율은 달러당 2천 원대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아시아의 용이 지렁이로 변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비슷한 의미의 한자 파(破)가 2위에 올랐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넘어지고 쓰러지고 깨어진 한해였다.   

 

1997년은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이타미 주조가 자살한 해이다. 이타미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아내의 오빠이며(처남이란 말이다. ), 오에의 오랜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빌딩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오에는 이를 소재로 소설《체인지링》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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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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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잡문(잡문이라고 하니 조금 송구스럽다. 저 높으신 곳의 노벨문학상에 거론되시고 전세계적으로 양명하신 작가의 글에 ‘잡’ 자를 붙인다는 것이 조금 거시기하다.)의 특징은 말하자면 가벼움이다. 가벼움이라고 하니 또 송구스런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그렇다면 경쾌함, 발랄함이라고 할까 그것도 조금 아닌 것 같고, 뭐랄까 촐싹촐싹이 아니라 사뿐사뿐 같은 느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하루키의 잡문은 쉽고 잘 읽힌다. 재미도 있고 유머도 있다. 사뿐사뿐 룰루랄라 피크닉이라도 가는 즐거운 기분으로 펼쳐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 책은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언뜻보기에는 서점에서 선 채로 잠깐만에 읽을만한 분량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역시 달리기는 걷기보다는 진지하고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  

 

1. 《1Q84》 아오마메의 실제 모델
“도쿄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체육관엑 가서 근육 스트레칭을 받는다. (중략) 스트레칭을 해주는 트레이너는 젊은 여성이지만 힘이 세다. 즉 그녀가 주는 타력은 뭐랄까 강력한 아픔을 동반한다. (p128)” 부분을 읽다가 문득 아~아! 《1Q84》의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모델이 혹시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쓰기란 상상만으로는 역시 어려운 법. 비슷한 경험이라도 일단 해보면 살 붙이기가 훨씬 수월한 법.  

 

2.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경외감
“그것은 진짜 대단한 소설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학으로서의 깊은 자양분이 넘친다. 29세의 약관의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예리하고 공정하며 마음 따뜻하고세상의 실상을 읽어낼수 있을까”(p199~p200) 본인도 물론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봤고  다른 역자의 번역본으로 두권을 가지고 있지만 무라카미씨의 말대로 진짜 대단한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하나 어쩌나. 다른 읽을 책도 많은데 


3. 무라카미씨의 묘비명
"무라키미 하루키/ 작가(러너) / 1949~20** /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p259)
버나드쇼 만큼 정곡을 찌르면서도 유머가 있는 묘비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멋있다. 너무 폼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4. 책의 제목
무라카미씨는 이 책의 타이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를 씨의 ‘경애하는 작가’인 레인먼드 카버의 단편집 제목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씨가 카버의 미망인 테스 갤러거 부인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p267)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왠지 어디선가 듣고 또 본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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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집가로서 본인은 이러저러한 분들 서재를 들락거리면서 혹은 이런저런 매체를 뒤적이면서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읽을 만한 책들을 보관함에 잔뜩 모아 두고 있다. 하루에 한 두 번은 그 목록을 쭉 훑어보며 중고로(특히 싼값으로) 올라온 놈이 있나~ 없나~ 체크하고 있다.  

 

그러던 중 홀연 워렌 버핏 자서전 <스노우불> 상하 2권이 최상의 상태로 상권 20,000원 하권 23,000원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아!! 이게 왠 떡이란 말인가. 이것이 금일 11시 59분 23초 경이었을 것이다. 뒷주머니를 뒤적여 지갑을 꺼내고 있는데, 딩동딩동!!  이런!! 점심시간이잖아! 식사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본인 인지라 일단 한 그릇 주워담고 나서 천천히 주문하자 이런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것인데, 한 그릇 떠 넣고 와서 들따 보니 스노볼은 어데로 굴러갔는지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아뿔싸! 어찌 강호에는 이리 날랜 인사들이 많단 말인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강호의 법칙.  

 

소싯적에 꿇어 앉아 배울 때, 냄새나는 옛 경전에는 인재를 구하고자 하는 군주는 사람이 찾아오면 밥 떠 먹는 중이라도 곧 이를 뱉어내고 뛰어나갔다고 하고(옛날 향교에서 이 대목을 배울 때 아 아까운 곡식을 꿀떡 삼키면 되지 왜 뱉느냐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또 목욕중에는 머리를 감다 말고 수건으로 싸쥐고 뛰어 나갔다고 하니, 역시 내 배움이 깊지 못했던 것이다. 점심 한 그릇 떠 넣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끼니를 건너 뛰더라도 스노볼을 주문했어야 했다. 생각할 수록 아깝고 안타깝다. 진짜 스노볼이라도 하나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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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허지만 그러나 나는 얼마전에 처음 알았다. 비록 늦게 알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린지 말인지 개인지 소인지 모르겠다. 일인 다치바나씨의 고양이 빌딩만큼은 안되어도 그 고양이의 발톱만큼 만한 것이라도 내 개인 서재를 이루는 것을 나름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본인이고 보면 고속도로 휴게소 건은 일종의 성과라 할 만 하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휴게소 건이란 무엇인가. 다름 아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도서를 헐값에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당근 쓸만한 책은 별로 없다. 그래도 혹간 오다가다 괜찮은 넘 한 둘은 걸려 든다.  

 

본인 열심히 책을 사모으고 있다. 그간 독서인의 가면을 쓰고 교양인 흉내를 좀 내기도 했지만 본색을 속일 수는 없는 법. 얼마전부터 도서 수집인으로 변신 완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해 이사하면서 알라딘 중고샵에 팔아먹은 수백권의 책들이 몹시 아쉽기도 하다.(수백권은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한 2~3백권은 된다) 그래도 내 혈같은 책을 팔아 번 돈이 헛되이 쓰이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신용양호한 자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돈 없으면 공부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돈없으면 수집 못한다. 컬렉터에게 재력은 기본이다. 그 다음이 수집 대상에 대한 탐욕과 욕정(?)이다. 본인 도서 수집인으로서 한달에 10~20만원 상당을 지출하고 있다. 주머니에서는 돈이 줄줄 새고 본인 콧구멍에서는 뜨뜻한 혈이 줄줄 흐른다. 컬렉터의 숙명이려니 생각한다. 컬렉터라고 아무 책이나 무작정 사들이지는 않는다. 책을 구입하는데 무슨 성문화된 규정 같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글로는 표현키 어려운 심정상의 불문율 비슷한 것은 있다. 열린책들의 미스터 노 시리즈 50% 세일 행사는 참 감사한 이벤트다. 각설하고, 묘사 때문에 안동에 다녀오는 길에 군위휴게소에서 기중 쓸만한 넘으로 3권 건졌다. 권당 4천원. 당근 새책이다. 면면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열심히 사모아 개인 도서관 하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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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아도 내사랑~ 저리 보아도 내사랑~ 얼씨구 절씨구야 지화자~~ 춘향가의 한 구절이 아닌가 모르겠다. 영화 서편제에도 나왔던거 같다. 우리 혜림이(금지옥엽 우리딸 이름이다. 온갖 궁리 심사숙고 끝에 결국 철학원에 가서 15만원 주고 지었다.)를 보고 있으면 이 노래가 오토메틱 자동 뽕으로 나온다.  

전에도 한두서너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 본인은 반드시 대를 이어야 하니 수단방법 불문하고 후사를 봐야만 한다는 뭐 그런 주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새끼 너무 신경쓰인다 무자식이 상팔자다 그런 주의도 아닌 것이 생기면 낳고 안생기면 말고 이런 주의자였던 것인데, 어쩌면 본인이 하는 모든 일이 그런지도 모른다. 대충 대충 되면 되고 말면 말고 될대로 되겠지라는 주의. 말하자면 노자 영감이나 장자 영감의 무위자연주의라고나 할까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인데, 하!! 애새끼를 하나 낳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는 이야기다. 요즘 줄줄 빨고 핥고 죽고 못산다. 보면 볼수록 너무 예쁘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아아아~이게 도대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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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9-3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고 빨고 할 만한데요. 딸래미 키우는 재미는 그야말로 최고죠.

붉은돼지 2009-10-01 13:10   좋아요 0 | URL
역시 딸래미 키우는 재미가 솔솔한 것 같아요..저야 뭐 아들이나 딸이나 처음이지만...혜림이와 이름이 비슷한 해람이도 정말 잘 생겼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9-3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 귀여워요~
카메라를 아는데요 ㅎㅎㅎ

붉은돼지 2009-10-01 13:12   좋아요 0 | URL
밑에 세장은 돌기념으로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일 아래에 있는 사진은 이른바 "성냥팔이 소녀" 컨셉이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