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넘어질  도
13,000여명으로부터 응모를 받은 결과 응모자의 10%가 올해의 한자로 ‘도(倒)’를 꼽았다. 그 이유는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의 잇단 도산이다. 경기불황에 금융불안까지 겹쳐 야마이치-산요증권,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등의 대형금융기관과 건설-운수-부동산 관련업체가 줄줄이 쓰러졌다. 중학생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 등 일본사회가 정신적으로 도산했다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한자다. 재벌불패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어졌다. 1월에 도산한 한보그룹을 포함 기아, 한라, 삼미, 진로, 해태, 뉴코아 등 30대 재벌기업중 6개 그룹이 도산했다. 한보 부도로 시작된 경제 대란이 전례 없는 기업 부도와 금융 위기 끝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신청, 즉 사실상의 국가 부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종합 주가지수는 3백선까지 떨어졌고 환율은 달러당 2천 원대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아시아의 용이 지렁이로 변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비슷한 의미의 한자 파(破)가 2위에 올랐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넘어지고 쓰러지고 깨어진 한해였다.   

 

1997년은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이타미 주조가 자살한 해이다. 이타미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아내의 오빠이며(처남이란 말이다. ), 오에의 오랜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빌딩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오에는 이를 소재로 소설《체인지링》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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