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붉은 돼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누군들 만화를 좋아하지 않으랴! 또 누군들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랴! 그래서 그렇고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또다시 말하자면 누군들 만화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랴!!! 이런 이야기 되겠다. 대한의 남아이자 배달의 겨례로서 우리만화에 대한 애정이 어찌 없겠나만은 개인적 감정이나 민족적 정서를 떠나 미야자키 하야오로 말하자면 능히 거장이요 대가라 할 만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적어도 본인을 실망시킨 적은 없었다.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탄을 불러 일으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야오의 작품 중 '천공의 성 라퓨타'와 '루팡3세'(무슨무슨 카스무시기성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음)는 비디오테입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는 불법 해적판 씨디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미래소년 코난'(7편중 4편)'은 dvd를 소장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는 하늘의 심판인지 어찌된 심판인지 본인의 컬렉션 목록에 누락되어 있다.) 이렇게 소장목록을 쭉 적어놓고 보니 흐뭇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다. 이것 본인이 소장한 에니 전체목록은 아니다. 흐뭇한 마음에 몇 개 더 주워 섬겨보자면, 프레데릭백의 '나무를 심은 사람'과 '위대한 강' 중국의 수묵 에니 '피리부는 목동', '한국단편에니선집1,2', 세계 걸작 단편애니 모음 '우리가 다시 그려요' 등도 컬렉션에 등재되어 있는 것이다.
코난을 4편까지만 소장하고 있는 까닭을 누가 묻지도 않는데 굳이 오지랖을 넓혀 말하자면 이렇다. 코난 dvd 총 7편이 처음 나왔을 때 한편씩 한편씩 정성들여 열심히 사모으고 있었는데 4편까지 구입한 어느날 갑자기 신판이 새로 나와버렸다. 그래서 5편부터는 신판으로 구입할까 어쩔까 조금 고민하다가 어느듯 무심한 세월이 한2년은 흘러버렸고, 또 그사이 소장하고 싶은 dvd들이 본인의 경제를 전혀 고려치 않고 자꾸만 쏟아져 나와서 어쨌든 먹고 살아야만 하는 경제인으로서 본인은 컬렉션도 좋지만, 목구멍에 풀칠이 어려울 유사시에는 dvd나 비디오를 국 끓여 먹거나 뜯어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해서 일단은 코난시리즈 컬렉션의 완성을 보류하게 되었던 것이다. .
삼사척 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지만 컬렉션이라는 것이 경제적 기반없이 지속되기는 정말 지난한 일일 것이다. 이른바 간송 컬렉션이 전형필의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되겠다. 그렇다고 내가 뭐 간송선생의 업적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오욕과 질곡의 세월, 돈 있는 놈들은 일제에 비행기를 갖다 바친다 어쩐다 하는 그런 와중에 선생의 행위가 단연 돋보인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컬렉션에는 돈도 있어야 되고 애정도 필요하다는 그런 이야기다. 한 손으로는 잘해야 남의 뀌때기나 때릴수 있지 손뼉을 치기는 어렵고, 양손이라야 능히 박수도 치고 만세도 부를 것이 아니냐는 말씀되것다.
최고의 파일럿이었던 프로코는 전쟁에 회의를 느껴 속세를 버리고 절해고도의 무인도로 은신하지만 역시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공적(바다의 나쁜넘들은 해적, 하늘은 나쁜넘들은 공적)들을 소탕하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전쟁때 죽은 친구의 마누라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한다. 얼굴은 돼지꼴이고 언행은 신사인체 한다. 비행기 수리공인 소녀 피오는 돼지를 좋아한다. 돼지도 피오를 좋아하지만 피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아마도 죽은 옛 친구의 마누라 때문인지도 모른다. 떫고 시큼한 풋사과보다는 빨갛게 익은 사과가 꿀맛이라는 것을 돼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전투에서 죽은 파일럿의 비행기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구름을 뚫고 하늘 위로 무더기로 떼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아시다시피 비행은 하야오 작품의 주요 소재다. 부록으로 준 대여섯 컷짜리 오리지널 필름은 무엇에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현상이 가능한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 내 생각에 사은품으로는 오리지널 포스터가 최고인 것 같다. 처음엔 화질이 조금 안좋은 것 같다가 나중에는 나아졌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참고로 나의 서재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사진은 바로 돼지 프로코가 옛 친구의 마누라에게 전화걸고 있는 모습이다. 꿀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