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95년도이니 산천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그럭저럭 흘러갔다. 물론 본인에게는 그럭저럭 흘러갔겠지만, 생각건대 이 책의 저자인 홍세화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세월이 치열하게 흘렀을 것이며 파란곡절로 굽이쳤을 것임에 분명하다. 별 볼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것들이 가당찮은 존심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본인이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에 대하여 품고 있는 생각들이 바로 그런 경우 되겠다. 왠지 베스트셀러는 작품성도 없을 것 같고 수준도 낮을 것 같고, 또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은 괜히 읽기 싫고 나는 뭐 특별한 책만을 읽는다는 그런 가소로운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인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가소로운 생각이라는 생각이다.
 
근 10여년 만에 이 책을 펼쳐드는 것이 그런 가소로운 생각으로부터 내가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읽기를 잘했고 앞으로도 베스트셀러라고 무턱대고 소외시킬 것은 아니라는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아마도 똘레랑스 되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똘레랑스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줄이자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존중해야한다는 말 되겠다. 똘레랑스에 대한 말과 글은 무성하지만 행동으로의 표출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요 적막강산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운전하다 보면 욕이 절로 나온다. 어떨 때는 기관총으로 막 갈기고 싶은 생각도 꾸역꾸역 올라온다. 누구나 그럴진데 이런 국민성으로 과연 똘레랑스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프랑스는 망명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 압제자에게는 그러하지 않는다.." 운운하는 프랑스공화국의 헌법조항은 울림이 있어 감동적이라 할만하다. 망명도생이라 했던가? 열국지같은 책을 보면 전쟁으로 해가 지고 전쟁으로 해가 뜨는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영웅들이 외롭고 고달픈 망명도생의 길을 떠나 혹은 권토중래 금의환향하기도 하고 혹은 혈혈단신으로 고군분투타가 만리이국땅에 한많은 뼈를 묻기도 하고 했던 것인데 그런데,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로 말하자면 고난과 오욕과 질곡의 20년 망명도생 거지생활을 질기게 견디어 낸 끝에 결국 대권을 쥐게 되었으니(춘추오패의 두 번째 진문공 되겠다), 빠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근근히 버틴 홍세화를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않다. 십분당근으로 홍세화야 글하는 선비로 벼슬이나 득세에는 관심이 없겠지만 내 홀로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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