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란 - 김종해
 
낙엽이나린다. 우산을들고
제왕은운다헤맨다. 검은비각에어리이는
제왕의깊은밤에낙엽은나리고
어리석은민중들의횃불은밤새도록바깥에서
궐문을두드린다.
깊은돌층계를타고내려가듯
한밤중에촉대에불을켜들고
궐안에나린낙엽을투석을
맨발로밟고내려가라내려가라
내려가라깊고먼지경에침잠하여
제왕은행방불명이된다.
제왕은화구의불구멍이라자기혼자뿐인거울속에서
여러개의탁자위에나린
낙엽이되고투석이되고
독재자인나는맨발로난간에나가앉아
벽기둥에꽂힌살이되고
깊은밤이된다. 제왕은군중속에떠있는
외로운섬인가. 낡은법정의흔들리는벽돌을헐어
이한밤짐에게비문을써다오
화염인채무너지는대리석처럼깊은밤인경은
시녀같이누각에서운다누각에서떠난다.
아한장의풀잎인가미궁속에서
내전에세워둔내동상은흔들리고
나는거기가서꽂힌비수가되고
한밤동안석전을내리는물든가랑잎에
붉은용상은젖어
우산을들고제왕은운다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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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낙엽지는 시절이다. 어쩌면 우리를 쓰러뜨릴 적은 항상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구나 한때는 서늘한 가슴에 시퍼런 비수를 품고 혹은 비수 꽂힌 유혈낭자한 가슴으로 붉은 눈물을 철철 흘리며 깊은 밤 낙엽지는 거리에서 낙엽과 함게 굴렀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시간도 구르듯 흘러 내란은 이미 끝났으나 승리자는 없고 나라는 이미 황폐했느니 그러므로 우리의 청춘도 멀리 지나갔다. 인생에 청춘만 있는 것은 아닐진대, 낙엽지는 이 시절에 돌아보는 청춘이 아쉽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현재가 답답하고 꿈이 없는 미래가 서글프다. 아아 이미 낙엽 떨어졌으니 이제 비내리고 나면 아마도 날이 추워질 것이다. 찬바람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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