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슬리퍼를 질질끌며 동네 시장통을 어슬렁거리길 좋아했다. 마치 자신의 영토를 순시하는 한 마리 호랑이처럼....은 당연히 아니지만....어쨋든 그랬다. 시장 끄트머리에 오락실이 있었던 것도 아마 이유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아아아!!! 생각난다. 인베이다, 겔러그.... 아마 인베이다 아는 사람은 잘 없을걸요??? 궁금하죠?? 호호호
시장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그 분위기. 뽁짝뽁짝하고 와글와글하면서 뭔가 옴짝옴짝하고 움찔움찔거리는 그 느낌. 시장은 전체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 혹은 거대한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꿈틀거리는 벌레 속으로 기어들어가면 내 속에서도 뭔가가 꿈틀거리고 혈관 속의 피들이 불뚝거리면서 뭔지 모르게 흥분되는 그런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어린 돼지는 그런 찌르르한 느낌이 좋았던 모양이다. 무슨 변태같다.
아!!!!! 시장하면 소생의 어둡고 깊은 무의식의 난바다에서 북조선이 갑자기 쏘아올린 대포동 미사일처럼 불뚝 솟아오르는 것이 있다. 나스타샤 킨스키. 그렇다. 중학교 때인가 언제인가 하여튼 이성에 처음 눈뜨는 그 시기에... 장정일 식으로 말하자면 아담이 눈뜰 때... 나도 모르게 그만 눈이 떠져서(나이 80 넘어 자다가 아침에 눈뜨면 할망구한테 귀때기 맞는다고 하던데... 너무 그러시지들 마세요... 눈이 저절로 떠 지는데....죽은 척 할 수도 없고 어쩔수 없잖아요....뭐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문득 생각나서...) 시장 통에서 운명적으로 나스타샤킨스키를 목도하고야 만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어쩌다 보니 또 하게 되었네요..
나스타샤 킨스키가 아무리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도 극동의, 한반도의, 남반부의, 한 직할시의, 변두리의, 작은 시장통에 나타날 일은 하늘이 두서너쪽으로 쪼개져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말인즉슨 그녀와 몹시 닮은 소녀가 나타났다는 그런 말이다. 혹시 물정 모르시는 분들이 ‘아니 나스타샤가 어떻게???“ 하실까봐 부언합니다. 역시 늙으면 별 걱정이 다 드는 모양이군요. 허허허. 소생은 시장통의 그 소녀를 ’나타났다 킨스키‘라고 명명했다고 이야기 했었죠 아마.
그럴진대 그 나스타샤는 그냥 나스타샤가 아니다. 〈캣피플〉이나 〈파리 텍사스〉에 등장하는 나스타샤가 아니라 바로 〈테스〉에 나오는 그 나스타샤 인 것이다. 나스타샤가 〈테스〉를 찍을 때의 나이가 18세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영화는 아아아아!!! 바로 음흉한 로만 폴란스키 그놈이 찍었다고 한다. 화가 났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놈이 그래 생겨먹어도 나의 나스타샤에게는 친절하게 잘 대해 주었으리라 그리 생각할 뿐이다.
나타났다 킨스키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하루이틀사흘 눈이오나 비가오나 밤이나 낮이나 시장통을 왔다리 갔다리 어슬렁거리던 나날이 과연 몇 날이었던가? 어쩌다 한번 스쳐가듯 보기만 해도 떨리는 가슴을 감당못해 돌아서서 심호흡을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 소년은 이제 한 마리 붉은 돼지가 되어 꿀꿀거리고 있다. 아 슬픈 일입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그 소녀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궁금하군요...
각설해야한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이야기를 할려다가 이야기가 너무 나갔다. 나간 길이 멀면 돌아가는 길도 아득해야 하는데 말이나 글은 속도가 열나 빨라서 이건 휙 돌아서면 바로 본론이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첫사랑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갑자기 ‘자!!! 이제 수업 시작’ 하는 분위기 알죠??? 흥흥흥. 그렇다. 이제는 공부할 시간이다.
그랜드 바자르의 역사는 정복자 메흐메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하루에 20만~40만명이 방문하는 초대형 시장이다. 면적은 45000㎡, 64개의 거리에 36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출입구가 20개라고 하는데 소생은 15번게이트까지 봤다. 작은 골목과 골목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소생같이 공간 지각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길 잃어버리고 왔던 길 또 오고 갔던 골목 또 가기 십상이다. 터키인들은 이곳을 카팔르 차르쉬라고 부른다.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바닥에도 타일이 깔려있고 천장도 높아 마치 큰 백화점 내부를 다니는 듯한 기분이다. 상점 외에 모스크, 은행, 목욕탕, 카페, 경찰서, 우체국 까지 있어 시장이 하나의 작은 도시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길드를 중심으로 포목상, 금은방, 가죽, 실크, 카펫 취급정 등이 동일품목 취급하는 상점들이 한 곳에 몰려있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을 상대로 한 기념품점, 의류판매점 등이 중구난방으로 들어서 있어 과거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다소 변형되었다고 한다. 시장은 처음에는 대부분이 목조 건물이어서 수차례의 화재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다. 1701년의 화재사고 이후에는 상점을 벽돌과 돌로 재건하는 방안이 대두되어 현재 바자르의 모습이 되었다. 그 이후에도 지진으로 여러차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제일 큰 시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둘러봐도 특별히 살만한 게 없어 구입한 물건은 없다. 아! 혜림씨 장난감으로 팽이를 2개 구입했다. 팽이는 주로 꼬마들이 팔고 있다. 처음에는 1개에 10리라를 부르더니 ‘노’라고 하자 5리라. 3리라까지 가격이 하락했다가 나중에는 우리 뒤통수에 대고 ‘원 리라’라고 소리지른다. 원리라는 장난이리라. 나중에 2개 5리라에 구입했다.
아아아! 그랜드 바자르 옆에 헌책방 거리라고 있다. 소생은 혹시 〈내 이름은 빨강〉에 나오는 오스만 제국의 세밀화라도 구경할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냥 헌책방 거리다. 책방이 많지도 않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않았지만 관광 기념품과 중고도서를 파는 듯하다.
그랜드 바자르의 정문
헌책방 거리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구입한 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