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책을 보내왔다. <역주 장릉지(譯註 章陵誌)>라는 책이다. 비매품이다. 고딩 때야 물론 친했지만 고딩 졸업하고는 두세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데 문득 책을 보내와서 조금 놀랬다. 고마울 따름이다. 친구는 고딩 때부터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대학도 국사학과인지 역사학과인지 진학했고 지금은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이 친구 옛날에 독도박물관에도 근무해서 어느날 갑자기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아무생각없이 보던 소생 깜짝 놀랜 적도 있었다.

 

 

장릉(章陵)은 조선왕조 제16대 인조의 사친(私親 : 생부) 추존왕 원종과 원종의 비 인헌왕후 구씨의 능침이다. 원종은 선조13년(1580) 6월 22일 경복궁에서 태어났다. 선조 20년에 정원군에 봉해졌고 선조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주까지 선조를 호종하였다. 광해군 11년(1619년) 12월 한성남부 호현방에서 40세로 훙서하여 광해군 12년 2월 양주군 군장리에 장사지냈다. 인조 즉위후 대원군으로 추존되었고 인조4년 묘호를 흥경원으로 정하였다.

 

원종비 인헌왕후는 능성구씨로 선조11년(1578) 4월 17일 탄생했다. 선조23년 23세의 나이로 원종과 가례를 올리고 연주군부인으로 봉해졌다. 인조4년(1626) 정월 14일에 경덕궁 회상전에서 49세로 졸서하였다. 5월 18일 김포현 고현내방의 북성산 아래 자죄 언덕에 장사지냈다. 묘호를 육경원이라 하였다.

 

이후 인조4년 9월 양주군의 흥경원을 김포현의 육경원 왼편으로 천장(무덤을 옮김)하기 위한 예장도감이 설치되었다. 인조5년(1627) 8월 22일 흥경원을 계묘(무덤을 연다는 뜻)하고 8월 27일 육경원 봉분 왼편에 천장하였다. 인조6년 윤득열과 유충걸이 두 원의 참봉으로 임명되었다. 인조10년(1632) 3월 11일 대원군과 대원군부인을 각각 왕와 왕후로 추숭함에 따라 흥경원과 육경원은 장릉으로 승격하였다.

 

 

릉(陵)은 임금의 무덤을 말한다. 원(園)은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을 이르는 듯하다. 원종의 죽음은 훙서(薨逝)라고 하고 원종비의 죽음은 졸서(卒逝)라고 하였는데, 다음 국어사전에는 훙서(薨逝)는 임금이나 왕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고 졸서(卒逝)는 죽어서 멀리감 이라고 나와있다. 원종은 남자이고 원종비는 여자여서 구분하여 쓴 것 같지만, 영원히 가다(죽다)는 의미의 ‘서(逝)’라는 글자 자체가 ‘서거(逝去)’라는 말이 있듯이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죽음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예기(禮記)에는 “天子死曰崩 諸侯曰薨” 라고 했다.(천자가 죽었을 때는 붕(崩)이라 하고 제후가 죽었을 때는 훙(薨)이라 한다)

 

한자는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뜻 글자여서 글자 하나하나에 오묘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공부해 보면 재미있을 듯도 하고 골머리가 아플 듯도 하다. 소생도 관심이 없지 않아서 소싯적에는 논어니 맹자니 고문진보니 뭐 이런 책들을 막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손 놓은지 오래되었다. 서양사를 좀 알려고 하면 먼저 그리스.로마 고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동양사를 어느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고전에 대한 공부가 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뭐 하나 해 먹기 쉬운 것이 없다. 인생은 짧고 공부에는 끝이 없다.

 

추신 : 장릉지에는 인조6년(1628년)부터 1948년 7월까지 임명되었던 238명의 역대 능관들의 정보가 담겨있는 <장릉선생안>이 포함되어 있다. 왕조가 이미 망해버린 일제 강점기에도 능관들의 숙배(肅拜 : 삼가 공손히 절함)가 계속되었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사실이다. 능관의 품계는 종9품 참봉이다. 그래서 흔히 능참봉이라고 한다. 종9품이면 최말단 관직이다. 고관대작 아니고 미관말직. 요즘으로 치자면 9급 공무원. 하지만 진사나 생원와는 또 다르다. 진사나 생원은 말하자면 고시 1차 합격생으로 국가로부터 정식 관품을 하사받은 것은 아니지만 참봉은 어엿한 벼슬아치다. 능참봉 중에 제일 유명한 사람은 아마도 한명회일 것이다. 한명회가 수양대군에게 발탁될 당시 벼슬이 능참봉이었다. 칠삭둥이에.

 

검색해 보니 왕릉에 대한 책이 여러권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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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재 관련 도서는 서점에서 구하기 찾기 힘든 건데 좋은 친구분 덕분에 특별한 책 선물을 받으셨군요. ^^

붉은돼지 2015-03-29 22:11   좋아요 0 | URL
귀한 책 보내준 친구에게 저는 어떤 책을 보낼까 숙고중입니다 ~~

낭만인생 2015-03-2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하나 해 먹기 쉬운 것이 없다. 인생은 짧고 공부에는 끝이 없다.
백배 공감합니다.

붉은돼지 2015-03-29 22: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강하게 한 오백년 정도 살았으면 좋겠어요 ㅋㅋ

moonnight 2015-03-3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렵습니다. ;;;; 역사와 한문에 특히 취약ㅠㅠ;;;; 맞아요. 공부에는 끝이 없어서 100세 수명시대에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갖고 있는 책 다 못 읽을 거 같아서(벌써-_-;) 조급해하고 그럽니다.;;

붉은돼지 2015-03-31 11:57   좋아요 0 | URL
맞죠...한문은 역시 어려워요...그래도 역사는 가만 읽어보면 재미있어요
저도 책장에 잔뜩 어지럽게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흐믓하기도 하지만 조급한 마음도 들고 그렇습니다요. ^^

transient-guest 2015-04-0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게 지금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어릴적에 천자문도 많이 써보고 했는데, 워낙 강압적으로 가르치시니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한자를 다시 배워보고 싶은데 시간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아요.ㅎ

붉은돼지 2015-04-02 12:38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교 때까지는 아버지 강권으로 방학 때마다 새벽에 향교에 다니면서 한문 공부를 좀 했는데요.....그 뒤로는 계속 학업에 용맹정진하지 못해서....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계속해서 공부 좀 해둘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뭐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 그거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요....ㅎㅎㅎㅎㅎ

포와로 2018-03-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명회가 능참봉을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경덕궁직이라는 말직을 하다가 발탁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한명회가 능참봉을 했다는 출처가 어딘지 혹시 알수 있을까요?

붉은돼지 2018-05-29 14:22   좋아요 0 | URL
어머! 포와로 님 답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저도 한번 찾아봤는데요....한면회가 능참봉을 했다는 출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뭐 잘못 주워듣고 적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