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아우성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심오한 뜻을  

맨 먼저 지붕 위에 달 줄 안 그는. 

유치환님의 '깃발'이라는 시를 생각나게 합니다. 

알혼섬 니키타 통나무집 지붕 위의 닭입니다. 

무슨 뜻인지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더니 모르겠다고. 

나중에 알아보고 가르쳐주겠다고. 

그것 땜에 제가 다시 바이칼에 갈 순 없잖아요. 

그래서 현지인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았더니 

닭은 일찍 일어나는 동물이라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일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에서 다는 것이라네요. 

그런 믿음이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순수하다는 것이겠지요. 

칠십년대 확성기에다  새마을 노래를 틀어대던 우리들보다 

훨씬 귀엽고 낭만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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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른 밥상

요즘은 웰빙이다 하여 좀 거친 음식이 인기라고 해요.
말하자면 가난한 밥상이지요.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굽거나, 찌지거나, 튀기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나마 소식을 하고 많이 움직인다고 해요.

현대인들은 그 반대의 식생활을 하고 있지요.
갖가지 양념을 많이 첨가하여 본연의 맛을 흐리는 것은 물론
이런저런 방법으로 요리는 해서 형태를 바꾸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과식을 하잖아요.
그리고 열심히 자동차를 타고 가서는 늘 제자리 걸음만 하는 러닝머신 위를 부지런히 걷곤 하지요.

남편은 식사 시간은 정확해야 하고,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끼니를 거르는 법이 없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주어진 한 공기 이상은 절대 먹지 않지요.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마치고 친정엘 갔겠지요.
저는 대대로 딸이 귀한 집안의 외동딸이에요. 그러니 남편이 얼마나 귀한 사위였겠어요.
저녁 식사때, 밥 한 공기를 맛나게 먹는 남편이 얼마나 흡족했겠어요.
그래서 친정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밥 좀 더 드시게."
근데 남편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된다'는 자세로 버틴 거 있죠?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좀 더 받아두었다가 저를 주던지, 남기면 될텐데 그런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지요.
나중에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그 때는 정말 딸 시집 잘못 보낸줄 알았다'
저는 저대로 그런 남편이 서운해서 친정에서의 첫밤을 눈물바람을 했어요.
가끔 그 얘기를 하면 남편은 지금도 큰 소리를 칩니다.
'그게 뭐가 잘못되었는데? 한 공기면 됐지 뭘 더 먹어?'

그 남편이 4박5일의 세미나를 갔어요.
정확한 식사시간을 지켜야 하고, 정확한 밥의 분량을 따지고, 밖에서 먹는 밥을 싫어하는 남편을 둔 반작용이라 생각됩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세수도 하지않고, 잠옷바람으로 온종일 뒹굴거리면서 책을 읽는 것이 소원인,
혼자 남겨진 50대 아줌마의 밥상입니다.

이름하여 '게으른 밥상'입니다. 



 이틀 전에 끓인 쇠고기국


이웃에서 갖다준 호박죽


 빵가게에서 사 온 고로케


단호박1/8쪽


비빔국수


정신의 양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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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2-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식탐이 늘어서 걱정입니다.
밥을 먹어도 꼭 쓰레기 같은 간식들을 섭취하게 된다니까요.
헝그리플래닛인가에 보니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사람들과 유럽사람들의 먹는 량이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을 보고 괜스레 제가 막 부끄럽고 그랬는데 왜 책읽고 하는 반성은 실생활에는 잘 적응이 안되는지요 --

gimssim 2010-02-08 20:06   좋아요 0 | URL
식탐은 어쩌면 견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입맛이 떨어지잖아요.
나이들면서 저 혼자 작은 결심 한가지...
'먹는 것에 품위 지키기'
근데 전 밖에서 먹을 일이 많아서 자주 과식하게 되요.

비로그인 2010-02-0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빔국수... 하하


gimssim 2010-02-08 21:54   좋아요 0 | URL
보긴 허멀건해도 맛은 있답니다. 전 국수 삶기 선수에요. ㅎㅎ

blanca 2010-02-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중전님 저는 빨간 소고기국을 끓여 먹고 싶은데 아기가 아직 어려서 멀겋게 끓인 것만 계속 먹고 있어요. 이 밤 정말 저 얼큰한 국에 밥 한사발 말아 먹고 싶어집니다.

gimssim 2010-02-09 06:40   좋아요 0 | URL
저는 파를 싫어해서 소고기국이 저런 모양이지요. 블란카님을 위해서라면 파도 듬뿍 넣고 고추가루도 좀더 넣은 얼클한 소고기국이어야 할 것 같은데요.

순오기 2010-02-1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게으른 밥상 좋아해요.
가족에게도 게으른 밥상을 들이민다는 게 문제지만...ㅠㅠ
백미밥을 드시네요. 호박과 비빔국수에 침 흘려요.
우린 남편이 당뇨라 현미잡곡밥을 먹어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맛나지요.^^ 식구들이 국수를 좋아해 비빔국수보다는 잔치국수를 즐깁니다.
식탁보가 예전 우리 식탁보랑 같아서 혼자 실실 웃었어요.^^

gimssim 2010-02-11 10:23   좋아요 0 | URL
우리집도 잡곡밥이에요. 남편이 없는 날엔 그동안 못먹었던 흰 쌀밥을 먹은거죠. 남편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금방해서 김이 펄펄나는 쌀밥이죠. 전 그걸 좋아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금방한 밥을 창틀에 올려놓고 식혀서 드린다니까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구판절판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은 후회가 적다. 죽음을 염두에 둔 사람은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열심히 살아간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26쪽

누구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생을 갈망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본 나로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산다는 것이 결코 사람의 도리에 벗어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고 마음이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른 인생은 세상의 잣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자유로운 삶은 존경을 받지는 못하지만 사랑받는다. 그리고 상쾌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58쪽

바로 지금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하고 싶은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
-63쪽

사람은 누구나 선과 덕을 갖추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질주한다면 그것을 빛을 잃는다.
-77쪽

마지막 순간에 가슴을 후벼 파는 후회는, 이루지 못한 꿈이나 이룰 수 없었던 꿈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다.
-86쪽

물론 평생 동안 꿈과 열정을 품고 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그렇게 늙어갈수록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의 폭도 조금씩 줄어든다. 이런 잔인한 현실에서 꿈과 열정을 끊임없이 간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많은 장애물에 부딪치면서도 저 멀리 빛이 있음을 믿고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좇는 사람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87쪽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는다.
-131쪽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잊고 산다. 사는 게 바쁘면 바쁠수록 마음은 온통 밖으로 향하여 죽음을 생각할 겨를 같은 건 없어진다.
-142쪽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들인 막대한 비용과 수고는 마음의 안식으로 돌아오는구나.’
-163쪽

내세를 믿으면 좋은 점은, 이 세상의 이별은 일시적이라는 것,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위안을 받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세의 존재는 이별의 슬픔을 치유해주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이런 믿음이 필요한 사람이 꽤 많다.
-218쪽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아무쪼록 잊지 않길 바란다.
-221쪽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명은 후회하지 않는다.
-229쪽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떠날 때, 특별한 후회나 거창한 과업 때문에 눈을 감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아주 작은 삶의 진실 때문에 아파한다는 것이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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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전님 서재에서 배운 것
    from 한사의 서재 2010-02-07 23:02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든 막대한 비용은 마음의 안식으로 돌아오는구나. -163쪽,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 하고 싶은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 -63쪽,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결코 사람의 도리에 벗어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자유로움 삶은 존경을 받지 못하지만 사랑은 받는다. -58쪽,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   
 
 
비로그인 2010-02-0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읽습니다.
몇 구절 제 방으로 옮겨갑니다. 고맙습니다. 중전님


gimssim 2010-02-08 20:03   좋아요 0 | URL
좋은 책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쉬는 날이라 비오는 세상을 구경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마 봄이 오려나 봐요.
<일기일회>에 이런 구절이 나오지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라구요.
 



 고슴도치의 사랑

 방학을 하고도 ROTC훈련을 받느라 한달이나 지나서 아들이 집에 왔습니다.
호주에 있을 때도 한 주일에 두어 번 통화를 했는데 훈련 받는 한 달 동안 정말 전화 한 통 없더군요.
혹시나 싶어 폰으로 해보았더니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메시지만 들리는군요.
"우리 나라 안에 있는데 비행기로 열 몇시간 떨어져 있는 곳보다 더 멀리 있는 것 같네."
남편한테 툴툴거렸더니
"이 사람아, 군대 간 아들 전화를 왜 기다려?"
핀잔을 주네요.
공부하느라, 훈련 받느라 몸무게가 5킬로나 빠져서 왔군요.
근데 이녀석이 지난 겨울 방학때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과식 수술을 했는데 안경을 쓰고 왔어요.
알고보니 알이 없는 공갈 안경이었어요.
그런 안경은 연예인이나 쓰는 줄 알았더니
요즘 아이답지 않게 착하고 무던한 아이라 좀 뜻밖이다 싶긴 하지만
제 아버지가 워낙 고지식하고 일탈을 모르는 분이라 답답하던 차에
아들의 작은 파격이 신선해 보이는군요.

아마 고슴도치의 사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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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0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멋을 아는군요.^^
고딩 아들은 군대 가기 전에 꼭 라식수술 하고 간다네요.
군대에서 안경 끼면 엄청 고생한다고...
때론 일탈도 필요한데, 일탈없이 사는 인생은 너무 빡빡하겠죠.^^

gimssim 2010-02-07 21:24   좋아요 0 | URL
훈련받을 때 안경땜에 힘들어 하더니 요즘은 편하고 좋다네요.
제 아버진 인물이 더 훤해진 것 같다고 좋아하지만.
오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읽었는데.
그 책에 따르면 어쩌면 일탈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묘약일 때도 있다구요.
 







알혼섬 마을 풍경  

시베리아 안에, 

바이칼 호수 안에, 

알혼섬 안에 있는 마을. 

참으로 오지 중의 오지 마을이지요, 2006년 9월 경에 전기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모습 이대로 보존되는 것은 아마 희망사항이 될 듯합니다.  

관광객을 겨냥한 펜션 짓기가 한창이었습니다. 

그 동토의 땅에 있는 놀이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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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2-07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어요??? 창작블로그는 조회수가 떠서 좋네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에요~.^^
끝없는 바이칼 여행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gimssim 2010-02-07 06:56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닷새동안 바람쐬고 왔어요. 바이칼 여행은 친한 친구 암으로 떠나보내고 거의 빈사상태로 다녀온 여행이에요. 다녀오고 나서 회복하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지요. 전 지독한 길치인데 여행다니는 건 무지 좋아합니다. 좋은 하루^^

순오기 2010-02-0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환경 마을처럼 보이네요.
놀이터의 지붕이 인상적인데 다닥다닥 붙어 있네요~ 미끄럼틀 바닥 마루가 꺼져 있는 듯...

gimssim 2010-02-08 20:16   좋아요 0 | URL
관광객 땜에 이상한 모양의 침대랑, 사진 왼쪽으로 물이 나오지 않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어요. 바케스로 물을 부어야 하는. 그럴 바에야 푸세식이 나을텐데. 우리 같은 사람이 주범인데 너흰 옛날처럼 그렇게 살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요.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런 옛날을 보려고 지구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게 아닐까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