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슴도치의 사랑
방학을 하고도 ROTC훈련을 받느라 한달이나 지나서 아들이 집에 왔습니다.
호주에 있을 때도 한 주일에 두어 번 통화를 했는데 훈련 받는 한 달 동안 정말 전화 한 통 없더군요.
혹시나 싶어 폰으로 해보았더니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메시지만 들리는군요.
"우리 나라 안에 있는데 비행기로 열 몇시간 떨어져 있는 곳보다 더 멀리 있는 것 같네."
남편한테 툴툴거렸더니
"이 사람아, 군대 간 아들 전화를 왜 기다려?"
핀잔을 주네요.
공부하느라, 훈련 받느라 몸무게가 5킬로나 빠져서 왔군요.
근데 이녀석이 지난 겨울 방학때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과식 수술을 했는데 안경을 쓰고 왔어요.
알고보니 알이 없는 공갈 안경이었어요.
그런 안경은 연예인이나 쓰는 줄 알았더니
요즘 아이답지 않게 착하고 무던한 아이라 좀 뜻밖이다 싶긴 하지만
제 아버지가 워낙 고지식하고 일탈을 모르는 분이라 답답하던 차에
아들의 작은 파격이 신선해 보이는군요.
아마 고슴도치의 사랑이겠지요?